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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부부성생활
 
바람둥이 제대로 길들이기 (시나리오)

작성자 : sysop(참사랑의 터전) 2007/02/22 23:14

* 시놉시스

바람둥이 영석이 졸업반이던 시절 신입생인 퀸카 현주를 꼬시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하게 된다,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느낀 후 깊은 관계로 사귄다. 그러다가 결국 현주가 입사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임신을 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게 된다. 아직 결혼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이라고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부부는 그 후 임신으로 인한 결혼의 후유증으로 두 사람은 결혼생활의 몸살을 앓게 된다.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결혼을 한 그들은 결혼 후 삶이 너무나 지치고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결국 영석은 대학시절의 바람둥이로 다시 되돌아가게 된다. 남편의 이상한 행동이나 늦은 귀가를 이상하게 여긴 현주는 결국 남편이 바람피우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어 엄청나게 분노를 하지만 자신이 현실에 처한 상황이 너무나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학창시절의 친구들과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고 한다. 친구들과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중 현주는 자신이 올바른 결혼을 위해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 지를 우연히 알게 된 상담 선생님의 도움으로 하나씩 이해하게 된다. 상담 선생님의 도움으로 그녀는 바람피우는 남편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반성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부부 생활에 필요한 지식들을 알게 되고 그 깨달은 바를 현실에서 실현시켜 가게 된다. 한편 영석은 바람을 피우는 자신을 전과 전혀 다르게 대하는 현주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매우 놀라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아내를 보고 아내 역시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확신을 하면서 친구들과 아내를
추적하게 되는데 아내가 찾아간 곳은 샤워 소리가 들리는 방이었다. 영석은 분노에 가득차서 목욕탕 쪽을 숨어서 바라보면서 깜짝 놀라게 된다. 아내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씻기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지지리도 못난 자신을 후회하면서 영석은 눈물이 글썽거린다. 아내의 힘든 모습을 보면서 아내에게 다가가 자신이 직접 아이들을 씻겨준다.


















S#1 . 현주 아파트 부엌 (아침)

현주, 부엌에서 반찬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현주는 별 신경을 쓰지 않은
듯한 초췌한 모습으로 전형적인 아줌마의 모습이다. 기본 반찬은 식탁위에 준
비되어 있고 된장찌개가 다 되어 간다. 남편 영석은 시간에 쫓기는 듯이 허겁
지겁 달려 와서 식탁에 앉는다.

영석 : 빨리 밥 줘. (시계를 잽싸게 보며) 시간 늦었어.

현주가 다 끓인 된장찌개를 식탁 가운데에 놓자 영석이 식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현주 : (화난 듯이) 그러니까 누가 늦게까지 술 퍼마시고 들어오래 ?

영석 : 뭐 술을 퍼마셔?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현주 : 뭐? 나 왕 싸가지인 거 이제 알았어?
그러니까 나한테 좋은 소리 들으려거든 그렇게 살지 마.
나도 참는 데 한계가 있어.

영석 : 아이고 또 저 놈의 잔소리.
(잔소리에 지쳤다는 듯이) 어 휴, 알았다. 알았다.
그러니까 오늘은 1절만 해라. 좀 더 지껄이면 욕 나올지 모른다.

현주 : 뭐야? 좀 더 지껄이면 어쩔 건데? 어쩔 건데?

영석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그냥 삼키고 밥을 먹는다.

영석 : 제발 입 닥치고 밥이나 먹어라.


[현주는 여기서 밀리는 끝이라는 심정으로 계속 다그친다]
현주 : (화난 얼굴로) 솔직히 말해 봐. 어제는 왜 늦었어?

영석 : (귀찮아 죽겠다는 듯이) 회사에 일이 있어서 늦는다고 했잖아.

현주 : (짜증내며) 무슨 회사가 새벽까지 일을 시키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당신 말 믿을 줄 알아?

영석 : 살다가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지. 뭘 그리 꼬치꼬치 따져?

현주 : 늦게 들어오는 것이 어쩌다 한두 번이면 내가 뭐라고 하겠어?
매일같이 늦게 들어오니까 그러지?
내가 지은이 팽개치고 맨 날 나가서 늦게 들어오면 좋겠니?

영석 : (화가 솟구친다) 그만해. 아침부터 재수 없게.
좀 다음에 하자. 응? 응?

현주 : 그럼 빨리 좀 들어와 봐. 아침부터 이런 말 안하게.
맨 날 늦게 오니 서로 대화할 시간도 없고.

영석 : 알았어, 알았어. 밥 먹을 때는 제발 밥 좀 먹자.

현주 : ------. (서글프게) 지은이가 밤에 아빠 보고 싶다고 찾어.

영석 : 지은이가?

현주 : 나만 지은이 부모 아니잖아. 당신도 신경 많이 쓰고 있는 건 알지만
부디 신경 좀 더 써 주길 바래.

영석 : 그건 염려 말고. 당신도 나한테 좀 신경을 써주라.

현주 : 내가 당신한테 신경 안 써준 게 뭔데 말해 봐, 말해 봐?

영석 : (할 말이 없다는 듯이) 알았다. 그냥 해 본 말이다.




S#2 현주 아파트 거실 (아침)

영석, 옷을 대충 입고 넥타이를 빠른 속도로 맨다. 가방을 들고 잽싸게 나가는
데, 현주 옆에서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다만 쇼파에 누워 있는 지은이 보기
에 여념이 없다. 영석, 현주가 출근하는 남편을 본채 만 채하자 한마디로 기분
더럽다는 듯이 노려보고 간다. 현주 이에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S#3 영석 회사 앞 (아침)

영석. 회사 앞에서 뛰고 있다. 시간이 늦어 자가용을 타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한 것이다. 시계를 보니 지각이다.
옆을 안보고 마구 달려가다가 옆에서 튀어나온 퀵서비스 아저씨랑 충돌하여
넘어진다. 입고 있는 양복이 엉망이 된다.

영석 : 이 사람이 똑바로 보고 다녀야지.

아저씨 : (더 큰 소리로 따지며) 누가 할 소리인데

영석 : 야이 사람아, 여기는 인도야, 인도.
당신은 법규도 모르냐?

아저씨 : ------

영석 : 내가 늦었으니 그냥 참고 넘어간다.

영석, 자리를 털고 일어나 후다닥 회사 회전문을 통과한다.

영석 : 하아, 씨발. 아침부터 재수 없게 만들더니
(시계를 보며) 10분 지각이네. 또 한 소리 듣겠고만.




S#4. 영석 회사 사무실 (아침)

영석, 사무실 밖에 도착하여 유리를 통하여 보자 다른 직원은 모두 앉아서 일
을 하고 있다. 영석, 조심스럽게 문을 열려고 하자 갑자기 누군가 문을 팍 열
고 나오는 바람에 이마를 문과 쾅하고 부딪힌다. 엄청 고통스러워하며 이마를
만지고 있는데 미모의 여자 과장이 그런 영석을 노려보고 있다. 영석, 계속 아
파할 처지가 아니라서 고통을 참고 죄송하다는 사죄의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과장이 영석의 자리에 와서 쪽지를 놓고 간다. 쪽지를 열어보니 “점심시간 명성 한정식”이라고 적혀 있다. 영석, 고진감래라는 말을 생각을 하
는 듯 얼굴에 갑자기 희색이 완연하다.




S#5. 명성 한정식 (점심)

영석과 여자 과장이 마주하고 앉아 있다. 식사를 다 마친 상태.
서빙하는 사람이 수정과를 내 온다. 서서히 들이 마시며.

과장 : 정 대리는 왜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요?

영석 : 죄송합니다. 과장님.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좀 많아서요.

과장 : 아무리 그래도 회사를 지각하면 어떡해요?
그리고 지각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영석 : (굳은 표정으로)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차후로 다시 한 번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사직서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과장 : 그런 정도의 사항은 아니구.
난 단지 정 대리가 괜히 회사 눈 밖에 날까봐 걱정 되서 그런 거지.
나한테는 별 문제가 안 돼.
그 대신 언제 시간이나 한 번 내줘요.
야외로 나가서 좋은 경치도 보고 신선한 공기 좀 마시게.

영석 : (안도 하면서) 저야. 그러면 영광이죠.
과장님 같은 미인과 함께 근무하는 것도 영광인데 여행까지 간다면--.

과장 : 영광은 무슨 놈의 영광.
누구나 일에 지쳐 있을 때는 레크리에이션이 필요하잖아.
장대리도 알다시피 우리 프리젠테이션 준비하느라 3주전부터 쉬지도
못하고 너무 무리했으니까.

영석 : 맞아요. 과장님께서 제일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과장 :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혼자 사는 것도 외로운데 편히 쉬는 날 같이 여행갈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많이 허전해. 다른 때 같으면 친구들과 같이 갈 텐데 친구들이
이번 주는 다들 바쁘다네.

영석 : 어디가 좋을까요?

과장 : 경치 좋고 공기만 좋으면 어디라도 좋지. 뭐.

영석 : 네





S#6 현주 아파트 앞 (오후)

현주,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면서 우편함을 본다. 우편함에 카드 명세서가
들어있다. 명세서를 뜯어서 보니 청구 금액이 100만원으로 되어 있다.
구매항목을 보니 롯대백화점에서 100만원 지갑을 구입한 내역이다. 현주,
그것을 보고 어쩔 줄을 모른다.



S#7 현주 아파트 거실 (저녁)

영석, 오늘 딸 지은이 아빠를 보고 싶어 한다는 말에 일찍 들어온다. 영석,
집에 들어오니 현주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은이의 방으로 간다.




S#8 지은이방 (저녁)

영석, 방에서 혼자 놀고 있는 지은이를 보며

영석 : 지은이 놀고 있었구나. 으응, 우리 딸 아빠 보고 싶었쪄?

지은 : (고개를 끄덕이며) 으응,

영석 : 아빠가 미안해. 앞으로는 자주 놀아줄 게. 알았지?

영석, 지은이를 번쩍 들어 안고 들었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영석 : 어때 비행기 재밌어?

지은 : 으응, 비행기 재밌어.

이때, 현주가 방으로 들어온다. 오자마자 카드 명세서를 보이며

현주 : (소리치며) 당신 이게 뭐야? 이게 뭐냐구?

영석 : 지은이 있는데 좀 조심하면 안돼?

현주 : 지금 조심하게 생겼어? 어느 년이야? 어느 년한테 선물을 하는데
백화점에서 백만 원짜리 지갑을 선물하냐구?

영석 : 어느 년이냐니? 이게 막말을 해도 유분수지, 시어머니한테 어느 년이
뭐냐? 어느 년이. 어머니 환갑선물로 미리 사준 거다.
자식이 부모님 환갑에 선물도 못 사주냐?

현주 : (겸연쩍어하며) 그럼 그렇다고 미리 말을 해야 오해를 하지 않을 거 아냐?
그리고 지금 저금도 못하고 생활 빠듯하게 사는 우리 형편에 환갑이라 200만원
드려야 하는데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럴 수 있어?

영석 : 야, 돈은 돈이고 선물은 선물이지. 내가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무덤에 선물을 할 까? 효는 살아계실 때 해야 하는 거야?

현주 : 누가 효도를 하지 말래? 적어도 부부라면 상의를 해야 될 거 아냐?

영석 : 내가 만약 장모님 회갑 선물로 이렇게 했어도 나한테 뭐라고 했겠니?
난 공평한 사람이야. 우리 부모님 했으면 니네 부모님께도 똑같이
한다고. 니네 부모님도 내 부모님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래서 말을 안
한 것뿐이야. 근데 너를 봐라
너 우리 부모님한테 신경 한번 제대로 써 준 적 있어? 시댁에 갈 때
마다 서로 얼굴 붉어지는 일이나 만들고......

현주 : 그래서 지금 잘했다는 거야?

영석 : 말 돌리지 말고 너나 잘해, 너나.

현주 : 잘 났다 정말, 잘 났어.
또 한 번 그러기만 해봐.

영석 : 지은이 보는데 부끄럽지도 않니?
그놈의 싸가지. 언제 철들래?

현주, 영석의 말에 답변을 안하고 지은이를 들고 나간다.

현주 : 지은아, 우리 밥 먹자?




S#9 . 호프집 (밤)

영석, 동식, 영철이 성훈이 경영하는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각자
자신들의 입장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영석과 동식은 결혼을 했고 영철과 성훈
은 아직 독신이다. 결혼을 한 사람은 한 사람대로 독신은 독신대로 고민이 많
다.

영철 : 근데 우리 너무 자주 만나는 거 아이가?

성훈 : (영석과 동식을 바라보며) 그러게, 결혼 안한 우리야 상관은 없다만
니 놈들은 좀 조심해야 하는 거 아냐?

영석 :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늘 곁에 있는 게 친구 아냐?
(결혼이 후회되는 듯이) 영철이랑 성훈이랑은 좋것다.

성훈 : (열 받는다는 듯이) 얌마, 좋기는 뭐가 좋아? 누구 염장 지르냐?
(강조하며) 허구헌 날, 혼자서 독수리 오형제랑 친구하고 살려면
외로워 죽겠고만. 안 그러냐 영철아?

영철 : 아이고. 말도 마래이, 내 오죽하믄 노래방에 놀러온 가시나들
뭘라코 꼬시겠노? 내도 능력만 되믄 하루 빨리 장가가고 싶다 아이가.

동식 : 근데 독수리 오형제가 뭐다냐?

성훈 : 아이고 저 새끼 순진한 척은 혼자 다해.
(아주 한심하다는 듯이) 야임 마. 그냥 그런 게 있어

영석 : 그래도 혼자 살 때가 제일 편하다는 것을 결혼해 보면 알거다. 안 그러냐 동식아?

동식 :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좋다는 듯이) 그런 면이 좀 있기는 있째.
그려도 나는 말여. 결혼을 쪼매 잘 헌 거 같여. 쪼깨 힘든 면도
있지만은 그래도 내 마누라는 나헌테는 과분할 정도로 잘 혀.
다 영석이 이 놈이 소개를 잘 시켜 준 덕분이재.
영석아. 그려 안그려?

영석 : (놀리듯이) 그려.
동식이 이 새끼라도 행복하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영철 : 영석아. 내도 쫌 소개시켜 도. 니 덕에 장가한번 가보자.

영석 : 지금은 내 코가 석잔데 마음이 좀 정리되면 그때 ---
알었냐?

영철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영석, 자신이 소개시켜준 동식의 행복한 모습이 부럽고 자신은 불행한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그래서 술을 연달아 들이킨다.


영석 :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저 어리버리 동식이도 좋다고 잘 사는데.
여자 꼬시는 거랑 부부로 행복하게 사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네.
1
영철 : 야 새끼야, 너 지금 뭐라케샀노?
허벌나게 이쁜 마누라랑 같이 살믄서도 불만이 뭐 그리 많나?
이 짜슥아. 나 같으면 니 마누라 공주처럼 떠받들고 살것다.
성훈아 내 말이 맞나 안 맞나?

성훈 : (당연하다는 듯이 장난으로) 맞재.

영철 : 영석아. 보래. 내는 시도 때도 없이 텐트 치는데 해결할 방법도 엄꼬.
증말로 괴로바 죽는다 아이가. 그라지 말고 모시고 잘 살그레이.
내도 조매 빨리 소개시켜 도고.

동식 : (성훈을 쳐다보며) 그란디 갑자기 텐트는 왜 친디야?

성훈 : (열 받아 동식의 머리를 친 후)
얌마. 텐트도 몰라. 아침에 나도 모르게 일어서는 거

동식 : 난 공부만 했짠여. 임마.

영석, 마음이 짠하여 있던 술을 원쌋으로 다 마신다.

영석 : 니들도 내 마누라 같은 여자 한번 데리고 살아봐 임마.
같이 살고 싶은 가.

동식 : 이 새끼 지랄하고 자빠졌네.
도대체 왜 그려? 학교 댕길 때부터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였음시롱.

성훈 : 영석아. 나도 한 마디만 해줄게.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좋아하는 여자들 앞에서는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든다. 그래서 나 같은 놈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니 와이프
같은 여자 꿈에도 못 만난다. 나는 솔직히 그런 여자랑 정말로 하루만
같이 살아봐도 소원이 없겠다. 그러니 니 와이프 고마운 줄 알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라.

영석 : (다른 친구들 말에 어느 정도 동조를 한다는 듯이) 하기사. 근데
너희도 알다시피 내가 아직 결혼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어쩌다가 우리 딸 지은이가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잖냐?

모두가 영석의 진지한 말에 귀를 기울인다.

동식 : 글지.

영석 : 결혼하고 나서 바로 출산을 하니까 애 엄마가 나는 안중에도 없고
온통 아이에게만 신경을 쓰는 거야. 물론 그런 아내의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적어도 나한테 기본적인 신경은 써야 하는 거 아니냐?
결혼 초에는 잠시나마 결혼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도 하고 무척
행복하다고도 느꼈었는데 갈수록 이건 장난이 아냐.
연애는 낭만 결혼은 현실. 누가 한 말인지 정말로 딱이야. 딱
평생 연애만 했어야 했는데.

영철 : (조용히 듣더니) 니 와카노? 이 얼라 새끼, 배불러 터진 소리하는 고만.
마누라가 자슥 낳아주고, 길러 주고, 신경 써 줘도 고맙습니데이
하기는커녕 투정이나 부리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가? 이 짜쓱놈이
누구 기죽일 라고 그 카나. (배 아픈 시늉을 하며) 아이고 배야.
배 아퍼 죽것다.

영석 : 그게 아니야. 임마.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아내를 원해도 아내는 아이만 신경 써, 어쩌다 다가가면 귀찮게
하지 말라고 손도 못대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막상 관계를 하게 되면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냥 대 준다는 느낌이거든.
그러니 무슨 쾌감이 있어서 관계를 갖겠니? 거기다 또 이제 결혼했으니까
당신이 무조건 책임져 하는 식으로 가꾸지도 않고 자기 계발도 전혀 하지 않고
날마다 퍼질러 있어.
그 뿐이냐? 회사 일에 힘들어 집에 들어가면 위로나 격려는커녕 맨 날
뭐하고 이제 들어와, 집안일에도 좀 신경을 써 줘. 또 말싸움을 하면 한
번을 지려고 생각을 안 하지. 또 친척 누구는 어디 사는데 우리는 언제
그런 곳에서 사냐고 비교하지. 말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
그러니 내가 숨이 안 막히겠냐?

성훈 : (상황이 심각함을 인정하면서)
그러니까 한마디로 “결혼은 완전히 미친 짓이다” 이거지?

영석 : 미친 짓 정도가 아니라 결혼은 무덤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동식 : 와아. 뭣나게 무섭네.
영석이놈 같은 상황이믄 나도 감당이 안 되것다.
그런 면에서 내 마누라는 징말로 현명한 여자 같당게.
나를 허벌라게 편허게 혀주거든. 너무 편헌 것이 탈이믄 탈이재.

영철 : 그래도 니는 우리의 우상 아이가? 졸업반 놈이 우리 대학 최고의
신입생 퀸카랑 결혼을 했으믄 그 만한 일은 감수해야 되는 거 아이가?

영석 : (고개를 저으며) 정말 이 상태가 계속 된다면 다시 물리고 싶다.

영철 : 그 정도라카믄 내도 더 이상 할말이 없데이.

성훈 : 그래서 여자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구나.
영석이 너를 보니까 확실히 알겠다.
나도 좀 늦더라도 성격이 좋은 여자랑 결혼해야지

영석 : 그래 내 꼴 나지 않으려면 마음씨 착하고 성격 좋은 여자 찾아.

영철 : 영석이 요놈아가 어쩐 지 요즘 우리 노래방에 자주 드나든다했다.
예전에 바람둥이 짓을 다시 시작한다 싶더라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구만. 그래도 결혼한 놈이믄 응당 마누라와 자식은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는 기라.
. 니 마누라는 니 같은 바람둥이캉 결혼을 좋아서 했것나?

영석 : (수긍하며) 니 말이 맞다. 그래서 죽을 맛이어도 참고 사는 거 아니냐?
근데 당분간 마누라랑 좋아지기 전까지 바람은 어쩔 수 없을 거 같다.
그나마 그게 내 인생의 낙인데 그것마저 없으면 ------.

영석, 고개를 가로 젓는다.

성훈 : 그거야 니 가족 문제니 니가 알아서 잘 하겠지.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참견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동식 : 영석아, 글지 말고 언제 시간 나믄 우리 집에 한 번 오랑께.
니 마누라랑 내 마누라랑 서로 친해지믄 좋아질지 누가 알것냐?

영석 : 그래. 니 말도 일 리가 있다. 언제 시간 내서 한 번 갈께.
그런 그렇고 기분이 꿀꿀한데 우리 2차나 가자. 숫컷끼리 이게 뭐냐?
이왕 이렇게 된 거 기분이 풀어보자구.

성훈 : 오예, 가자. 가서 한 번 맘껏 놀아보자.

동식 : (안된다는 듯이) 하씨, 난 마누라가 기달린당께.

영철 : 이 짜슥. 또 와 카 노? 놀 때는 같이 놀 자 카이.

동식 : 알았다. 어떻게 돼 긋지.

모두 일어나서 자리를 박차고 나선다.




S#10 현주 아파트 거실 (같은 시각 다른 장소)

어느 아파트 전경
화분이 놓여 진 베란다

현주, 어린 지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한 숨을 쉰다.
시계는 벌써 11 시를 향하고 있고 현주는 베란다 쪽으로 걸어간다.
베란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남편을 기다리지만 남편은 보이지 않는다.
현주, 하루가 멀다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의 귀가에 왜 결혼을 했나 하는
후회가 느껴지고 마음이 착잡해져 간다. 아직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해보고 임신을 하게 되어 결혼을 하게 된 자신을 자책하는 듯하다.




S#11. 가요주점 (밤)

영석이 친구들(성훈, 영철, 동식)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놀고
있다. 옆에는 여자들도 같이 있다. 노래방 주인인 영철이 옆에 있는 여성
에게 술을 따르고 마시게 한다. 여성이 술을 다 마시자 잘 했다는 듯이
볼에 키스를 한다. 성훈은 영석의 노래에 맞추어 무대 앞에서 진하게
브루스를 추고 있다.

동식 : (부러워하며 큰소리로) 성훈아! 고만 좀 들이대라.
눈꼴사나워서 이거 살맛이 나것냐?

성훈 : (바보같다는 듯이) 야이 놈아! 눈꼴사나우면 너도 한번 해봐.
이게 얼마나 좋은데 그냥 그러고 멍청이 앉아 있냐?

동식 : (부끄러워서) 알았다. 알았으니 너나 재미 많이 봐라이.
나는 걍 술이나 마실란다.

성훈은 행복해 하며 다시 상대 여성의 엉덩이에 손을 갖다 댄다. 그러다가
술만 마시고 있는 영철에게 같이 블루스를 추자고 손짓을 한다. 영철도
성훈의 권유에 못 이기는 듯 여성과 손을 잡고 나가서 블루스에 합류한다.
영철, 아가씨의 몸에 얼굴을 파 묻혔다가 손이 다시 엉덩이로 내려간다.

영철 : (얼빠진 사람처럼) 와케 좋노. 오늘 내 미친다 미치.

잠시 후 노래가 끝나자 모두가 앵콜을 외친다.
영석, 만인의 앵콜 소리에 감미로운 팝송을 다시 부른다.


S#12 현주 아파트 경비실 (밤)

영석 술에 만취되어 비틀거리며 아파트 경비실을 지나가고 있다.
경비아저씨가 그런 모습을 보고 나오면서

경비 : 오늘도 많이 늦으셨네요?

영석 : (술에 취한 목소리로) 예. 오늘 회식이 있어서요.
먹고 살기 참 힘드네요.

경비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러게요.
그래도 아직 젊으신데 건강도 가족도 생각하셔야 지요.

영석, 비틀거리며 쓰러진다. 아저씨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워준다.
영석, 부축을 받으며 경비아저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영석 : 예,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경비아저씨 술 취한 영석을 아파트 엘리베이터 입구에까지 부축을 해주고
영석이 사는 10층의 단추를 눌러준다. 영석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S#13 현주 아파트 거실 (밤)

새벽 2시 현주 소파에 기대어 자고 있는데 벨이 울린다. 현주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겨우 일어나 인터폰을 통해서 본다. 영석이 술에 취한 상태로 서
있다. 현주 문을 열어준다.

현주 : (큰 소리로)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내가 그렇게 부탁했는데 하루를 못 넘기네. 인간아, 인간아 왜 사니?
저승사자는 뭐하고 있는 지 몰라 저런 인간 안 잡아가고.

영석 : (짜증이 나는 듯이) 내가 아까 회식이 있어서 늦는다고 했잖아.
근데 이 년이 또 왜 지랄이야

현주 : 뭐 이년? 지랄? 지금 이년, 지랄이라고 했어?
하루는 회식, 또 하루는 동창회 모임, 또 하루는 친구들하고 술자리
거의 매일같이 술 먹고 늦게 들어오면서 내가 니 종이니?
그리고 뭐, 내가 지랄한다고? 정말 너무하는 것 아냐?

영석, 답답하다는 듯이 현주를 노려보고 있다.

영석 : 뭐. 내가 너무해? 뭐가 너무 한데?
난 뭐 이런 생활이 좋은 줄 아니?
너도 한번 생각을 해봐
회사에서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상사라고 하는 인간들은 매일같이
열라게 갈구지, 일 끝나면 회식이나 접대해야지
근데 집에서라도 편히 쉬고 싶은데 매일같이 이렇게 잔소리까지 들어야
되니 내가 살맛이 나겠니?

현주 : 물론 그런 거 까지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그런 이유 때문
에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게 아니잖아? 설사 그렇다고 쳐도 하루가
멀다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어떤 년이 좋아하겠어?

영석 : (못마땅한 듯이) 오 그래? 뭐 그럼 난 네가 좋아서 같이 살고 있는 줄
알아? 니가 이렇게 힘든 날을 위로해주기는커녕 닦달하는 줄 알았으면
나도 너랑 결혼 안했어.
(혼자말 하듯이) 그때 지은이만 생기지 않았어도 ----.

현주, 갑자기 멍하니 서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지은이만 생기지 않았어도 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는 듯하다.

현주 : -----

영석 술이 몹시 취한 듯 먼저 소파에 쓰려져 눕는다.



S#14. 지은이 방 (시간 경과)

현주 잠자고 있는 지은이의 아기침대 옆에서 남편의 말을 계속해서
되새기며 분노하고 있다. 오직 남편 하나만을 믿고 자신의 미래를 포기한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지면서 왜 내가 결혼했을까 하며 후회의 마음과
남편에 대한 분노감이 들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나레이션> 아직은 아냐, 아직은 아냐, 아직은 이혼을 생각할 때가 아냐
조금만 더 생각하고 노력해 보자 조금만 더----



S#15. 현주 아파트 거실 (아침)

영석,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머리가 많이 아픈 듯 뒤척이며 자다가
잠에서 깬다.

영석 : (눈을 감고 머리를 만지면서) 아이고 머리야.
도대체 어제 내가 얼마나 마신 거야. 아무 기억도 안 나는데----.

자신이 침실에 있지 않고 쇼파에서 자고 있는 것을 알고 분노한다.

영석 : 근데 이 여편네는 뭐한다고 나를 쇼파에 재워

영석 큰 목소리로 ‘지은아’를 외쳐댄다.
현주 아주 냉랭한 표정으로 지은이 방에서 나온다.

현주 : (냉정한 목소리로) 왜 불렀어?

영석 : 남편이 들어왔으면 옷을 벗겨서 침대에서 재워야 할 거 아냐?

현주 : 하! 참 어이가 없어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나한테 그런 말을 해놓고 나서 내가 당신 같은 사람한테 어떻게 해주길
바래?

영석 : 뭐! 그런 말? 그런 말이 뭔데?

현주 : (혀를 차며) 당신이 내뱉은 말이니까 당신이 잘 생각해 봐.
나도 왜 당신 같은 사람이랑 결혼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테니까.
그리고 오늘 아침은 당신이 알아서 잘 해결해. 난 밥 생각 없으니까.

현주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지은이 방으로 들어간다.
영석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해보려고 노력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영석 : 도대체 내가 어제 뭐라고 한 거야?




S#16. 현주 아파트 거실 (오전)

현주 쇼파에 넋이 나간처럼 앉아 있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아직도 어제 들은 남편의 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지은이만 생기지 않았어도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뼈에
사무치도록 현주를 괴롭게 만든다. 그때 초인종이 울린다.

현주 : (쇼파에서 일어서면서 귀찮은 듯이) 누구세요?

지숙 : 나야 지숙이. 어서 문 좀 열어줘.

현주 인터폰 단추를 누르면서 힘없이

현주 : 어서와. 그렇지 않아도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지숙 : 무슨 일이야! 대화할 사람이 필요하다니!
근데 얼굴이 왜 그래?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현주 : (울먹이며) 어제 남편이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제발 일찍 좀
들어오라고 했더니 잔소리가 심하다면서 하는 말이 지은이만 생기지
않았어도 나랑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하잖아. 그 말은 뭐야? 나를
사랑해서 결혼하게 아니라 지은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했다는 말 아냐.

현주가 훌쩍거리고 있고 지숙 다가가서 현주의 손을 꼭 잡으면서

지숙 : 설마 그럴 리가 있겠니? 그냥 싸우다가 홧김에 나온 말이겠지?

현주 : 취중진담이라고 하는 말이 있잖아. 취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괜한 소리를 했겠어? 안 그래?
그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

지숙 : 현주야. 사람이 화가 나면 무슨 소리를 못해, 그리고 자기가 한 말도
기억 못하고 있다며? 그러면 너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그냥 좋게 생각하고 마음 풀어.

현주 :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근데 요즘 들어와서 많이 싸우는데 나보고 귀찮다는 둥
짜증난다는 둥 그런 말을 자주 하거든......

지숙 : 정말이야 네 남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어떻게 그런 말이 나와? 그 말은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
대학 다닐 때 바람둥이였던 네 남편
퀸카 중의 퀸카였던 너한테 아양 떨고 아부하면서
제발 나의 사랑을 받아줘 내 사랑만 받아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듯이 맹세하던 사람이 지금 결혼했다고 어떻게 그렇게 바뀔 수가
있어? 너 그런 말들을 듣고도 그냥 넘겼어?


현주 : 그럼 어떻게 해? 이제 다 잡은 물고기처럼 그렇게 대하는데
나라고 해서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구.

지숙 : 참 어이가 없다. 나 같으면 같이 죽자고 덤볐을 텐데.

현주 : 너도 알다시피 나도 한 싸가지 하잖니?
그런데 지은이 때매 내 맘대로 안 돼.

지숙 : (보기에 안타깝다는 듯이)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현주 : 나도 몰라. 그런 저런 일들 때문에
어제 밤부터 잠도 못자고 고민하고 있는 거 아냐.

지숙 : (현실이 못마땅한 듯) 우리 대학 다닐 때가 정말로 그립다.

현주 : (씁쓸한 듯) 그러게------






S#17.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 (오전)

자막에 ‘6년전’이라고 쓰여 있다.
졸업반인 영석 가장 친한 친구 동식을 만나러 도서관에 와서 그를 찾고 있다. 저 쪽 끝자리에 동식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맞은편에 퀸카로
보이는 신입생과 그 친구도 함께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영석, 그녀를 보고
자신이 만난 여성들 중의 최고의 이상형인 듯 첫눈에 반해 버린다. 천하의
바람둥이인 영석에게도 숨이 멎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듯하다. 영석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동식에게 다가가서 휴게실에
가서 커피 한잔 하자는 몸짓을 한다.

동식 : (아주 나지막한 소리로) 먼저 가 있어. 1분만 있다 나갈랑께.

영식 아까 본 그녀를 자세히 다시 한 번 보면서 먼저 휴게실 쪽으로 나가고
동식 공부하던 것을 멈추고 자신의 자리를 잘 정돈하고 나서 일어선다.



S#18 대학교 도서관 휴게실 (직후)

영석 커피 두잔을 자판기에서 뽑아서 들고 와서 동식에게 준다

동식 : 감쏴, 근데 니가 도서관에는 무신 일이고?

영석 : 얌마. 내가 니 놈 얼굴 보러 오는 거 아니면 이 도서관에 뭐하러
오겠냐? 너도 알다시피 체질적으로 난 도서관하고는 거리가 멀어..

동식 : 그려, 여자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놈이 도서관하고 친해
질라믄 쬐깨 힘들것재?

영석 : 너무 그러지 마. 나도 이제 졸업반인데 앞으로는 취직 공부 열심히
할 거야. 그리고 너야 영어 공부한다고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지만
난 외국인들 만나서 실질적인 회화를 공부하잖아?

동식 : (못마땅하다는 듯이) 그려. 그건 니 말이 맞어.
speaking하고 listening은 니가 나보다 낫재!!!!

영석 : 그건 그렇고. 뭐하나만 물어 보자.
니 앞에 앉아 있던 여자애들 혹시 누군지 알아?

동식 : 근데 그건 왜 물어? 혹시 니 그 가시네들한테 꽂혔냐?

영석 : 임마. 관심이 있으니까 물어보지 뭐할라고 묻겠냐?

동식 : (아직도 철이 없다는 듯이) 에라
누가 천하의 바람둥이 아니라고 할까봐... 니 언제 철들래?

영석 : 이제 철들어야지. 앞에 앉아 있던 애.
내가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애.
느낌이 너무 좋아. 당분간 그녀한테만 올인하고 싶어.

동식 : 그 정도여? 니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믄 징말 필이 팍 꽂혀 부럿네.

영석,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이 웃는다.

영석 : 너도 알다시피 내가 웬만해서는 쉽게 필이 오지 않잖아?
나도 이런 경험은 흔한 게 아니라서 좀 혼란스럽긴 한데----.
하여튼 아는 게 있으면 좀만 도와줘라. 은혜는 내가 두고두고 갚을 게.

동식 : 나도 잘은 몰러. 내 앞에 있는 귀여운 가시나가 동아리 신입생 후배
김유정이고, 그 옆에 니가 좋아하는 가시나가 유정이 하고 같은 과,
아마 경영학과재? 과 친구여.
둘이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였나벼. 항상 같이 대녀.
그리고 유정이한테 언뜻 들었는디 그 년 콧대가 장난이 아닌가벼.
사귀자고 달라붙는 인간들이 하루에도 한두 놈이 아니래야?
그 이상은 내도 잘 몰러. 유정이랑은 자주 도서관에서 보게 되는디
유정이 집이 뭔나게 먼께 학교에 일찍 올 수 없잖여. 그랑께 내가
선배로서 몇 번 자리를 잡아준 정도라고 생각을 허믄 돼야.

영석 :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래? 그게 어디야,
너 같은 범생이도 도움이 될 때가 있구나. 정말로 고맙다.
내가 게를 내 여자로 만들 때 까지 니 점심식사랑 가끔 술값은
내가 책임진다. 그러니 너도 나 좀 많이 도와주라.

동식 : (반기며) 오-호 그려? 분명히 니 그 말에 책임 질꺼재?

영석 : 얌마. 내가 언제 빈말하는 거 봤냐?

동식 : 워매 좋은 거. 그라믄 내가 구체적으로 뭘 도와주믄 되는디?

영석 : 다른 건 필요 없고 내가 니 후배 유정이랑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돼.

동식 : 마음에 드는 건 유정이 친군디 유정이는 또 뭣땀시?

영석 : 아이고 이 놈아? 너는 나한테 연애의 기술에 대해서 한참을 배워야것다.
“콧대 높은 여자를 잡으려면 그 여자의 친구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아라”
너는 그런 말도 못 들어 봤냐?
(때리려는 척을 하며) 이 무식한 놈아.

동식 :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소문난 바람둥이 새끼는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마.
나중에 니 잘 되믄 나도 소개팅 시켜줄껴?

영석 : 알았어. 그것은 염려하지 마. 내가 책임지고 해 줄게.
들어가서 공부나 열심히 하쇼. 내일부터는 도서관에서 매일 보자.

동식. 도서관에서 매일 보자는 영석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간다.




S#19 대학교 도서관 정문 앞 (새벽)

학생들이 도서관 문을 열기를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다. 동식도 학생들과
같이 줄을 서서 영어 테이프를 듣고 있다. 저쪽에서는 영석이 헐레벌떡 뛰어
오고 있다. 영석 테이프를 듣고 있는 동식에게 다가가 이어폰을 뽑으면서

영석 : 굿 모닝?

동식 : (놀란 눈으로) 니가 무신 일이고? 이른 새벽에 도서관에 다 오고?

영석 : (폼나게) 야. 내가 어제 뭐라고 했냐?
이제 당분간 매일 보자고 하지 않데?

동식 : 글타고 니가 이케까지 일찍 올 줄은 꿈에도 몰랐재...
니 대학 4년 대니는 동안 이런 모습은 처음인 거 같은 디?

영석 : 그게 다 사랑의 힘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동식 : 그건 그렇고, 솔직히 이렇게 일찍 온 목적이 뭐여?

영석 : 몰라서 물어? 유정이 자리 잡아 줄라고 왔지.

동식 : 유정이 자리라면 내가 잡아줘도 되잖여.

영석 : (답답하다는 듯이) 이런 범생이 하고는.
지금 자리를 잡아주는 게 목적이 아니고
내가 자리를 직접 잡아줘야 자연스럽게 유정이랑 가까워질 게 아냐?
그러다보면 유정이 친구하고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거고.
너는 오늘 좀 늦어서 유정이한테 자리를 못 잡았다고만 해.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께.

동식 : (감탄사를 연발하며) 하! 역시 대단혀.



S#20.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 (아침)

잠시 후 도서관 문을 열자마자 학생들이 잰걸음으로 뛰다시피 걸어간다. 동식과 영석은 어제 같은 자리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 영석은 영어책을
자신의 자리에 놓고 가방은 옆자리에 놓아 유정을 위한 자리를 잡아 놓는다. 그런 후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간 기분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동식
그런 영석의 모습을 보고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 공부를 계속한다.




S#21.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 (오전)

유정. 열람실 밖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식을 보고 그에게 다가간다. 동식이 공부
열중하여 자신이 온 줄을 모르자 동식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제야 유정이 온
것을 안 동식은 유정에게 다른 사람이 들리지 않도록 귀속 말로 한다.

동식 : (아주 작은 목소리로) 어떡허지?
오늘은 내가 좀 늦게 와서 나도 앞에 있는 친구가 자리를 잡아줬는디.

유정 : (귓속말로) 괜찮아요, 선배님. 이 근처에서 메뚜기나 하지요. 뭐.

동식 : 글지 말고 앞에 있는 내 친구놈 한티 부탁 좀 혀봐. 아마 딴 친구한티
줄려고 자리를 잡아 놓은 거 같혀.

유정 : (눈이 동그래지면서 기분이 좋다는 듯이) 오 그래요?

유정. 영석에게 다가가서 귓속말로 묻는다.

유정 : 다른 선배님 오실 때까지 제가 좀 앉아서 공부해도 될까요?

영석 : 그러세요. 그 놈이 올지 안 올지 모르겠지만 올 때까지는 -----

유정. 신난다는 듯이 기분 좋게 영석의 옆에 앉으며 책을 꺼낸다.



S#22.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 (점심)

동식, 유정 셋이서 나란히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영석, 공부가 약간
지루한 듯이 시계를 보고 있다. 시계가 12시가 넘은 것은 확인하고 동식에게
다가가서 시계를 보고는 몸짓을 한다. 동식 시계를 보고 앞에 앉은 유정에게
같이 식사하러 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유정은 알았다는 듯이 그들을 따라
나선다.



S#23. 대학교 앞 식당 (점심)

영석, 동식이 함께 앉고 유정이 맞은편에 앉아 있다.
유정에게는 영석이 아직은 낯설다. 그런 점을 눈치 챈 영석이 먼저
유정에게 말을 건넨다.

영석 : 오늘은 제가 동식이 밥 사주기로 했으니까 후배님 식사까지
사드릴 께요.

유정 : 그러시면 저야 고맙지만 자리까지 잡아주셔서 제가 사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동식 : 유정아! 괜찮어. 이 새끼 돈 만여. 꺽정 허덜덜 말고 그냥 먹어.

영석 : 아하! 이름이 유정이예요? 성은 뭔가요?

유정 : 김입니다.

영석 : 김 유정이라! 이름이 참 고상하고 예쁘네요?

유정 :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근데 동식 선배님과 친구 분이면 한참 선배님이신데 말 놓으세요..

영석 : (기분 좋아서 장난하듯이) 그래도 될까요? 초면에 반말하면 실례라서
그랬는데. (넉살 좋게) 유정이가 편하다면 이제부터는 말을 놓을 게.

유정 : (동식을 바라보며) 도서관에서 선배님 친구분은 처음
뵙는 것 같은데....

동식 : (물 마시다가 버벅거리면서) 그거야 과외한답시고 허창나게 바빠서
도서관에 못 왔당게? 이 새끼, 작년꺼정 과외함서 돈 많이 벌었어.

유정 : 아 그렇겠네요. 영문과면.
돈 많이 벌었으면 맛있는 거 사 주세요?

영석 : 뭐든지 말만해. 비싼 거 아니면 다 사줄게.

유정 : 흥, (애교부리며) 돈 많이 벌었다면서요. 비싼 거 사 주세요---.

영석 : 비싼 거? 하!! 오늘 지갑 가득 채워 온 거 어떻게 알았데?
유정이 너 혹시 빈대 도사 아냐?

유정 : 빈대도사라뇨?

영석 : (농담삼아) 돈 있는 사람 잘도 찾아다니는 도사말야.
농담이야.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지.
알았어, 알았어, 아무거나 다 사 줄게. 먹고 싶은 거 시켜.

빈대도사란 말에 유정과 동식도 같이 웃는다.

유정 : (동식을 바라보며) 선배님 닭도리탕 어때요?

동식 : 나야 좋재....
근데 닭도리탕이 아니고 닭볶음탕인 거는 알재?

유정 : 그래요? 항상 닭도리탕이라고 해서 그냥 그렇게 알았는데.

영석 : 야이 범생아. 누가 범생이 아니라고 할까봐 그러냐?
그냥 좀 편하게 먹자. (아주머니를 쪽을 바라보면서 큰 소리로)
아주머니 여기 닭도리탕 3인분이요.

아주머니 :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주문하기 위해서 끊겼던 대화를 다시 시작한다.

유정 : (영석에게) 그럼 과외는 계속 하실 거예요?

영석 : (고개를 저으며) 아니. 이제 과외는 그만두고 취직 공부에만 몰두해야지.
나도 이제 졸업반인데.

유정 : 그러세요? 그럼 그만 둔 학생들 한두 명만 저 소개시켜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소개시켜주시면 밥 사드릴게요.

영석 : 안될 거야 없지. 내가 알아봐 줄게.
(농담삼아) 그 대신 밥은 꼭 사라.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유정 : 알았어요. 꼭 살게요. 약속해요. 여아일언중천금.
(약간 머뭇거리면서) 그런데요.
초면에 실례인 줄 알면서 한 가지만 더 부탁 드려도 될까요?

영석 : 무슨 부탁인데?

유정 : 가끔씩 도서관 자리 좀 잡아주세요. 집이 너무 멀어서 일찍 올 수가
없거든요.

동식 : (끼어 들며) 유정아, 그건 염려허지마.
영석놈이랑 나랑 최대한도로 도와줄텡게. 그치 영석아?

영석 : (얼떨결에) 어어어어엉.

영석, 동식, 유정이 계속해서 재미있게 담소를 나눈다. 유정, 영석을 처음 봤지만
여러모로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때
아주머니가 닭볶음탕을 들고 나온다.

아주머니 : 맛있게 드세요...

이들 세 명은 아주머니가 들고 나온 요리를 보면서 맛있겠다는 표정을 지으
며 음식에 손을 댄다.




S#24. 대학 도서관 열람실 (오후)

현주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정을 찾고 있다. 열람실 귀퉁이 쪽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현주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영석은 숨이 멎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전율감을 느낀다. 바람둥이인 자신이 왜 그런 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현주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귓속말로 말한다.

현주 : 공부 되게 열심히 하네.. 그런데 자리는 누구 자리야?
메뚜기 하는 거야?

유정 : 아냐. 선배님들이 자리를 잡아줬어.

현주 : 그게 정말이야?

유정,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현주에게 나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S#25. 대학 도서관 휴게실 (잠시 후)

유정, 음료수 자판기에서 캔을 두 개 뽑아 현주에게 보여주며

유정 : 뭐 마실래?

현주 : 난 커피.

현주, 캔 커피를 마시려고 하면서 유정에게 묻는다.

현주 : 근데 도대체 어떤 선배들이 자리를 잡아 준거야?

유정 : 으응, 원래는 동아리 선배가 자리를 잡아줬는데 오늘은 그 선배가 늦게
와서 선배 친구분이 자리를 잡아놓은 건데, 운 좋게 내가 앉았어.
그 뿐이 아니라 오늘 맛있는 점심도 사주시구, 또 앞으로 종종 자리도
잡아주신다고 하네.

현주 : 뭐 사주셨는데?

유정 : 닭도리탕. 근데 너무 맛있더라구.

현주 : (골이 난다) 그렇구나.

유정 : (약 올리는 듯이) 근데 하나 더 있다--앙?

현주 : 뭔데?

유정 : 그 선배님이 자기가 하던 영어 과외 학생 한두 명 소개시켜 준데.

현주 : (눈이 동그레지며) 과외까지? 너 오늘 완전히 봉 잡았네?

유정 : 그러게, 동아리 잘 들어간 덕에 오늘 완전히 횡재했지 뭐.

현주 : (후회스러운 듯이) 나도 그 동아리 들어갈 걸------.
니 말 안 들어서 후회돼.

유정 : 아마 그 선배님. 사람이 너무 좋아서 니가 원하는 부탁을 해도 아마
들어주실 거야. 너도 한번 잘 부탁해봐.

현주 : 알았어. 고마워




S#26 대학 도서관 열람실 (오전)

동식은 수업하러 가고 영석과 유정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때 현주가 그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온다. 유정, 현주에게 동식 선배가
수업하러 갔다고 귓속말로 말해주고 잠시 자리에 앉게 한다. 현주가
맞은편에 앉자 영석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자신을 가누기 어렵지만 꾹
참고 아무 일이 없는 듯 태연하게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S#27 대학 도서관 열람실 (점심)

영석은 계속 공부를 하고 있고, 동식은 아직 자리에 없다.
현주와 유정이 함께 수업을 마치고 다시 도서관에 있는 자기 자리로
찾아가서 자신들의 자리를 잘 정돈하고 있다. 유정이 시계를 보며 영석의
앞으로 가서 점심시간이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영석에게 다가간다.

유정 : (귀속 말로) 어제 제가 얻어먹었으니까 오늘은 제가 살게요.

영석 : (조용히) 좋아, 유정이가 사준다니 나야 좋지 뭐.
나가자.

영석과 유정이 식사하러 나가자 현주도 함께 따라 나선다.



S#28 레스토랑 (잠시 후)

영석, 혼자서 앉고 맞은편에 유정과 현주가 앉아 있다.

유정 : (친구가 대견한 듯 자랑스럽게) 일단 제 친구 소개부터 할게요.
이 쪽은 저랑 제일 친한 친구 현주예요. 최 현주.
저랑 고등학교 때부터 친해서 항상 붙어 다녔어요.

영석 : (별 관심이 없다는 듯이) 아 그래?

유정 : 그리고 이 분은 내 동아리 선배 친구 분이셔.

현주 : 아 그래? 이 분이 아까 니가 말한 그분---?
(퉁명스럽게) 반갑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유정이가 선배님께 도움 많이 받았다고.

영석 : 도움을 많이 주다니요? 아직 해 준 것도 없는데?

현주 : 저보다 한참 위신 거 같은데 말씀 놓고 싶으면 그러시던가.

영석 : (딱딱하게) 그래도 될까요? 아직 초면인데.

현주 : 유정이한테 말 놓는 사이라면 저한테도 괜찮아요.

영석 : 그래? 알았어. 그럼 말 놓을 게.

유정 : (영석을 쳐다보며)
처음 보는 사람들은 현주가 “싹수가 노랗다”고 볼 수가 있어요.
하도 남자들이 귀찮게 하니까 아마도 왕싸가지가 된 것 같은데
하지만 속마음은 한결같고 좋은 애예요. 그러니까 너무 쌍안경
끼고 보지 마세요.

영석 : 그래? 내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기는 해.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유정 : 뭐 드실래요? 제가 맘먹고 사드리는 거니까

영석 : (웃으면서) 비싼 거.

유정, 영석이 비싼 거라고 말하자 어제 자신이 비싼 거를 말했던 것을
생각하며 영석의 장난과 농담에 맞대응한다.

유정 : (우는 표정으로) 비싼 거요? 저는 아직 돈을 못 벌었는데---.

영석 : 앞으로 돈 많이 벌잖아?
카드로 긁어. 3개월 할부하면 되지 뭐. 안 그래?
(웃으며) 웃자고 한 말이야.
그냥 돈까스 먹지 뭐. 여기 돈까스 먹을 만 하거든.

유정 : (장난치며 안도하는 목소리로) 좋아요. 그거 먹어요.
현주야. 너도 괜찮지?

현주 : (표정이 밝아지며) 당근이지.

말끔하게 차려 입은 여자 직원이 주문서를 가져오고 있다.

영석 : 돈까스 3개 주세요.

직원 : 네, 좋은 시간 되세요...

영석, 현주 쪽으로는 관심이 거의 없다는 듯이 눈길을 거의 주지 않고
유정에게 시선을 고정하다 가끔 한 번씩 겸연쩍어서 현주 쪽을 쳐다본다.
현주는 늘 남자들에게 시선이 집중되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이 되니
자신도 모르게 당황스럽다. 유정 역시 항상 남자들의 시선에 현주에게 향하
는 것에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할 때가 많았는데 오늘 다른 상황을 경험하게
되니 더욱 기분이 업(up)되는 것 같다.

영석 : 어제 네가 부탁한 과외 알바 말이야.

유정 : 네.

영석 : 내가 잘 말해놨으니 전화해서 찾아가봐.
그 집에서 나를 믿고 오케이한 거니까 니가 잘못하면 내가 책임져야 돼.

유정 : (뛸 듯이 기뻐하며) 정말이요?
선배님께 오점을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볼 게요. 정말 고마워요.

영석 : (쪽지를 건네주며) 전화번호는 여기 적혀 있어.

유정 : 아무 때나 전화해도 되는 건가요?

영석 : 최대한 빨리 전화해야 할 거야. 왜냐면 아이들도 선생님이 필요하니까.
다른 과외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먼저 전화를 해야 지.

유정 : 그럼 오늘 당장 전화를 해야겠네요.

영석 : 그게 좋겠다.

유정 :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입장에서) 선배님.
좋은 과외 선생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 하나만 가르쳐 주세요.

영석 : (깊이 생각하며) 조건이라.
원리적인 측면을 먼저 확실히 하고, 점차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돼.
예를 들어 준동사, 다시 말해서 동명사, 분사, 부정사가 왜 생겨났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 지, 그런 원리적인 면을 확실히 이해시키고
그리고 활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거야. 마구잡이식으로
외우라고만 하면 학생이 이해도 못하고, 이해를 못하니 활용도 전혀 못하지.

유정 : (감탄하면서) 와아, 정말로 대단하시네요.
제가 부족한 면이 많아서 선배님께 좀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주실 거죠?

영석 :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영석, 현주 앞에서 자신을 자랑할 수 있게 되서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현주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영석 : 유정이는 무슨 음식 좋아해?

유정 : 저요? 전 캘리포니아 롤이나 스시 종류가 좋아요.

영석 : 그래? 내가 잘 아는 곳이 있는데 언제 한번 같이 가자.

현주 : (퉁퉁거리며) 저도 같이 가도 되죠 ?

영석 : (별 생각 없이) 너도? 넌 남자친구 없니?

유정 : 선배님, 현주가 남친이 없겠어요? 얼굴을 한번 자세히 보세요.
고등학교 때는 고딩 얼짱, 지금은 대딩 얼짱. 길을 같이 다니다보면요.
사귀자고 따라다니는 남자 얘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서 골치가 아파요.
그래도 현주는 눈 하나 깜작 안 해요. 제가 오히려 걔네들 막느라고
무척 힘들죠. 그치 현주야?

현주 : (쑥스러운 듯 고개를 흔들며) 으응.

영석 : (현주 쪽을 힐끔 쳐다보며)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남친이 많으면 걔네들하고 가면 되겠네.

현주, 영석의 모습에 놀라워한다. 그리고 영석에게 자신도 여러 가지 것을 부탁을 하고
싶었으나 영석의 냉랭한 분위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둘의 대화만 옆에서 듣고 있다. 항상 남자들 앞에서 주인공이 되어
있던 자신이 이렇게 초라하게 대화에도 끼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가라는
자존심에 극도의 상처를 입은 모양이다.



S#29 레스토랑 (시간경과)

영석과 유정이 대화가 마냥 즐거운 듯 음식을 거의 다 먹었으나 현주는
대화에서 제외된 듯한 느낌을 받아 마음의 상처가 큰 듯 별로 먹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영석과 유정은 현주의 그런 모습에 거의 개의치 않는다.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나선다.



S#30 레스토랑 계산대

유정이 돈을 내려고 나서자 영석이 가로막고 자신이 직접 계산하며

영석 : 선배가 아직 한참 어린 후배한테 얻어먹겠냐?
그건 도리가 아니지. 나중에 돈 받으면 그때 사라.

유정 : (너무나 죄송스러워 하며) 아무리 그래두요. 오늘은 제가 사기로 했는데

영석 : 내 마음이 편한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유정 : (고마운 마음에 웃으며) ------

현주, 영석의 그런 모습에 존경스러워 하는 눈치가 엿보인다.
남자들에게 많이 시달려온 그녀에게 그런 영석의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다.
자신도 모르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서운함과 영석에 대한 호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S#31 현주의 집 (밤)

현주, 의자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낮에 있었던 일들이 자꾸
떠올라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영석이 보통 남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영석에 대해서 궁금해진다.



S#32 도서관 열람실 (오전)

유정, 유정의 동아리 선배 동식, 영석, 이들 세명이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현주, 그 모습을 보고 유정 쪽으로 가고 있다.
영석은 현주가 자리가 없는 것을 알고 억지로 자리를 비워주며 유정에게
귀속말로 말한다.

영석 : 내가 수업이 있으니 현주한테 앉아서 공부하라고 해.

유정 : (아주 조심스럽게) 알았어요.

영석, 현주가 가까이 오기 전에 미리 다른 곳으로 나간다.
유정, 현주가 가까이 다가오자 귀 속말로

유정 : 영석 선배가 수업이라니까 내 옆에서 공부해.

현주 : 그래도 될까?

유정 : 그럼. 선배가 미리 말해주던데.

현주 자리에 앉으면서 내심 고마운 모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기를
피하는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S#33 도서관 열람실 (저녁)

현주,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본다. 어디에도 영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전에 수업하러 나간 영석이 아직 돌아오지 않자 현주는 영석이 자신 때문에
억지로 다른 곳에 가지 않았는가 하는 불안감이 깊어진다. 또한 그런 영석의
마음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겉으로는 차갑게 대하는 것 같으
면서도 속으로는 깊이 챙겨주는 것 같아 더욱 난감하다. 현주, 아무래도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먼저 자리를 일어선다.

<나레이션> 선배가 어디에 갔을까? 아무래도 나 때문에 나간 거 같은데.
나를 피하는 건지 나를 챙겨주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현주 : (유정의 귀에 대고) 나 먼저 갈께.

유정 : 응. 난 공부 좀 더하고 갈께. 내일 봐.

현주, 자리에서 나가자 얼마 후 영석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들어온다.
그런 모습을 보고 동식이 영석에게 조용히 묻는다.

동식 : 뭣땀시 이렇게 늦었냐?

영석 : 수업도 받고 사람도 좀 만나고 그랬지.

동식 : 밥이나 쳐먹으로 가자.

영석과 동식이 밥 먹으러 일어나며 유정에게 같이 밥 먹으로 가자고 제스처를
보내자 유정은 입 모양과 손짓으로 집에 곧 갈 거라고 말한다. 연달아 얻어
먹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S#34 순대 국밥집 (저녁)

국밥집이 장사가 잘 되서 손님들이 대부분 차 있고 여기저기 주문 소리가
들린다. 영석과 동식은 가장자리 쪽으로 들어가서 앉는다.

동식 : 야. 쌩까지 말고 불어라? 어디 갔었냐?

영석 : 사실은 현주한테 자리 비껴줄려고 여기저기 전전긍긍했지. 뭐.

동식 : 글믄 아침에 자리를 하나 더 잡아두믄 되잖여.

영석 : (답답하다는 듯이) 아이고 이 바보. 이걸 어떡해! 
영석아.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거야.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고.
지금은 현주한테서 나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도록 해야 하고 또한
현주 자신이 나한테는 별스런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해.

동식 : 그려? 근데 그건 또 왜 그려?

영석 : 항상 주위에서 예쁘다고 칭찬을 듣는 여자애들이나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여자일수록 자신이 잘났다는 사실에 익숙하고 또한 주변에
칭찬만 하는 남성들이 가득하지.
그런데 어떤 괴짜 같은 남자가 그 여자 주위에 있으면서 자신에게 별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런 상황이 잘 적응이 되지 않는 거야. 그러니까
반대의 상황이 되면 자신의 그런 상황이 더욱 진지해지고 고민스러
워지는 거지. 그 말은 결국 그러면서 그 남성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니?

동식 : 그니까 니 말인 즉슨 우리가 4개의 자리를 잡는다고 혀.
글믄 현주 생각에 자신이 공주라서 우리가 그 가시나한티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게를 위해서 자리 잡아 놓은 것이 당연허다고
그 가시나가 착각헌다는 것이재? 근데 우리가 현주 그 가시나 것은
빼뻐리고 자리를 잡으믄 우리의 무관심에 맴의 상처를 받는 거이고.

영석 : 이 새끼, 이제야 좀 대가리가 돌아가네.

동식 : (탄성을 울리며) 과연 우리 학교 최고의 선수답구만.
대단허다. 대단혀.

영석 :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동식 : 글믄 또 어떤 다른 걸 준비혀야 하는디?

영석 : 겉으로는 너한테 전혀 관심이 없지만 속으로는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보이지 않는 배려를 준비해야지.

동식 : 웟따매. 그래서 니가 현주한티 뭣나게 차갑게 대하믄서도 오늘 계속
자리를 비워준 거구만.

영석 : 이 새끼. 그나마 알아들으니 다행이다. 사람은 말이다.
내가 처음 상대에게 고마운 일을 해주잖아? 그러면 고맙게 생각해.
인격이 있는 사람이면 그 은혜에 보답을 하려고 하기도 하고.
그러나 고마운 일을 계속해서 해 주잖아? 그러면 그 고마운 일이
당연한 것이 된다. 웃기지? 근데 더 웃긴 것은 나중에 그 고마운 일을
안해 주잖아? 그러면 오히려 마음 상해하고 기분나빠하고 심지어는
화를 내는 경우도 있어. 정말로 가관이잖냐? 난 그것을 올바른 기쁨이
뭔지를 모르는 사람들의 나쁜 본성이라고 해서 부정렬적 본성이라고
명명해봤어.

동식 : 그랑게 그 말인즉슨 맨날 자리 잡어 주다가 안잡아 주믄 현주가 나중엔
당연허게 생각허든지, 신경질낸다 그거제?
영석아. 여자의 심리에 관혀서 누가 널 능가헐 수 있을랑가 궁금혀.
거시기, 할튼, 나는 너만 믿는당게.

영석 : 알았어. 임마. 니가 원하는 여자 만날 때까지 소개팅을 시켜줄 테니까
그건 염려 말고 내 일이나 마저 도와줘.

동식 : (고개를 끄덕이며) 알그써.



S#35. 대학 도서관 열람실 (빠른 전개 - 상황 반복 )

영석, 매일같이 일찍 나와서 자리를 잡아놓고는 현주가 오면 수업을 핑계로
피하고 다시 현주가 수업에 가면 다시 공부하기를 반복한다. 현주의 시간표를
통해서 미리 현주가 언제 올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석이
현주 때문에 억지로 자리를 피한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동식과
시간을 맞춰 동식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에는 유정과 현주와 더불어 같이
공부를 한다. 유정과 현주는 그들의 이런 상황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다만
알아서 피해주는 선배가 고마울 뿐이고 현주는 자신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상태가 아쉽게 느껴진다.






S#36 대학 캠퍼스 (점심)

현주와 유정이 오전 수업이 끝나고 식사하러 학생회관에 가는 도중에 웬
남학생들 두 명이 저쪽에서 쫓아와서 다짜고짜 묻는다. 우연히 학생회관
쪽으로 향하던 영석이 그 광경을 보게 되고 서서히 그쪽을 향해 걷는다.

남자 1 : (현주의 옆에 서며) 잠깐 실례 좀 해도 되겠습니까?

현주 : (딱딱하게) 왜 그러시는데요?

남자 1 : (수줍은 듯 하지만 넉살 좋게) 저--는 이 학교 국문학과 2학년 김
정수라고 합니다. 등하교 길에 앞에 계신 분을 몇 번 보게 되었는데요.
사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잠시 시간 좀 내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밥을 사던지 차를 사고 싶은데--.

현주 : (질렸다는 듯이 함부로) 죄송한데요. 저는 이미 남자 친구가 있어요.

남자 2 : (갑자기 끼어들며)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요?

유정 : (옆에 있다가 한심하다는 듯이) 골도 골 나름이지요.
경기가 완전히 끝나고 골 들어가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

남자 1 : 완전히 경기가 끝났다면 희망은 더 이상 없는 건가요?

현주 : (딱 짤라 말하며) 그렇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남자 1 : (다짐하며) 그런다고 해서 포기한다면 남자가 아니죠?
잠시만요.

남자1, 유정을 바라보다가 마술을 이용하여 순간적으로 장미 한 송이를
손에 보이며 유정에게 준다.

남자 1 : (장미를 주며) 친구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유정 : 우와, 신기하다. 어떻게 하신 거예요?

남자 1 : 사랑을 위해서 마법의 힘을 빌어 가져온 거죠.

남자1, 이번에는 현주를 위해서 장미꽃 마술을 하는데 이번에는 한 송이가
아니라 한 다발을 보이는 마술이다.

남자 1 : 저는 마술동아리입니다.
그냥 제 성의로 받아주세요. 그냥 부담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현주, 그런 남학생의 모습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현주 : (받아서 유정에게 준다) 저는 마술의 힘보다는 진실의 힘을 더 믿어요.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전 남친이 있고, 친구가 아직 남친이 없으니
친구하고 잘 한번 해보세요. 유정아 괜찮지?

유정, 꽃다발을 받으며

유정 : 저도 아직 남자 사귈 입장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가주세요.

남자 2 : 너무 싸하시다?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갖추어 주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현주 : (한심하게 생각하며) 우리가 댁들을 쫓아왔어요?

남자 2 : (작게) 이쁜 것들은 얼굴값 한다더구만 너무 그러지 마요.

유정 : (현주의 기분을 눈치 채고)
싫다는데 이 사람들이 왜 그럴까? 정말로 미치겠네.

영석 : (갑자가 뒤에서 나타나서) 무슨 일이야?

유정 : (짜증내며) 현주랑 식사하러 가려는데 이 분들이 따라와서----

영석 : 아 그래? (현주를 가리키며) 미안하지만 제가 이 분 남친이거든요.
그러니까 알아서들 좀 -------.

남자 1,2 : (탄성소리) 우아

남자 1 : 정말로 멋지게 생기셨네요. 우리가 그것도 모르고. 실례했습니다.
앞으로 두 분 행복하세요.

현주와 영석을 번갈아 보며 하트를 양팔로 만든다.
꼭 행복하세요.

남학생 두 명이 떠나자 영석, 아무런 말없이 발길을 돌린다. 현주와 유정은
영석의 개입에 고마워하는 표정이고 유정이 먼저 말을 한다.

유정 : 오빠 고마워요. 그런데 어디로 가세요?

영석 : (가면서) 총학에 좀 볼 일이 있어서. 나중에 도서관에서 다시 보자.

유정 : 네에

영석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현주는 문득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는 듯
이 갑자기 유정에게 말한다.

현주 : 유정아 나 잠시 밖에 좀 다녀올게.

유정 : 갑자기 무슨 일 있니?

현주 : 까먹은 게 있어서 잠시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 갔다 와서 말해줄게.

유정 : 알았어. 그럼 좀 있다 봐.

유정이 학생회관 식당 쪽으로 향하자 현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영석이 걸어
가는 쪽으로 달려간다.


현주 : (영석을 가로막으며) 선배님! 점심 좀 사주시면 안돼요?

영석 : (좋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듯이) 글쎄...
뭐 먹고 싶어?

현주 : 아무거나요.
딱히 뭐 먹고 싶은 게 있어서가 아니구요. 그냥 선배님과 대화 좀
하고 싶어서요.

영석 : 그래? 난 별로 할 얘기가 없는데.

현주 : 너무 그러지 마시구, 잠시 시간 좀 내주세요.

영석 :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래라 그럼. 어디로 갈까?

현주 : 저번에 그 레스토랑 어때요?

영석 : 좋아.

현주, 좋다는 영석의 말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S#37. 레스토랑 (점심)

현주, 영석과 있는 둘만의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영석의
표정은 아직도 싸늘하다. 저번에 서빙하던 여자 직원이 스프를 가져다 놓는다.

현주 : 선배님

영석 : 왜?

현주 :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영석 : 뭔데?

현주 : 왜 저한테 좀 차갑게 대하는 지, 또 왜 자꾸 피하시는 듯한 인상을
주시는 지 그게 좀 궁금해서요...

영석 : (무뚝뚝하게) 난 그런 적 없는데

현주 : 지금도 그러시잖아요. 저랑은 눈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고.
유정 이한테 대하는 걸 보면 저랑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영석 : (현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그건 단지 니 느낌일 뿐이야.

현주 : 혹시 제가 선배님께 뭘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영석 : 현주야! 우리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니가 뭘 잘못해.
그런 거 아냐.

현주 : 그건 그런데, 그렇다면 지금처럼 계속 저 좀 똑바로 봐주시면 안 돼요?

영석 : (겸연쩍어 하면서 현주의 눈을 다시 바라보며) 봐, 그런 거 아니라니까.

현주 : 그럼 선배님 앞으로 저도 유정 이처럼 대해주시는 거죠?

영석 : (바로 말을 하지 못하고 생각을 하며) 그건 좀 어렵겠는데------.

현주 : 왜요?

영석은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처럼 약간 시무룩해진다. 약간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낸다.

영석 : 사실은 말야.

약간의 침묵이 흐른다. 현주, 그런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영석 : (침울한 표정으로) 사실은
내가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 사귄 여자가 너처럼 정말로 예뻤어.
2년 동안 세상 사람들 다 부러울 정도로 행복하게 사귀었지. 그런데
결국은 나보다 조건이 더 좋은 남자한테 가더라구. 정말로 서로 뜨겁게
사랑했었는데----. 단단한 그런 사랑도 조건 앞에서는 무너지더라구.

현주 : (놀라워 하며) 아--. 그런 일이 있으셨어요? 너무나 안타깝네요.
그 일로 상심이 정말로 크셨겠어요?

영석 : 말도 마. 실은 몇 날 며칠, 아니 몇 달 동안을 술로 보내면서 뼈저리
게 후회 했어. 그런 여자에게 내 모든 것을 다 준 거.
그 이후로는 여자가 여자로 안 보이는 거야. 그냥 즐기는 상대로만
느껴졌지. 그렇게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바람둥이가 돼 버렸어.
신입생이라 너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난 소문난 바람둥이거든.

현주 : (애처로운 목소리로) 정말 그 여자분 이해를 못하겠네요. 선배님 같은
좋은 분을 놔두고 조건이 좋다고 다른 사람에게 가버리다니.

영석 : 너무 그렇게만 생각하지마.
그녀의 잘못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녀의 미모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할거야. 왜냐면 그녀가 아무리 나를 원해도 남자들이 가만히 놔두
지 않거든. 남자들의 유혹을 견뎌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같이
남자들이 들이대는데 그녀도 다른 남자랑 내가 서로 비교되지 않겠니?

현주 : (거침없이) 아무리 남자들이 들이댄다고 해도 저 같으면 안 그럴 것
같아요. 아까도 보셨잖아요? 남자들이 제게 들이대는 거.

영석 : 현주야. 자신이 당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남 이야기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그런 상황이 되면 너도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라.
그러니 너무 장담하지 마.

현주 : 물론 그렇긴 한데.

영석 : 사실, 난 널 처음 봤을 때 내 첫사랑이 떠올랐다. 아니 그 이상이었을지
도 몰라. 그런데 그 순간 과거의 고통스러운 날들이 스쳐지나가는 거야.
다시는 내 모든 것을 다 주는 그런 어리석은 사랑을 하지 않기로 했던
맹세도 흔들리고... 그래서 니가 좋아지기 전에 그냥 멀리 놔두고 싶었
던 거야. 이제는 내 마음을 알겠니?

현주 : (떨리는 목소리로) 네에, 조금은 요.

영석의 고백을 들은 현주, 한 여성으로부터 받았을 영석의 깊은 상처에
안쓰러운 마음이 느껴지고 자신이 사랑했지만 배신한 여자를 끝까지 배려
하는 인간성까지 감동적이다. 이에 현주는 그녀로 인해서 바람둥이가 된
그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영식이 자신을
싫어서 멀리한 것이 아니 깊은 사랑에 빠지기가 두려워서 그랬다는 것을
깨닫고 영식에게 더욱 강렬한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나레이션> 반드시 내가 오빠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고 말거야.
그래서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꼬옥
보여주고 말 거야. 꼭.




S#38 학교 운동장 옆 벤치 (오후)

영석, 매력적인 한 여학생과 벤치에 같이 앉아 있다. 여학생이 들고 있는
책을 보니 주식과 관련된 책이다.

영석 : (여학생을 쳐다보며) 초면에 실례인 줄을 알지만 뭐 좀 물어볼게요.
지금 주식을 공부하고 계시나 봐요?

여학생 1 : 네,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서 주식 동아리에서 공부해요.

영석 : 저도 주식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데 저는 주위에 같이 공부하고 투자해 볼 친구가 없어서
그런 사람을 찾고 있었거든요. 그런 분을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여학생 1 : 그러세요? 이 학교 학생이세요?

영석 : 그럼요. 영문과 졸업반 장 영석이라고 합니다.

여학생 1 : 그러시구나. 주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영석 : 자본주의의 꽃이 주식이 아닙니까? 따라서 국민 전체가 주식에 관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된다고 봅니다.
사실 IMF 이후에 너무나 많은 우량주가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 국가의
부를 국민이 아닌 재벌과 외국인이 소유하게 되므로 국민들에게 되돌아
가는 혜택이 줄어들고 국민들이 살기 어려운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그때 4만원 했던 삼성전자가 지금은
6-70 만원대로 커졌으니 그 어머어마한 부가 다 어디로 갔겠어요?
그룹사의 지분을 제외하고 50% 가까이 외국인 손에 있으니 말 다했죠?

여학생 1 : 주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계시군요?
그래서 저 역시도 주식에 관심이 있는 거예요.
저도 역시 말씀하신 것처럼 단기 투자 관점이 아니라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해서 투자수익을 극대화할 때까지 장기 투자하는
가치투자를 선호하고 있거든요. 수익률은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손실은 별로 없는 안정적 투자라고 해야 되겠죠.

영석 :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 투자를 하는 가치투자라?
그런 가치투자도 때때로 잘만 투자하면 대박을 낳을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2003년에 삼성 엔지니어링이 3,200원 있었는데 요즘 한 때는 12만원에
육박했으니 엄청난 수익률이잖아요?

여학생 1 : 맞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철저히 분석을 해서 원래의 가치보다 낮게
평가가 되었을 때 과감히 사서 충분한 기간 동안 보유를 한다면 아마
주식으로 돈을 잃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사람들이 너무 빠른 시간
에 많은 돈을 벌려고 욕심을 부려서 손실이 크게 나는 거라고 개인적
으로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영석 : (맞장구치며) 맞는 말씀이시네요?
아 그러세요? 저랑 주식을 보는 관점도 비슷하고 제가 도움을 드릴
것은 없지만 도움을 좀 받고 싶은데 과랑 연락처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여학생 1 : 그러세요. 서로 좋은 사람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지요.
경영학과 3학년 이 경희라고 합니다.
번호는 제가 휴대폰으로 찍어 드릴게요. 휴대폰 잠시 주세요.

영석 : (휴대폰을 주며) 자 여기요.

영석이 휴대폰을 주자 여학생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눌러 자신에게 전화가
온 것을 확인한다.




S#39 학교 운동장 옆 벤치가 보이는 곳 (동시)

이때, 매력적인 한 여성과 벤치에 앉아서 담소를 하고 있다.
현주와 유정이 그런 영석의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다.

유정 : 선배님 여자친구인가 봐. 얼짱에 몸짱에 정말로 매력적이다.
하여튼 선배님은 능력도 좋으시다니까.
하기사 돈 많지, 키 크지, 잘생겼지, 능력 있지. 그러니 어느
여자인들 안 좋아 하겠어?

현주 : (혼자만 비밀을 안다는 듯이) 그런 사람일수록 사연이 많은 거야.

유정 : 너 뭔가를 아는 것 같이 말하는 구나.

현주 : (딱 잡아떼며) 아니야. 그냥 그럴 지도 모른다는 거지.

현주, 어제 영석이 자신을 소문난 바람둥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영석이 바람둥이가 된 사연을 알고 있다는 생각에 그런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그런 영석을 자신의
품속에 안주하도록 하고픈 생각에 젖는다.


S#40 도서관 열람실 (저녁)

영석이 공부에 열중하다가 문득 현주를 보게 되는데 현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자기 공부를 하고 있다. 숱하게 많은 여자들을 사귀어 봤지만
현주는 자신에게 좀 특별한 존재로 여겨진다. 영석이 이것, 저것 생각할 것이
많아 자리에서 일어선다. 순간 현주는 그런 영석의 모습을 보고 조심스럽게
영석의 뒤를 따라간다. 현주가 밖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 유정이 묻는다.

유정 : (귀 속말로) 현주야 어디 가?

현주 : 잠시 머리 좀 식히러.



S#41 학교 운동장 (저녁)

영석이 혼자서 조용히 운동장을 돌고 있다. 이때 현주 영석의 뒤로 몰래
다가가서 갑자기 팔짱을 낀다. 영석이 깜짝 놀라 멈칫하자 현주 깔깔 웃
는다. 그런 현주의 모습에 영석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큰 행복감에
젖는다. 영석, 그러나 이내 곧 냉정을 찾는다.

현주 : (웃으면서) 놀라셨어요?

영석 : (태연하게) 아니? 내가 왜 놀라? 남자가 그만한 일로 놀라면 쓰나?

현주 : 에이 거짓말. 놀라서 멈칫해 놓구선.
거짓말이 아니면 남자라는 자존심 때문인가?

영석 : 아니야. 정말로 안 놀랬어. 다만 -----.

현주 : 다만 뭐예요? 빨리 말해주세요. 궁금해 죽겠어요?

영석 : 다만 너같이 사랑스러운 얘가 나 같은 바람둥이를 따라왔다는 것이
당황스러워서 그렇지.

현주 : 선배님이 바람둥이가 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 진정한 사랑을 만나시면 되지 않겠어요?

영석 : 누가 나의 진정한 사랑이 되겠니?

현주 : 선배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또 선배님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을
반드시 만나게 되리하고 저는 믿어요. 만약 그런 분이 없다면 제가
라도 되어 드릴게요.

영석 : 니가?

현주 : (당당하게) 네에.

영석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람둥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면?

현주 : (주저하지 않고) 그땐 상황을 봐서 참고 살던지, 아니면 확 같이
바람을 피든지 그것도 안 되면 그냥 확 이혼해 버리지요 뭐.

영석 : 그럼 겁나서 같이 살겠냐?

현주 : 그러니까 바람을 안 피우면 돼죠. 안 그래요?

영석이 가는 길을 멈추며 현주를 돌려 세우며

영석 : 현주야!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다.

현주 : 그건 그렇죠. 근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아까 오후에 만나 여자 분은 누구예요?

영석 : 그건 니가 알아서 뭐하게?

현주 : 그냥 궁금해서요.

영석 : 니가 나랑 가까워지려면 그런 점부터 고쳐.
난 내 사생활에 간섭을 하는 여자는 딱 질색이거든. 그냥
관심을 가져주는 거랑, 간섭을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거든.

현주 : (약간 서운한 듯) 알았어요. 저는 관심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선배님이
간섭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건 제 잘못인 거 같네요.

영석 : 그렇다고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마. 난 부부라고 할지라도 서로
기본적인 사생활은 보장해 줘야 한다고 봐.

현주, 영석의 사생활 보장이라는 말에 맘이 좀 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늘
일을 계기로 영석 선배와 많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한다. 영석은 현주에게 약간 미안한 듯 새로운 제안을 한다.

영석 : 우리 그만 걷고 벤치로 갈까?

현주 : 그럴까요?

현주, 영석이 운동장에서 벤치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S#42 학교 운동장 옆 벤치 (잠시 후)

영석과 현주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다. 영석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현주를
보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졸업반과 신입생과의 만남, 바람둥인 자신과
순진한 현주와 교제를 생각하며 극과 극을 상상해 본다. 그러면서 아직 어리
고 순수한 현주만큼은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레이션> 졸업반인 나 신입생인 현주, 바람둥이인 나 왕싸가지인 현주
만남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영석 : (현주를 쳐다보며) 대학에 들어오기까지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었지?

현주 : 네, 그렇지만 그것은 학생이라면 대부분 겪는 고통이잖아요.

영석 : 그렇지. 근데 문제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와도 계속해서
공부만 해야 한다는 거야. 나 같은 놈은 놈팽이라 대학공부하고는
상관없이 다녔지만 말이야.

현주 : 그래도 그 만큼 능력이 되니까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머리가 좋던가?

영석 : 머리는 무슨. 나 같은 똘대가리가 좋으면 이 세상에 멍청한 사람이
어딨냐?

현주 : 너무 그렇게 겸손하지 않으셔도 돼요. 동식 선배님한테서 벌써 선배님
머리 좋고 능력 있다는 말씀 다 들었으니까요.

영석 : (빙긋이 웃으며) 실없는 놈, 어린 얘들에게 별 얘기 다 했고만.

현주 : 저희, 어린 얘들 아니에요? 저희도 엄연한 성인이라구요. 이제는.

영석 : (맹랑하다는 듯이) 그래, 너희도 성인은 성인이지.

영석과 현주 서로 민망한 듯이 잠시 말이 없다. 삼성 MP3폰으로
저장해 둔 조용한 노래(이 비가 그치면)가 나온다.

현주 : 노래가 좋네요. 분위기도 좋고.

영석 : 잠시 어깨를 반대쪽으로 돌려봐.

현주 : 왜요?

영석 : 왜요는 일본요를 왜요라고 하고 그냥 묻지 말고 돌려봐.

현주, 영석의 말에 어깨를 반대쪽으로 돌린다. 영석은 현주의 어깨에 두 손을
가볍게 올리고 두 손 엄지로 어깨의 가운데 부분과 이곳저곳을 눌러본다.

영석 : 어깨가 많이 뭉쳤네. 이 정도라면 편두통이 있을 정도겠는데?

현주 : 그것을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편두통이 심해서 가끔 힘든데.

영석 : 내가 도사는 아니지만 몇 가지 가르쳐줄게.
어깨는 어린아이처럼 항상 부드러워야 정상이야.
그래야 기 순환이나 혈액순환이 잘되는 거지.
그런데 이렇게 어깨가 단단하면 그 만큼 혈액순환이 안 된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통증을 유발하게 되지, 근데 그런 상태를 가만히 내버려
두거나 악화시키게 되면 어깨 통증으로 끝나지 않고 머리 쪽으로 올
라가서 새로운 편두통을 유발하게 되는 거야.

현주 : 그러니까 제가 겪는 편두통이 어깨통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거죠?

영석 : 그렇지, 그렇지. 내가 일주일 안에 다 나을 수 있도록 만져줄게.
돌팔이는 아니니까 걱정 말고. 남녀 간의 안마나 마사지는 자격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과 정성이 얼마나 깊은 가가 중요한
것이거든. 그러니까 내가 정성껏 안마해주면 반드시 좋아질 거야.

현주, 따뜻한 말과 배려 속에 정성껏 안마를 해주는 영석의 모습을 보며 또 한 번의 깊은 감동에 빠진다. 고마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영석에게 말을 건넨다. 영석은 계속해서 안마를 해주고 있다.

현주 : 선배님은 정말로 아는 것도 많으시네요.

영석 : 내가 아는 게 많은 것이 아니라 보통 남자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거지.

현주 : 무슨 말씀인지?

영석 :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더 센 이유가 뭔지 알아?

현주 : (당연하다는 듯이) 그거야----


영석 : 흠, 남자가 여자보다 더 힘이 센 이유는 그 힘을 여자를 위해서 사용하라고
조물주가 그렇게 만든 거야. 근데 어떤 놈들은 그 힘을 여자에게 사용하지.
또 어떤 놈들은 그 힘을 어디다 사용해야 하는 줄도 몰라?
답답한 놈들. 남자 하나 보고 행복해 하는 자신의 분신한테 이렇게
조금만 신경을 써 줘도 기뻐하고 행복해 할 텐데 말이야. 안 그래?

현주 : --------------.

현주, 고마워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다. 다만 영석의 말에 그가
다른 남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런 영석을
만난 지금 이 순간이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느껴진다.

영석 : 현주야. 내가 뭐 하나 물어 볼테니 너는 Yes, 아니면 no로 대답을
해야 된다. 알았지?

현주 : 네. 물어보세요.

영석 : (아주 빨리) Would you mind if I kiss you?

자막에 “내가 키스하는 한다면 너는 꺼려지니?"라고 나온다.
현주 갑자기 키스란 말에 당황하여.

현주 : (거침없이 단호하게) No. N-------o.

자막에 “ 꺼리지 않습니다. 빨리 하세요” 라고 나오고 영석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기습적으로 현주의 입술에 뽀뽀를 한다. 현주, 갑작스런
입맞춤에 몹시 당황해 한다.

현주 : (그래도 싫지 않은 듯 당황해 하며)
선배님, 너무 해요. 제가 노라고 했는데------.

영석 : (태연하게) 그랬어? 현주야, 너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안하고 놀았구나?

현주 : 왜요?

영석 : 내가 뭐라고 했니?
(아주 천천히) "Would you mind if I kiss you?" 그랬잖아.
그런데 니가 노라고 대답을 했으니 키스를 하란 말이잖아.

현주 : (그제서야 영석의 의도를 파악한 듯) 에고 그렇네.

영석 : 현주야, 나는 분명히 니가 하라고 해서 했다?

현주 : (우는 표정으로) 이히잉. 몰라요.



S#43 학교 도서관 열람실 (저녁)

영석, 현주, 동식, 유정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동식이 매일 공부에 지친
듯 동식에게 술 한잔하러 가자고 영석에게 메모를 건넨다. 영석도 좋다고 하
고 유정과 현주에게 다시 메모를 준다. 그러자 그녀들도 흔쾌히 응하며 자리
를 박차고 일어선다.



S#44 학교 앞 호프 집 (잠시 후)

영석과 현주가 동식과 유정이 서로 마주하고 앉아 있다. 영석, 여느 때와는
다르게 현주에게 자연스럽게 대한다. 동식과 유정도 그렇게 편하게 생각한다.
그들 앞에는 2000CC 큰 맥주잔이 있고 500cc 4잔, 골뱅이 무침과 과일 안주
가 앞에 놓여 있다. 4명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고 있다.

유정 : 선배님들, 공부는 잘 되세요?

동식 : (힘들다는 듯이) 공부허다 지칭게 이렇게 나온 거 아녀?
공부허고 싶은 놈이 얼마나 많컷어?

영석 : (옆에서 능청맞게 손을 들며) 저요. 저는 공부하고 싶어서 합니다.

동식 : 지랄하고 자빠졌네. 너 같은 놈팽이가 공부를 좋아서 혀?

현주 : (동식을 바라보며) 너무 심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동식 : 워따따. 이럴 수가. 천하의 왕싹아지, 현주가 영석이 편을 먹네?

현주 :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심하다고 느껴져서요.

동식 : 현주야. 니가 잘 몰라서 그란디, 그냥 그런 줄 알거래이.

영석 : 동식아 너무 그러지 마라. 나도 요즘 철 들었잖냐? 니가 알다시피.
오늘도 내가 술 살께.

동식 : 그건 글치. 징말로 인간 많이 됐재. 인정헌다. 인정혀.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정이 영석과 현주의 눈빛을 유심히 살핀다.
예전에 영석 선배가 보였던 차가움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유정 : 근데, 요즘 아무래도 영석 선배님이랑 현주 사이가 수상해?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서로 바라보는 눈빛이 예전 같지도 않고.
다른 사람 눈은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여. 그치 현주야?

현주 : (능청 떨며) 무슨 소리야.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영석 : 솔직히 매일 같이 있다보니 그냥 저번 보다는 가까워진 사이 정도야.

유정 : 좋아요. 믿어 줄게요.

동식 : (갑자기 있다가) 배아퍼 죽것네. 나같이 괜찮은 놈은 여자하나 없고
저런 바람둥이 새끼는 좋다고 줄을 서고 있는 디, 세상 뭣 같혀서
어떻게 살아간데.

영석 : 얌마, 너 좋아하는 여자 만나면 내가 소개시켜 주기로 했잖아.

동식 : 너같은 바람둥이는 내 맘 몰러. 내가 공부가 안된께 나온게 아녀.
우리 공부허는 자리 쪽에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디, 오늘
안 보여서 맴이 뭣나게 허전혀?

현주 : (거침없이) 가서 선배님이 직접 고백하면 되잖아요?

동식 : 야, 말허는 것 좀 보래. 그러다가 “당신같은 사람 싫어요”허믄
그때는 나 죽어부러.

유정 : 남자가 그런 배짱도 없이 어떻게 여자를 사귀어요?

영석 : 동식아. 그건 걱정 말고 나만 믿고 있어. 내가 책임진다니까.

동식 : 들었째? 니들이 산 증인이다.
니가 그렇게만 해 준다고하믄 1년간 내가 니 쫄다구 한다.

영석 :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한심한 놈. 하여튼 걱정 붙들어 매.

유정 : 전, 영석 선배님의 능력을 믿어요. 선배님 파이팅.

S#45 학교 도서관 휴게실 (오후)

동식, 영석과 같이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영석 : 오늘도 도서관에서 집중을 못하더구만 무슨 일이야?

동식 : 니는 모른당께. 나같은 순둥이의 고통을.
오늘은 나오긴 나왔는디 아까봉께 좀 얼굴이 헬쑥혀진 거 같여.

영석 : 이 자식아. 모르긴 뭘 몰라.
나도 처음엔 너랑 똑같이 순둥이였는데. 임마.

동식 : 이 새끼, 뻥치는 거 봐. 가시네들 꼬시기만 하믄 다 넘어오더구만.

영석 : 얌마, 그것도 다 피나는 노력으로 이뤄낸 거야.
그냥 얻어지는 게 이 세상에 어딨어?

동식 : 그랑게 노력해야 헌다 이거재?

같은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식이 좋아하는 여학생이 때마침
커피 마시러 혼자 휴게실로 들어온다.

동식 : 영석아 저 여자다. 내가 오매불망하는 사람이.

영석 : 그래? 내가 엮어줄까?

동식 : 진짜? 그란디 잘못되믄 어쩌냐?

영석 : 염려 말고 기다리고 있어.

영석,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침없이 그 여자분에게 다가간다. 이때 동식,
창피해서 고개를 돌리고 딴 곳을 쳐다보고 있고

영석 : 실례합니다.

여학생2 : (약간 당황한 듯) 누구시죠?

영석 : 네, 저는 영문학과 4학년 장영석이라고 합니다.

여학생2 : 그런데요?

영석 : 갑자기 모르는 남자가 말을 거니까 좀 당황스러우시지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요. 사실 제가 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여학생2 : 뭔데요?

영석 : 저랑 제일 친한 친구가 있는데요. 장학금 받고 다닐 정도로 성적도
우수하고 착실합니다.

여학생2 : 그런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영석 : 그런데 그 친구가 요즘 들어 공부에 집중을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앞에 계신 분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혼자서
짝사랑을 하고 있데요.

여학생2 : (깜짝 놀라하며) 그래요? 왜 저를?

영석 : 제가 보더라도 정말 착하고 순수하며 아름다워 보이는데요.

여학생2 : 제가요? (얼떨결에) 고마워요. 그렇다면 그 친구가 직접 와서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영석 :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런데 그 친구는 너무 순진한 친구라 여자 앞에서
고개도 못들어요. 그런데 어떻게 말을 걸겠습니까? 여자분들이 잘 몰라
서 그렇지요? 사실 착하고 순진하고 좋은 남자들은 자신이 상처받을
까봐 두려워서 말을 꺼내기 쉽지 않고 또한 너무 흥분되고 긴장이 되서
옆에 다가가기도 힘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저같이 여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 잘하고 씩씩한 놈들은 한번쯤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여학생2 : 와우. 친구를 위해서 자신을 낮추기까지 하시고. 멋진 친구네요.
친구분 봐서 한번 만나볼게요.
그런데, 제 스타일이 아닌 것 같으면 저도 그땐 어쩔 수 없구요.

영석 : 네, 감사합니다. 남자는 남자가 압니다. 그 친구 진짜 진국입니다.
제가 하나만 부탁 더 드릴께요. 만약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그냥
친구만이라도 해 주세요. 몇 번 만나보셔야 그 친구가 진국인지
아닌지 아실 수 있는 거 잖아요?

여학생2 : 그건 그렇네요. 알았어요.

영석 : 그럼 내일 12시반쯤 학교 앞 “비오는 거리”에서 뵙겠습니다.

여학생2 :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봬요.

대화가 끝나고 여학생이 자리를 뜬다. 영석 동식과 대화를 나누던 곳으로
되돌아 오자, 동식이 궁금한 듯 묻는다.

동식 : 영석아 어떻게 됐냐?

영석 : 임마, 내가 누구냐?

동식 : 그럼 성공한 거야?

영석 : 그래, 내일 12시반 학교 앞 ‘비오는 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당.

동식 : (영석을 껴안고 들어올리며) 영석아. 고맙다.
내가 이 은혜 죽을 때꺼정 가프께.

영석 : 너 그 말 안 지키기만 해봐?

동식 : 나도 남자여. 내가 한번 말헌 거 안 지키는 것 봤냐고?

영석 : 그래, 그래. 농담이다.



S#46 도서관 휴게실 (낮)

자막에 3개월 후라고 하는 글이 뜬다.
영석과 현주는 아주 가까운 연인 관계에 있다. 영석, 현주에게 가장 독특하
고 기발한 방법으로 사랑 고백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평소에 즐기던 패러
글라이딩 모임에 현주를 데리고 가려고 설득을 하고 있다.

영석 : 현주야, 너 대학 들어와서 여행 가봤니?

현주 : 아니요, 아직.

영석 : 그럼 언제 당일 코스로 가까운 데 같이 갈까?

현주 : 네, 좋아요.

영석 : 근데 말이야, 나는 그냥 여행가지는 않거든.

현주 :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럼요?

영석 : 이벤트성 여행이라고 보면 돼지.

현주 : 이번에는 무슨 이벤트인데요?

영석 : 그것은 그때 가봐야 알아.

현주 : 너무 무섭고 두려운 것은 아니지요?

영석 : 그런 것은 염려 마. 내가 옆에 있잖니?

현주 : 그렇긴 그렇지만.

영석 : 너 아직도 날 못 믿는 거니?

현주 : 그런 것은 아니구요.

영석 : 그럼 됐어, 그냥 나만 믿고 따라와.

현주, 약간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영석을 믿기로 하자 마음이 좀 안정되어
간다. 게다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흥분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대학 시절에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잘 활용해 보고픈 생각도 든다.




S#47 산 정상 (낮, 며칠 후)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팀원들이 활공을 위해 각기 자신의 패러글라이더를
준비하고 있다. 잠시 후 어느 정도 활공을 위한 준비가 끝나자 팀장이 확실히
다시 한번 상태를 살핀다. 이때 영석은 현주를 뒤에서 꼭 끌어안는다.
팀장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팀 전체에게 말한다.

팀장 : (음률을 맞추며) 자 모두 준비 됐나요?

팀원 : (입을 맞춰서) 준비 됐어요.

팀장 :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패러글라이딩이라고 하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대자연의 황홀함을
만끽하고 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자. 그럼 좌측부터 한 사람씩 낙하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진씨 먼저 출발하세요.

한사람씩 앞으로 나서서 자유 낙하를 시도하고 있다. 현주, 남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멋있게 느껴지는데 자신은 처음해 보는 것이라 한 없이 두렵고
떨린다. 하지만 영석이 꼭 껴안아 주며 함께 있기에 그나마 안도감을 갖는다.

영석 : (여유 있게) 많이 무섭지?

현주 : (떨면서) 무섭긴 뭐가 무서워요?

영석 : 아이고 벌벌 떨고 있으면서 자존심이 있어 가지고.

현주 : 자존심이 아니구요. 진짜 안 무서워요.

영석 : (못말리겠다는 듯이) 알았다, 알았어.

영석과 현주의 차례가 되어 함께 걸어가서 하늘로 향해 뛰어내린다.





S#48 창공 속 패러글라이딩 (잠시 후)

패러글라이더가 안정적으로 창공 속을 날자 이내 현주 고통 속에 벗어나서
희열을 느낀다.

현주 : (신이 나서) 선배님. 너무 좋아요.
너무 너무 행복해요.
그리구 이런 경험 해보게 해준 것도 너무 고맙구요.

영석 : 그래? 니가 좋다니 나도 좋다.

현주 :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영석 : 현주야. 사실 난 오늘 너한테 고백할 게 있다.

현주 : 뭔데요?

영석 : 오늘 우리 만난 지 100일 되는 날이거든.

현주 : 맞아요.

영석 : 내가 오늘 우리 100일 기념으로 이 멋진 패러글라이딩 활공과 함께
너한테 주고 싶은 게 있어.
우리는 오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또 하늘과 땅의 경계에서
함께 웃고 함께 즐기며 함께 있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또한 미래의 하늘과 땅의 경계에서 내가 너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 그래 줄 수 있겠니?

현주 : (감동적인 심정으로) 지금 저한테 프로포즈하시는 거예요?

영석 : (고개를 끄덕이며) 으응.

현주 : 좋아요. (망설임 없이) 저두 선배님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게요.




S#49 승용차 안 (밤)

현주, 오늘 있었던 멋진 추억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회상 하고 있다. 영석은 말없이 서울로 향하는 길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다가 한번씩 무언가 골똘히 생각을 하는 현주를 씩 웃으며 쳐다본다.




S#50 현주의 집 근처 앞 (잠시 후)

차가 현주의 집 앞에 멈춘다. 현주 조용히 앉아 있다.

영석 : 잠시 눈 감아봐. 내가 눈을 뜨라고 할 때까지는 감고 있어야 돼?

현주 : (따지며) 왜요? 눈 감겨 놓고 뽀뽀하려고 그러죠? 프로포즈한 김에

영석 : 그런 거 아냐. 에이 싫으면 관 둬.

현주 : (웃으며) 농담이에요, 그냥 좋아서 그러죠--오.
알았어요, 눈 감고 있을 게요. 근데 진짜 나 몰래 키스하면 안돼요?

영석 : 알았다니까.

현주가 눈을 감자 이 때 영석이 뒤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목걸이와 반지가
함께 들어 있는 세트 상자다. 상자를 열어서 현주의 눈앞에 놓는다.

영석 : 이제 눈 떠 봐.

현주 : (눈을 뜨며) 와, 이게 뭐야. 나를 위해 이런 것까지 준비했어요?

영석 : 그럼 프로포즈하려고 하는 놈이 이런 것도 준비 안하냐?

현주 :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오빠 고마워요. 그리고 너무 마음에 들어요.

영석 : 가만히 있어봐. 내가 해 줄께.

영석이 현주에게 목걸이를 먼저 목에 걸어주고 다시 반지를 껴 주면서

영석 : 현주야. 내가 다시는 이런 경험하고 싶지 않았지만 또 한번 아픔을
겪더라도 너를 놓치고 싶지 않아. 니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
으로는 난 너무나 고맙고 행복해. 그리고 정말로 사랑해.

현주 : (너무 감동한 나머지) 전 이런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데-----
하여튼 선배님 마음과 선물, 너무나 고마워요.
저도 선배님께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도록 잘 할게요.

영석 : 앞으로 우리 둘만 있을 땐 오빠라고 해. 선배님이 뭐냐? 선배님이

현주 : (울다가 웃다가) 알았어요. 오빠.

현주, 고마움의 표시로 영석의 볼에 뽀뽀를 해준다. 영석, 현주의 키스를 받고 현주를 따뜻하게 안아준 후 현주의 입술에 조심스러운 키스를 한다. 현주 눈
을 감고 영석의 키스에 응해준다. 이윽고 둘은 뜨겁고 진한 키스를 시작한다.



S#51 영석의 집 거실 (저녁)

‘4년후’라는 자막이 떠오른다.
영석은 외국계 회사에 취직하여 대리로 일을 하고 있고 현주는 대학 졸업하고
삼성증권에 입사하여 근무하고 있다. 오늘은 현주의 생일, 영석이 현주에게 생일날을 기념하여 간단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현주를 위한 꽃과 촛불이
아름답게 준비되어 있고 쇼파 옆에는 현주에게 줄 옷상자가 있다.
영석,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현주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때 벨소리가 난다.

영석 : (다급히 일어서며) 누구세요?

현주 : 누구긴 누구야? 현주지.

영석, 현관문을 열자 현주 잽싸게 들어온다.

영석 : (반갑게 맞으며) 시간 맞춰서 빨리 왔네.

현주 : 응,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아버님 생일이라고 뻥치고 그냥 왔어.

영석 : 잘했어.

현주 : 오늘 내 생일이라고 신경 많이 썼네? 분위기가 딱 내 스타일이야.

영석 : 당연하지. 어느 분 생일인데 신경을 안 써?

현주 : 오빠 고마워.

영석 : (옆에 있던 꽃을 주며) 꽃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에게 이 꽃을 바칩니다.

현주 : (감동하며) 내가 정말 꽃보다 더 아름다워????

영석 : 무슨 소리야, 꽃이랑은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아름답지.

현주 : (좋아서 웃으며) 호호호. 이런 아부쟁이.
근데 저기 상자 안에 든 것은 뭐야?

영석 : 한번 열어 봐.

현주, 상자를 열어보는데 안에는 섹시하며 아름다운 드레스가 들어 있다.

현주 : (감탄하며) 와아!!! 정말로 예쁘다.
오빠의 안목이 정말 대단해. 나도 선물해줘야지.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 될 거야.
오빠를 위해서 며칠 동안 준비했거든.
잠깐만 기다려...
부탁하나만 할께. 5분 후 째즈 음악 좀 켜줘.

현주, 영석이 준 옷과 자신의 손가방을 가지고 영석의 방에 들어간다.
영석, 분위기 좋은 째즈 음악을 준비하고 자신이 앉은 쇼파 옆에 리모콘을
둔다.



S#52 영석의 방 (직후)

현주, 영석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자신의 가방에서 야한 속옷을
꺼내어 그것으로 갈아입는다. 검은 색 망사 스타킹에 검은 색 브라와 팬티.
속옷, 잠옷을 다 입고 나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본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야한 듯 쑥스러워 한다. 그러면서도 야한 여러 동작들
을 시도해 본다. 그러고 나서 빙긋 웃으며 영석이 자신에게 준 옷을 입는다.
옷을 다 입은 후 다시 또 거울로 와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스스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당당하고 오빠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5분후 영석이 째즈
음악을 틀 자, 현주도 준비가 다 되어 거실로 천천히 춤을 추면서 나간다.




S#53 거실 (저녁)

영석, 현주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자신만을 위해 춤을 추는 매혹
적인모습에 한없이 끌린다. 현주는 미국에서나 볼까 말까한 섹시하고 자극적
인 쇼를 하고 있다. 천천히 겉옷을 벗자, 야하디야한 속살이 조금씩 보인다.
영석은 ‘우아’ ‘우아’하고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다. 영석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현주에게 다가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침대로 모셔간다.




S#54 영석의 침대 (잠시후)

영석, 현주와 잠시 동안 격정적인 키스를 하고 옷들을 벗기려고 하자, 현주가
이를 막는다.

현주 : 오빠 안돼.

영석 : 왜 안 되는데? 이런 날 안하면 언제 하냐?

현주 : 오늘 위험한 날이란 말야.

영석 : 그래? 알았어. 내가 알아서 조절할 게. 그럼 됐지?

현주 : 그러다가 임신이라도 하면 어쩔려구?

영석 : 뭘 어째? 서로 사랑하는데 우리가 책임지면 되지 뭐, 안 그래?

영석, 다시 현주의 옷을 벗기며 애무를 시작한다.



S#55 현주의 집 (아침)

‘3주후’라는 자막이 올라간다.
현주, 아직 침대에 누워 있다.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오늘도 생리가 없다. 벌써 1주일째 생리가 나오지 않아서 초조하고 불안
하다.

<나레이션> 오늘이 벌써 생리 안 한지 일주일짼데. 임신이면 어쩌지?
아닐 거야, 임신은 아닐 거야.


S#56. 약국 (잠시 후)

현주, 회사에 가는 길에 약국에 들른다.

약사 : 어서오세요.

현주 : 임신테스터기 주세요. 얼마예요?

약사 : 여기요. 5000원입니다.

현주 : 이거는 언제쯤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약사 : 관계 후 2주후면 임신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임신이면 두 줄이, 임신이 아니면 한 줄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2주 정도라면 한 줄이 희미하게 나타날 수도 있는데 그것도
임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주 : 아 그래요? 그럼 3주 정도라면 정확히 알 수 있겠네요?

약사 :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S#57. 현주의 집 화장실 (아침)

현주, 화장실에 들어가서 아주 조심스럽게 임신 여부를 확인한다.
놀랍게도 테스터기에서 두 줄로 나타난다. 임신이다. 무언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테스터기만
바라보고 멍하니 서 있다. 잠시 후 머리를 휘잡고 고통스러워한다.

<나레이션> 이를 어떡하지? 오빠한테 먼저 알려야 하나?
그래, 그게 아무래도 먼저인거 같다.

현주, 화장실에서 나와 핸드폰으로 영석에게 전화를 건다.
뚜뚜 신호음이 끝나고 영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영석 : 여보세요?

현주 : 오빠, 난 데. 오늘 회사 끝나고 잠시 할 이야기가 있어.

영석 : 무슨 일인데?

현주 : 전화상으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아무튼 만나서 이야기해.

영석 : 알았어.

현주 : 일 끝나고 8시쯤에 우리 항상 만나는 곳에서 봐.
사정이 생기면 미리 연락을 주고.

영석 : 응.


현주, 핸드폰을 끊고 고민에 잠긴다.



S#58. 삼성증권 회사 앞 커피숍 (오전)

영석,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고 현주는 정확히 8시에 커기숍을 들어선다.
현주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영석을 빤히 바라본다.

영석 : 무슨 일인데 그렇게 얼굴이 굳어 있어?

현주 : 오빠! 이를 어쩌지?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어.

영석 : 무슨 일인데...

현주 : (말을 잇지 못하면서) 나, 나---

영석 : 아! 답답해. 도대체 무슨 일이야?

현주 : 오빠 놀라지마.

영석 : 알았으니까, 빨리 말이나 해봐.

현주 : (영석의 추궁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떨면서)
나, 임--신 했어.

현주의 임신했다는 말에 당황해 하는 영석, 잠시 할 말을 잃은 채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현주도 그런 영석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현주 : 오빠. 이제 나 어쩌지?

영석 : (조심스럽게) 임신은 확실한 거니?

현주 : 응, 아침에 테스터기로 확인했는데 임신으로 나왔어.

영석 : 그래? (머리를 때리며) 내가 더 조심해야 했었는데----.
미안하다. 현주야.

현주 : 지금 미안하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구. 어떻게 할지를 서로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애.

영석 : 어떻게 하기는 뭐 어떻게 무조건 나야지.
우리가 조물주도 아니고 생명을 만들었다가 없앴다가
그럴 수는 없잖아?

현주 : 그렇긴 하지만...
나 아직 직장에 취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영석 : (화를 낸다) 너 지금 생각이 있는 애냐? 없는 애냐?
지금 직장이 문제냐? 직장이야 나중에 또 잡으면 되고, 못 잡으면
내가 더 벌어서 둘 다 먹여 살리면 될 거 아냐?
너한테는 직장 문제지만 아이한테는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문제야.
알겠니?

현주 : (감동한 듯 아무 말도 못하다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영석, 말은 낳아서 기르자고 했지만 아직 자신이 아버지가 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본인 스스로도 당황스럽다. 하지만 일단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인간된 도리라고 생각하며
임신으로 불안해하는 현주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위로를 한다.

영석 : 다 잘 될 거야. 그러니까 너무 염려 마.
니 옆에는 항상 내가 있잖아.

영석의 위로에 현주 그나마 안정을 취한다.






S#59 . 현주네 아파트 거실 (현재, 오후)

현주, 아직도 영석이 자신에게 내뱉은 말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있다.
지숙은 현주가 아직도 상처가 커서 아무 것도 못 먹고 있을 것을 생각해서
죽 집에서 전복죽을 사가지고 와서 벨을 누른다.

현주 : 누구세요?

지숙 : 나야. 지숙이.

현주, 문을 열어주고 다시 쇼파에 앉는다. 지숙은 현주를 위해서 전복죽을 탁자에 놓고 숟가락이며 젓가락을 세세히 챙겨준다.

지숙 : 현주야!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 돼.
그렇지 않으면 몸 상해 마음 상해, 너만 가슴에 멍든다.

현주 : 고마워. 근데 밥 생각이 전혀 없어.

지숙 : 너 이러고 있는 거 누가 알겠니? 그러다가 병이라도 얻어 봐라.
그땐 모든 것이 끝이다. 그러니 제발 나를 봐서라도 좀 먹어라.

현주 : 알았어. 먹을 께.

현주, 지숙의 정성과 성의에 감동을 하고 한 숟가락 씩 조심스럽게 먹는다.

지숙 : 먹을 만하니?

현주 : 응. 맛있다.

지숙 : (조심스럽게) 네 남편 저녁에 일찍 들어오니?


현주 :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니?

지숙 :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혹 ---시 네 남편 예전처럼 또 바람피우는 거
아냐? 네 남편 대학 다닐 때 바람둥이로 소문이 났었잖아? 물론 너랑
결혼한 다음부터는 조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습성이 어디 가겠어?

현주 : (그럴 리 없다는 듯이) 설 -- 마 바람까지 피우겠어?

지숙 : 현주야,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 못 들어 봤니? 결혼한 여자들.
하나같이 자기 남편은 절대로 바람피우지 않을 사람으로 알고 있다가
나중에 바람피우는 거 알게 되면 그때 가서야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한탄한다고 하잖아.

현주 : 그래도 내 남편은 안 그럴 거야. 너도 알다시피 나한테 청혼할 때 어떤
일이 있어도 나만을 사랑하면서 아껴줄 거라고 했던 거 너도 알잖니.

지숙 : (황당하다는 듯이) 우리 지숙이 요거 순진한 거 봐.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청혼할 때 했던 말을 아직까지 믿고 있어? (한숨을 내쉬며)
실은 나도 너처럼 남편을 믿고 싶었어. 그런데 요즘 하는 행동이 하도
이상해서 대학 다니는 사촌동생에게 용돈 주기로 하고 며칠 동안 미행을
시켜 봤더니 아니나 다를 까 딴 여자 만나서 좋다고 실실거리며 밥 먹고
술 마시고 노래방 가서 놀고 심지어 모텔까지 같이 들어가는 것을 목격
했단다.

현주 : (깜짝 놀라면서) 그게 정말이야????
너 결혼한 지 1년 밖에 안됐고 니 남편 사람 좋기로 소문났잖아.

지숙 : 그러면 뭐해. 결국 이렇게 나 배신하고 바람이나 피우고 다니는
인간인데...

현주 : 어쩌다가 그렇게 됐니? 어떻게 할 생각이야?

지숙 : (고개를 저으며) 나도 잘 몰라, 이 문제를 누구랑 상의해야 할지도
모르겠구. 하도 답답한 마음에 너랑 만나서 얘기 좀 하려고 온 거야.
사실은

현주 : 뭐야!! 그럼 나보다 네가 더 힘든 상황이잖아?
이런 이런. 내가 너 한테 정말 미안하다. 야.
근데 너는 남편 바람피우는 거 어떻게 눈치 챘어?

지숙 : 그거야 간단하지. 여자의 직감은 무서우리만큼 정확하다잖아.
벌써 남편이 예전에 나를 대하는 거랑 지금 나한테
대하는 거랑 너무나 다르고, 또 전에는 이메일이랑 휴대폰이랑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같이 공유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생활
이라는 이유로 비밀로 하기 시작했거든. 결정적으로 그렇게 느낀 것은
집에 들어올 때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넣도록 하든지 또 간혹 묵음으로
해 놓는다는 거야.

현주 : 나는 남편 핸드폰 전혀 확인도 안 해보는데.
그게 왜 결정적인 단서가 돼?

지숙 :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이고 순진하기는. 지숙아 왜 남자들이 비밀번
호를 만들어 놓거나 휴대폰을 묵음으로 하겠니? 집에서 다른 여자한테
전화 온 것을 아내가 알면 난리가 나니까 그러는 거 아냐? 그렇다면
그런 모든 행동들은 결국 나 몰래 즐기는 사생활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지.

현주 : (귀를 쫑긋 세우며) 그럴 수도 있겠다. 잘 생각을 해보니.
나도 기회를 봐서 남편 휴대폰부터 확인을 해봐야겠다.




S#60. 현주 아파트 안방 (밤)

현주, 지은이를 재우고 와서 피곤한 듯 먼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현주 : 나 먼저 자께. 불 좀 꺼주고 볼륨 좀 줄여줘.

영석, 누워서 TV를 보고 있다가 불을 끄고 볼륨을 줄인다.
얼마 후, 아내가 조용히 잠이 든 것 같아 TV를 끄고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 나간다.



S#61 . 현주 아파트 작은 방 (밤)

영석, 작은 방에 들어와서 메일 확인을 한다.
그러고 나서 별 내용이 없자 불필요한 메일을 정리하고, 오랜 만에 동영상
사이트를 들어간다. 혹시 몰라서 방문을 잠근다. 동영상에 매우 야한
여성의 자위하는 모습과 신음소리가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손이 아랫도리로
향한다. 혹시 아내가 들을지 몰라서 소리를 최대한으로 낮추어 놓는다.



S#62. 현주 아파트 안방 (밤)

현주, 뒤척이다 잠을 깬다. 잠을 깨고 보니 영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간다.



S#63. 현주 아파트 거실 (밤)

현주, 허겁지겁 남편을 찾다가 작은 방에 가본다. 혹시 뭐하나 싶어서 문을
열어보려고 했으나 작은 방에는 문이 잠겨 있다.
현주, 거실 서랍에서 작은 방 열쇠를 찾아 문을 연다.



S#64. 현주 아파트 작은 방 (밤)

현주, 문을 열어보니, 영석이 컴퓨터 야동에 빠져 자위를 하고 있다.
영석, 깜짝 놀라서 후다닥 팬티를 내린다.

영석 : (바지를 내리고 중요부위를 가리며) 방에 들어오면 노크를 해야지. 노크를?

현주 : 노크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야 인간아.
누구 좋으라고 노크를 해?
야동보다가 노크하면 고상하게 메일이나 읽는 척 하려구?

영석, 아내의 매너없는 행동에 화가 나서 일어서자 팔뚝만한 성기가 발기되어
텐트를 치고 있다. 그 모양이 되게 우습게 느껴진다.

영석 : 야, 남자가 이렇게 하는 게 어때서 그래?
결혼한 남자들도 다 할 수 있다고.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넌 전문가들이 하는 말도 못 들어 봤냐?

현주 : (실실 비웃으면서)
전문가 좋아하고 있네. 니가 전문가면 나는 전문가 핼애비다.


정말 너 같은 인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는 그게 그렇게 좋니?
나는 매일 지은이랑 씨름하는 거 알면서 그러고 싶어?
짐승 같은 놈.

영석 : 뭐? 남편한테 짐승 같은 놈이라고?

현주 : 그럼 자기 마누라 놔두고 이렇게 하는 게 짐승이 아니면 뭔데?

영석 : 맨 날 힘들다는 핑계로 날 회피하는 게 누군데? 남자가 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떻게 계속 참기만 하냐? 그리고 남편한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짐승이 뭐냐? 그러니 내가 너한테 잘해주고 싶겠냐?

현주 : 참, 어이가 없어서. 내가 언제 당신한테 잘해 달라고 그랬어?
나도 그런 거 포기한지 오래야.

영석 :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내가 말을 말아야지.
너랑 대화를 하느니 차라리 벽보고 얘기하는 게 낫겠다.





S#65. 영석 사무실 건물 주차장 (저녁)

영석, 차를 가지러 주차장에 들어오는데 동식에게 전화가 온다. 영석은
전화를 받으면서 차 안으로 들어간다.

영석 : (휴대폰을 보며) 응, 동식아.

동식 : 요즘 니 기분도 꿀꿀할거 같은디 오늘 우리집에 올래?
와이프도 너 보고 싶어 하고.

영석 : (반갑게) 제수씨가 보고 싶다면 가야지.
지금 가면 8시쯤 도착하겠다.

동식 : 그려. 그럼 그때 보자이.



S#66. 동식의 집 부엌 (저녁)

동식의 아내가 상다리가 부러지게 음식을 차려 놓고 있다. 동식과 영석은
그 모습에 감동을 한다.

동식 : (툴툴거리며) 와이프가 널 좋아허기는 허나보네.
나헌티는 이렇게꺼정 안하는디.

영석 : 얌마, 다 너 같은 진국을 소개시켜줘서 고마워서 그런 거지.

동식의 아내, 영석의 말이 맞다는 듯이 실실 웃는다.

동식 : 그런 거여? 사실은 나도 다 알어. 농담으로 한번 해봤째.

동식아내 : 신경 쓴다고 썼는데---. 맛있게 들 드세요.
(여자2)

영석 : 제수씨도 어서 와서 식사 같이 하세요. (동식을 보며)
동식이는 정말로 좋겠다. 저렇게 좋은 제수씨가 하고 사니.

동식 : 인정헌다. 인정혀. 내 와이프 같은 사람 만나기 힘들거여.
솔직히 영석이 너 아니었으믄 나는 꿈에도 우리 와이프 못만났을거여.
첫 소개팅 때 어찌나 떨었는 지 말도 못혀.
아마 속으로는 나한티 등신이라고 그랬을껴.

동식아내 : 등신은 좀 그렇고, 남자가 너무 소심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이 사람 계속 만나야 하는 지 많이 고민을 했었는데.
그때 영석씨가 동식씨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 거라면서
사람이 어떤지 알 때까지 만이라도 만나보라고 했던 것이 주요했던 것
같아요.

동식 : 영석이가 그렸어? 그렸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있었뿟네.
할튼간 고맙다. 영석아. 난 맨날 니 욕만 허고 다녔는디.
그려도 넌 친구라고 칭찬만 허고 다녔네.

영석 : 얌마, 니가 나 잘 되라고 그랬겠지. 욕 할라고 그랬겠냐?

동식 : 으이구, 그나마 진심은 알아중 게 다행이여.

동식아내 : 요즘 현주씨랑은 어떻게 지내요? 좀 힘들다고 들었는데.

영석 : (침울해지며) 정말 그것만 생각하면 답답해요.
안 부딪치려고 노력을 하는데도 사사건건 부딪치니 ----.

동식아내 : 현주씨한테 좀만 더 신경 써주면 될텐데요.

영석 : 말 마세요. 제가 사실은 너무 잘해줘서 문제가 된 사람이니까.
잘해 주면 고마운 것을 알고 서로 더 잘 하려고 해야 하는데
이것은 그게 아니고 고마운 일을 해주면 당연한 것이고 조금만
서운하게 하면 난리를 치니 누군들 잘해주고 싶겠어요?

동식아내 : 그럴 리 가 없는데.

동식 : 영석이 말이 맞여, 영석이 놈, 와이프 어리다고 정말로 잘혔어.
근디 현주씨가 워낙 콧대가 높다봉께 그걸 당연허게 생각허더라고.

동식아내 : 그래요? 언제 내가 한번 현주씨 만나봐야겠다.

영석 : 아서요. 그러다가 제수씨까지 물들면 어쩌려고요?

동식 : 내 와이프는 물들 사람은 아니고 같이 애길 허다보믄 좋아지지 않것냐?

영석 : 고마우신 말씀인데, 일단 어느 정도 좋아지고 나서요.
지금은 서로 최악인 것 같거든요.

동식아내 : 그러세요. 그럼. 좋아지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구요.

동식 : 우린 서로 관중과 포숙인디 행복허게 살아야재.
할튼 현주씨랑 잘 좀 혀봐.

영석 : 고맙다, 동식아.

동식 : 고맙긴 뭐가 고마워. 세상써 가장 소중헌 내 와이프 만나게 혀준 거
오히려 내가 평생 은혜를 갚아야재.

동식아내, 동식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표현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며 웃는다. 영석, 그런 부부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에 좋다.




S#67. 현주 아파트 거실 (늦은 밤)

영석, 늦게 들어 와서 샤워를 하고 있다. 이때 현주가 남편의 옷에서 꺼내
핸드폰을 본다. 통화번호 목록을 눌러보니 비밀번호 입력 창이 뜬다. 현주
너무나 어이가 없다는 듯한 모습을 하면서 다시 핸드폰을 집어넣는다.
낮에 들은 지숙의 말이 생각이 난다.




S#68. 현주 아파트 안방 (밤)

현주, 영석이 샤워를 하고 있는 틈을 타서 옷을 안방으로 가지고 가서 뒤진다.
옷을 정리하다가 혹시 몰라 지갑을 뒤져 보니 1,000만원짜리 차용증이 들어
있다. 현주 손에 차용증을 들고 있다가 영석이 목욕탕에서 나오자마자 쏘아
부친다.

현주 : (차용증을 보이며) 이건 또 뭐야?

영석 : (태연하게) 뭐긴 뭐야. 차용증이지.

현주 : 천만 원이나 되는 돈을 빌려주면서 나한테는 상의 한마디도 안 해?
나 같은 것 따위에게는 말할 필요가 없다. 이거지?

영석 : 그래. 내가 가지고 있던 돈 투자 좀 했기로 소니 뭐가 잘못됐냐?

현주 :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 그러셨어요??
내가 당신 종이네. 시장 봐서 밥 해주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애 보고,
그런 일만 하고 큰일은 당신 돈이니까 당신 마음대로 다 하시겠다?
알았어. 그렇게만 해봐. 나도 어떻게 하는 지 똑똑히 보여줄 게.

현주, 방문을 ‘쾅’소리가 나게 닫고 나간다.


영석 : 지가 나중에 보자고 하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아나?
미친년.




S#69. 현주 아파트 거실 (다음 날 아침)


영석, 출근하고 나가자 잠시 후 현주 지숙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기에서
지숙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숙 : 응, 현주야

현주 : 지숙아, 나 어떡하니?

지숙 : 어떡하기는 뭘 어떡해?

현주 : 어제 남편 휴대폰을 뒤져보니까 니 말대로 통화목록을 보려고 하니까
비밀번호를 누르도록 되어 있더라구.

지숙 : 그래? 벨소리 선택은?

현주 : 그것은 그냥 소리로 되어 있고.

지숙 : 상대한테 절대로 먼저 전화하지 말라고 한 경우는 그럴 수도 있지.
일단 뭐든지 확실한 게 좋으니까 자세히 알아봐.
알아볼 사람은 있니?

현주 : 응, 사촌동생인데 며칠 전에 제대하고 나서 지금 복학 준비하고 있거든

지숙 : 그럼 그 동생한테 용돈을 주고 확실하게 알아봐.
이혼할 거 아니면 증거까지 잡을 거는 없고 알아만 봐.

현주 : 알았어. 고마워.



S#70. 현주 아파트 거실 (오전)

현주, 지숙과의 통화를 끊고 잠시 생각한 후에 휴대폰 인명 목록을 본다.
천영암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바로 통화 버튼을 누른다.

영암 : 여보세요?

현주 : 영암아. 나 현주 누난데. 잘 있었어?

영암 : 아. 누나? 안녕하세요? 그 동안 잘 계셨어요?

현주 : 응, 잘 있었지. 너도 군대 잘 다녀오고?

영암 : 네.

현주 : 내가 부탁할 게 하나 있어서 그런데 오늘 중으로 집에 한번 놀려올래?

영암 : 예, 그럴게요. 몇 시쯤 가면 되요?

현주 : 식사 시간 맞춰서 와. 내가 맛있는 밥 해줄게.

영암 : (좋다는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S#71. 현주 아파트 거실 (점심)

식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현주와 영암은 식사를
거의 마치고 있다.

현주 : 영암아. 잘 먹었니? 니 입맛에 맞았는지 모르겠다.

영암 : 네, 아주 잘 먹었습니다.

현주 : 종종 시간 나면 연락 하고 놀러 와.

영암 : 네, 그럴게요. 근데 아까 부탁할 게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현주 : 응, 그거. (말을 선뜻 꺼내지 못한다)

영암 : (살살 달래며) 말씀해 보세요.

현주 : (조심스럽게) 말은 하겠는데. 비밀을 좀 지켜 줄 수 있겠니?

영암 : 그럼요. 누구 부탁인데 안 들어 주겠어요.

현주 : 그래? 그럼 미안하지만 부탁 좀 할께.
남편한테 다른 여자가 있는 지 좀 알고 싶은데 니가 며칠 간 미행
좀 해서 다른 여자가 있는 지 알아봐줘.
들어가는 비용은 내가 알아서 보내 줄께.
(종이를 꺼내 주면서) 여기에 남편의 회사 주소랑 차 넘버, 기타
필요한 것을 적어놨어. 참고 해. 끝나서 뭐하는 지 알아봐 주면 더 좋고.


영암 : (종이를 건네받으면서 내용을 보고) 네, 알겠어요.
별로 어려운 일 아니네요. 미행을 하려면 오토바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친구한테 빌리면 될 것 같아요.

현주 : 그럼 부탁할게

영암 : 네.




S#72 회사 앞 (저녁)

영암과 그 친구는 오토바이로 회사 근처에서 영석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8시가 넘자 영석의 그랜저 검은 색차가 보인다. 영암은 기다리고 있다가
곧바로 영석의 그랜저 차 옆쪽으로 영석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따라간다.



S#73 . 노래방 건물 주차장 (저녁)

영석, 노래방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시킨다. 영암과 그 친구도 같이 도착한다.
영석은 곧바로 노래방으로 향한다. 둘은 영석이 나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다.



S#74 . 노래방 건물 주차장 근처 (밤)

영암과 그 친구는 이런 저런 말을 하면서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3시간이
지나도 영석이 나오지 않자 영암이 제안을 한다.

영암 : (열받는다는 듯이) 씨, 뭣나게 안나오네. 뭐하고 있는지 몰라도.
(친구를 보며) 내가 들어가서 뭐하고 있는 지 확인 좀 해 볼게

친구 : 알았다. 빨리 다녀와.




S#75. 노래방 안 (잠시 후)

영암이 안에 들어가자 카운터에서 반갑게 맞는다.

주인 :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십니까?

영암 : 예. 친구가 오라고 해서 왔는데 일단 확인부터 해볼게요.

친구는 안쪽으로 들어가서 안이 보이는 투명한 유리 부분으로 손님들을 자세
히 쳐다본다. 반쯤 왔을 때 영석이 여자랑 껴 앉고 춤을 추고 있다. 이를 확인
한 친구가 유유히 여유를 가지고 나온다.


주인 : 친구분들은 오셨나요?

영암 : 아직 안 왔는데요?
나가서 다시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어요.

주인 : 그러세요. 그럼. 다음에 또 오세요?

영암 힘차게 밖으로 나간다.



S#76. 노래방 건물 주차장 (직후)

영암 밖으로 나와서 친구 쪽으로 간다.

친구 : 뭐하고 있데?

영암 : 뭐하고 있긴, 술 마시고 여자 껴안고 놀고 있지.

친구 : 끝나려면 아직 멀었냐?

영암 : 좀만 더 기다려보자.

영석, 잠시 후 어떤 아가씨와 함께 술이 만취된 상태로 나온다. 아가씨를
먼저 택시에 태워 보내고 자신은 소변이 마려운 듯 벽에다 대로 싼다.

영암 : 저 인간, 우리가 골탕 한 번 먹여줄까?

친구 : 어떻게?

영암 : 잠시만.


소변을 거의 다 볼 무렵 영암이 다가가 영석의 뒤통수를 치고 도망가며 욕을
해 댄다. 영석의 소변이 영석의 옷에 묻는다.

영암 : (영석의 뒤통수를 있는 힘 껏 치며) 야이. 놈아, 정신 좀 차려라.

영암, 쨉싸게 멀리 도망간다.

영석 : (뒤통수를 만지며) 어떤 놈이야.
어떤 뭣같은 새끼가 내 뒤통수 때렸냔 말이야?
(도망가는 영암을 보고 만취로 흐느적거리며)
야이, 갯새끼야 너 거기 안 서?
너 이 갯새끼 잡히면 죽는다. 이 갯새-------끼.


영석은 누군가 자기를 때린 것과 옷에 소변이 묻는 것을 확인하고는 혼자
열 받아서 쌩 쇼를 한다. 영암과 친구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속이 시원한
듯이 웃으면서 도망간다. 옆에 있던 포장마차에서 일본인들이 겟세끼라고
하는 말을 듣고 반갑게 웃고 있다.


일본여자 : 겟세끼, 겟세끼
오--, 아노 히또와 니홍고가 죠오쥬데스네.


자막에는 [겟세끼: 한국말로 ‘결석’이라는 뜻]
“저 사람 일본어를 잘하는 군요” 라고 나온다.



S#77. 현주 아파트 거실 (오후)

영석이 외출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준비를 마치자 현관으로 향하며

영석 : 나갔다 올께. 늦을 지도 모르니까 기다리지 마.

현주 : 오늘 같은 날, 집에서 지은이 좀 보면 안 돼?

영석 : 미안해,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고 그 대신 내일은 내가 집에
서 하루 종일 지은이하고 놀아줄 게.

현주 : 알았어, 그럼 잘 다녀 와.

영석 밖으로 나간다.


S#78. 현주 아파트 근처 큰 도로 (잠시 후)

영석이 아파트 근처 큰길가로 나오자 과장의 차가 다가온다.
영석, 과장 옆에 올라타자 차는 어디론가 떠난다. 이때 영암과 영암 친구는
차를 타고 뒤쪽에서 기다리다 이를 놓치지 않고 따라간다.



S#79. 과장의 차 안

과장은 오랜 만에 야외로 나가는 것이 기분 좋은 듯 CD에서 나오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음음 거리며 따라 부르고 있다.

영석 : 과장님. 기분이 되게 좋으신가 봐요.

과장 : 그럼, 이렇게 장 대리랑 멀리 바람 쐬러 가고 있는데---.
장대리는 안 좋아?

영석 : 제가 왜 안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 부러워할 텐데요.

과장 :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더 좋은데?

영석 : 근데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과장 : 글쎄, 양평 쪽으로 한번 달려보지 뭐.




S#80 양평 근처의 한 모텔 주차장 (오후)

과장의 차는 전망이 좋은 양평의 큰 모텔에 주차된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려 모텔 카페에 들어간다. 모텔까지 쫓아온 영암과 친구는
조용히 그들의 애정 행각을 지켜보고 있다.


S#81 모텔 안 카페 (오후)

과장과 영석이 카페에 마주 앉아 있다.

과장 : 오랜 만에 한강 보면서 드라이브 했더니 기분이 정말 상쾌해.

영석 : 그렇네요. 종종 혼자 드라이브 하실 때 불러주세요.

과장 : 정말로 그래 줄래?

영석 : 그럼요. 불러주시기만 한다면 요.

이때 주문받기 위해서 직원이 온다.

과장 : (영석을 보며) 우리 식사하면서 맥주나 한잔 할까?

영석 : 운전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과장 : 조금만 마실 건데 뭐.

영석 : 그러시죠. 뭐.

과장, 직원에게 식사와 맥주를 주문시킨다.

과장 : 정식 둘 하고 맥주 3병만 주세요.





S#82 모텔 밖 카페가 보이는 곳 (저녁, 1시간 후)

영암과 친구가 시간을 보며 지켜보고 있다.

친구 : 들어간 지 얼마나 됐지?

영암 : 1 시간 정도.

이때 카페 안에서는 과장이 술이 과했는지 영석의 부축을 받으며 카페를
나가려고 한다. 아무래도 술이 과해서 모텔로 들어가려는 모양이다.



S#83. 모텔 방 안 (잠시 후)

술에 취한 과장을 영석이 부축해서 들어와 신발을 벗기고 과장을 침대에 눕
힌다. 과장은 이에 조용히 응한다. 영석이 웃옷을 벗겨 주며 옷걸이에 걸자
과장이 손 짓한다.

과장 : 영석씨. 이리 와 봐.

영석, 과장에게 다가간다.

영석 : ------------.

영석이 과장 옆으로 다가가자 과장이 영석의 입에 입맞춤을 하고 영석의
옷을 서서히 벗긴다. 영석도 성욕을 자제 못하겠다는 듯이 과장의 옷을
벗긴다. 브래지어 안으로 과장의 풍만한 가슴이 살짝 보이고 영석은 더욱
강한 충동을 느낀다. 그들은 서로 강렬한 키스를 한다.




S#84 현주 아파트 근처 큰 도로

과장의 차가 길 가에 멈춘다.
운전석에는 대리로 보이는 기사가 타고 있고 뒷좌석에 영석과 과장이 함께
타고 있다. 술에 많이 쉬한 상태다. 어디선 가 또 술을 마시고 온 모양이다.
영석이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차에서 내리자 차가 과장의 집을 향해서
출발한다. 영석은 술이 과한 듯 집으로 향해 걷다가 도로가의 가로수 아래에
서 토를 하고 있다. 영암이 이를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영암 : (뒤통수를 세게 때리며) 야이 게브랄아 정신 좀 차려라.

영암의 가격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얼굴이 그대로 자신이 토한 부분에
쳐 박힌다. 얼굴에 덕지덕지 자신이 토한 이물질이 묻어 있다.

영석 : (비몽사몽으로 소리치며) 어떤 새끼야?
엉? 이런 개시끼, 야이 개시끼야 야 이 개시-----끼.

영암은 저 멀리고 도망가고 멀리서 용용 죽겠지 라는 표정을 짓는다.
이때, 저번에 이 광경을 목격한 일본인들이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하며
일본어로 대화하며 웃는다.

일본여자1: 카레와 혼또오니 니홍고가 죠오즈데스네.
(그 사람 정말로 일본어를 잘하는 군요)

일본여자2: 스고이. 게시끼오 싣데루.

자막에는 ‘게시끼 = 경치’
“대단하다. 경치라는 단어를 알다니” 라고 나온다.



S#85 현주 아파트의 거실 (오전)

영석이 출근하고 나자 현주는 사촌동생인 영암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가고 이윽고 영암의 목소리가 들린다.

영암 : 여보세요?

현주 : 응, 영암아. 나 현주 누나.

영암 : 안녕하세요? 잘 계셨지요?

현주 : 응. 나야 니 덕에 잘 있었지? 그동안 니가 고생 많이 했다.
1주일 동안 따라다니며 봤으면 대충 결과가 나왔을 텐데.

영암 : 네. (끝을 흐리며) 그런데 사실을 그대로 말해야 되는 건지 --

현주 : 니가 정말 나를 위한다면 사실 그대로 말해줘. 나머지는 내가 감당할 게

영암 : 누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그럼 사실 대로 말씀드릴게요.
1주일 따라다녀 본 결과 가볍게 만나는 여자가 있었고 또한 모텔까지
가는 여성분도 있었어요.

현주, 영암의 말을 듣고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가 꼬였어도 바람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알 거 같다. 그 동안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며 분노한다.

현주 : (부들부들 떨며) 그래? 알았다. 영암아, 고마워.
내가 다시 연락할게

영암 : (시무룩해서) 네. 그럼 또 연락주세요.

현주, 휴대폰을 끊고 안절부절 못하며 허둥대고 있다. 어찌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남편이 나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에 자신이
육체가 더럽혀졌다는 상상을 하면서 몹시 괴로워한다. 잠시 후 현주, 넋이
나간 사람처럼 쇼파에 멍하니 앉아 있다.



S#86 노래 연습실 (오후)

현주, 노래 연습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잠시 후 마음을 다잡은 듯
가요 책에서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을 선곡하고 마이크를 잡는다.
반주가 시작되자 서글픔에 눈물이 흐른다. 현주, 이혼을 염두해 둔 듯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분노와 서글픔, 삶에 회한과 사람에 대한 불신 등이
섞여 눈물이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S#87 현주 아파트의 안방 (새벽)

새벽 두시가 되자 영석이 안방으로 들어온다. 간신히 들어와서 옷을 대충
벗어놓고 침대에 눕는다. 영석이 쓰러져 눕자마자 현주는 그런 영석을 보고
분통을 터트리며 상상을 한다.



S#88 현주 아파트의 안방 (상상)

현주, 쓰러진 남편을 일으켜 세우며 주먹으로 배고 얼굴이고 가리지 않고
마꾸 때린다.

현주 : 일어나, 일어나라구. 너같이 바람이나 피우고 다니는 놈은 우리 집에서
잠 잘 자격이 없어. 빨리 일어나. 그리고 너 같은 놈은 죽어야 돼.

영석 : 왜 그래. 현주야. 내가 왜 너 놔두고 바람을 피워. 그런 적 없어.

현주 : 야 이 새끼. 눈 하나 깜짝하나 안하고 거짓말 하는 것 좀 봐.
야 임마, 동생 시켜서 벌써 다 알아봤어. 임마. 누굴 속이려고 들어?

현주. 이번에는 몽둥이를 들고 자신이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인정사정없이 팬다.

영석 : 현주야, 잘못했어. 현주야, 한번 만 용서해줘. 다신 안그럴께.
정말로 다시는 안 그럴께. 한번 만.

현주 : 지랄하고 자빠졌네. 내가 니 놈을 믿어? 내가 너 같은 놈을 믿느니 개나
돼지를 믿겠다. 니가 사람새끼냐? 개새끼지. 아니 너는 짐승만도 못한
놈이야.

현주, 그러면서 아직도 분이 안풀렸다는 듯이 또 때리기 시작한다.

영석 : 그래, 나 개만도 못한 놈이다. (멍멍 짖으며)
그러니 이제 고만 때려?


현주, ‘그만 때려’라는 말에 더욱 분노하며 주먹으로 뺨을 후려친다.
영석, 쓰러진다.




S#89 현주 아파트의 안방 (새벽)

현주 상상을 끝내고 영석을 내버려둔 채 나와서 지은이 방으로 간다.



S#90 현주 아파트의 지은이방 (잠시 후)

지은이 방으로 들어온 현주는 잠자고 있는 지은이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자고 있는 지은이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자 슬픔이 한 없이
밀려온다. 남편의 바람을 응징하자니 딸 지은이가 불쌍하고 또 내버려두자니
자신이 불쌍하여 서러움에 눈물만 뚝뚝 떨어진다.



S#91 현주 아파트의 거실 (오전)

현주, 남편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회사로 보낸다. 그리고 다시 무언가를 골똘
히 생각한다. 지숙 남편의 바람을 떠올리며 지숙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간다.

지숙 : 현주야. 무슨 일이야?

현주 : 지숙아 나 어떻하니? 니 말이 맞았어.

지숙 : 무슨 말이야. 내 말이 맞다니?

현주 : 저번에 니가 말한 거. 내 남편 바람피운다고. 그거 사실이래.
사촌동생 시켜서 알아봤는데 여자도 있고 모텔도 갔단다.

지숙 : 그래? 알았다. 내가 너희 집에 갈 테니 기다려.
그리고 마침 유정이가 볼 일이 있어서 우리 집에 왔는데 같이 갈게.

현주 : 유정이가? 그거 잘 됐다. 빨리 같이 와.



S#92 현주 아파트의 거실 (잠시 후)

지숙과 유정이 현주 아파트에 와서 벨을 누른다. 현주, 확인을 하고 문을
열어준다.

현주 : (너무나 슬프지만 친구를 반갑게 맞으며)
어서들 와. 유정이도 왔네? 그 동안 잘 있었지?

유정 : 나야 잘 있었지. 근데 현주 너 얼굴이 왜 그러니?
왜 이렇게 창백해. 어제 잠 한 숨도 못잔 사람 같아.

현주 : 그래. 어찌 안 그러겠니?

지숙 : (현주를 바라보며) 그럼 너는 이제 어떻게 할래?

현주 :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 이런 일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해 봤거든. 지숙이 너는?

지숙 : 난 아이도 없으니까 여차하면 이혼해 버릴 거야.
현주 너는 지은이 때매 고민이 많겠다. 그치?

현주 : 맞아. 남편을 생각하면 이혼을 하고 싶지만 지은이를 생각하면 섣불리
결정을 못하겠어.

유정 : (진심으로 위로하며)
너희들 시집가서 잘 살줄 알았는데 그 동안 어려움이 많았구나.
난 아직 혼자라서 외롭다고 생각하고 너희들이 부러웠는데--.
죄를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다고 우리 셋 머리를 맞대고
이 난관을 극복해 보는 게 어떨까?
난 시집을 안가서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히 알아보면 길이 있을 거
같은데.

현주 : 정말로 길이 있을까?

유정 : 분명히 길이 있지만 아마도 우리가 찾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몰라.
사촌언니도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정말로 힘들었는데 무료로
카운셀링해 주시는 어떤 여성 상담가를 만나서 많은 도움을 받았나
봐. 이혼까지 하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진거 같애.

지숙 : 정말이야? 돈을 받지도 않고 무료로 상담을 해 준다는 말이지.

유정 : 언니 말로는 불행하게 사는 부부들을 위해서 자원봉사를 한다나 봐.

현주 : 그렇담 우리도 가서 도움을 요청해 볼까?
그 분 연락처는 알고 있니?

유정 : 그거야. 언니한테 전화를 하면 바로 알 수 있겠지.
그건 염려 마. 내가 전화해서 알아놓을 게.

현주 : 그럼, 부탁 좀 할게

지숙 : 우리 삼총사 오랜 만에 모였으니 밖에 나가서 식사나 하고 오자.

지숙의 말에 현주와 유정도 동의를 한다. 현주, 대충 차려 입고 밖으로 나간다.



S#93 남원 추어탕 전문점 (점심)

현주, 지숙, 유정, 식사를 맛있게 하고 있다. 거의 다 먹은 상황이다.
현주, 어제와는 사뭇 다르게 이 상황을 타개할 희망이 생겨 그나마 위안이
되고, 또한 오랜 만에 모인 삼총사의 만남이 어제의 충격을 완화시켜준
모양이다.

유정 : 이 집 추어탕. 정말 맛있다.

현주 : 응, 우리 동네에서 제일 맛있고 싸다고 소문이 나서 많이들 오지.
지숙이 너도 자주 오지?

지숙 : 그럼, 추어탕이 몸에 좋은 보양식이잖니?
피곤할 때나 입맛이 없을 때 먹으면 몸이 한결 좋아지는 것 같애.

현주 : (고개를 끄덕이며) 전에는 신랑이랑 자주 왔었는데-----.

지숙 : 당분간 우리끼리라도 자주 오자. 유정이 너도 너무 바쁘게만 살지 말고
자주 와라. 그래서 좀 뭔가 남다른 우리만의 삶을 모색해 보는 게
어떻겠니?

유정 : 나야 좋지, 불러만 주세요.

지숙 :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삼총사가 다시 모이는 결성식 어때?

현주,유정 : 좋아

현주, 유정, 지숙은 예전의 대학시절로 되돌아 간 듯 서로 오른 손을 들어
이름을 부르면서 삼각형을 만든다. 마지막에서는 ‘크로스’를 외친다.



S#94 현주 아파트 거실 (오후)

현주와 지숙은 유정을 보내고 현주의 집으로 들어온다. 현주 아까 유정에게서
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간다.

상담실 : 상담실입니다.

현주 :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십니다. 문의를 할 게 좀 있어서요?

상담실 : 어떤 문제로 상담을 원하세요?

현주 : 남편의 바람 문제로 상담을 좀 받으려구요.

상담실 : 아. 그러세요? 전화상담을 원하세요? 아니면 면담을 원하세요?

현주 : 문제가 좀 심각한 것 같아서 면담이 좋을 거 같은데.

상담실 : 그러시면 내일 오후 3시는 어떠세요?

현주 : 그 시간이면 괜찮을 거 같아요. 친구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데
같이 가도 될까요?

상담실 : 그럼요. 상관없습니다.

현주 :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S#95 상담실 (오후)

현주와 지숙이 상담실에 들어오자 상담 선생님이 반갑게 맞는다.
상담 선생님의 반가워하는 환대에 현주와 지숙은 마음이 가볍다.
선생님은 현주와 지숙을 테이블 쪽으로 안내하고 앉으라고 권한다.


상담자 :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현주,지숙 : 예.

세 사람 모두 자리에 앉는다.

상담자 : 어제 남편의 바람 문제 때문에 상담을 의뢰하신다고 했지요?

현주,지숙 : 네.

상담자 : 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세요.

현주 : 남편이 하루가 멀다고 술 먹고 늦게 들어오고 휴대폰도 비밀번호를
누르게 해놨길래 미심쩍어 혹시나 해서 알아봤더니 여자가 있더라구요.
저는 3살 된 아이도 챙기랴, 남편 챙기랴, 살림 챙기랴 잘 살아보겠다고
정신이 없이 살았는데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못하다가 )
다른 것은 다 참고 이해할 수 있겠는데 바람까지 피우고 다닌다고
생각을 하니 정말로 제 인생이 너무 참담하게 느껴지고 지금 같아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상담자 : 그러시겠지요. (진심이 어린 말투로) 같은 여자로서 충분히 이해합니다.
친구분은요?

지숙 : 저도 비슷한 상황이에요.

상담자 : 두 분 상심이 정말로 크시겠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를 당하게 되면
여성분들은 엄청난 분노와 충격으로 이성을 잃고 삶에 대한 의미나
희망마저 잃고 좌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자살하고 싶은
마음까지 일어나는 것이구요. 아마 두 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렇죠?

현주,지숙: (이구동성으로) 네

상담자 : 모든 결과라고 하는 것은 원인이 있듯이 일단 원인부터 세세하고
철저히 분석해 보고 어디서 문제가 있는 지 확인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실 부부문제라고 하는 게
어느 한 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상대의 부정을 그릇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이혼한다면 모르겠지만 배우자의 부정을 용서
하고 앞으로 행복하게 살려고 하신다면 정말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거라 생각이 됩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이번 일을 두 분이
전화위복으로 삼는다면 두 분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부부 생활을 영위하실 수 있게 되실 겁니다.

현주 : 정말로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상담자 : 그럼요. 그러나 그것은 전적으로 본인들이 하기 나름이죠.
방법은 제가 전해드리지만.

현주 : 그럼 앞으로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상담자 : 좀 하기 어려운 일들도 있겠지만 인격을 수양한다고 생각을 하시고
가급적 넓은 아량으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가야 합니다.
사실 부부가 결혼하기 전에 반드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부부가 이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느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으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요.

지숙 : 그것이 구체적으로 뭔데요?

상담자 : 예를 들어 상대의 성 심리 “여성은 남성의, 남성은 여성의 성 심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내는 남편이 뭘 원하고 있는 지 또
아내는 남편이 뭘 원하는 지 알 거 아닙니까?
또한 아주 기본적인 성지식들, 그리고 자신과 상대방의 성격이나 인간
됨됨이를 통해서 인격의 수준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현주 : 아, 그렇군요. 우린 그런 것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상담자 :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지식과 지혜가 없다보니 현실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힘들겠지요?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에 대한 몰이해로 동물이나 짐승으로 이해하고 있고, 또한 남성이
여성에 대한 몰이해로 여우나 불여우로 이해하고 있다면 서로가
조화의 대상이 아닌 갈등의 대상으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성이 자신의 성과 다르면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다른 지
를 충분히 이해한다면 그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숙 : 듣고 보니 정말로 그럴 거 같네요.

상담자 : 사실 부부문제는 비밀의 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백만 단위의 비밀번호가 있다고 할 때 만약 우리가
비밀번호를 누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주 : 그냥 포기하던지 끈질 긴 사람은 일일이 눌러보지 않을까요?

상담자 : 그렇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포기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그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숙 : 그렇겠죠. 그러나 누가 쉽게 그것들 가르쳐 주겠습니까?

상담자 : 맞습니다. 그런 면에서 또 한 가지 명심할 게 있습니다.

현주 : 그게 뭔데요?

상담자 : 비밀의 문으로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아무에게나 가르쳐 주지 않으며
또한 들어갈 때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비밀의 문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오로지 그 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주 : 결국 그 말씀은 아까 앞에서 언급하신 진정한 사랑과 넓은 아량을
말씀하시는 거네요.

상담자 : 네, 정확히 이해하셨습니다.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셨다면 제가 지금부터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마음의 준비는 다 되셨나요?

지숙 : 사실은 아직 남편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고 정말 나가 죽어라 라는
심정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이해하고 용서한다고 해서 좋아질까요?

상담자 :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성경 말씀에도 나오듯이 새포도주는
새 포대자루에 담아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분노와 원망과 질타로는
부부관계에서 어떠한 질적 변화도 오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나빠질
것이고 그것은 더욱 심각한 갈등과 파멸을 야기 시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못살겠으면 그때 서로가 이혼을 선택하겠지요.
그러니 길이 아닌 곳은 아예 가려고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현주씨, 가장 훌륭한 복수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현주 :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상담자 :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수를 상대에 대한 원한을 속 시원하게 갚아준다는
의미로 사용을 합니다. 속이 시원한 것은 좋은데 그런 것은 지극히
일시적인 감정 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복수는 나의 인간성
과 인격에 상대방이 감동하여 저절로 몸과 마음을 낮추도록 하는 것이
아닐 까 생각합니다.

현주 : 머리로는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정말로
힘들 것 같습니다. (머뭇거리다) 그래도 진정한 복수의 길을
걸어가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깊이 생각하고 나서) 해 보겠습니다.
그것이 부부 모두를 위한 길이고 행복을 위한 길이라면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지숙 : (현주 쪽을 응시하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저두요.

상담자 : 자. 이제 그럼 마음의 준비는 다 된 것 같구요.
지금까지 남편과의 있었던 일은 모두 없었던 것으로 하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부부관계를 형성할 수 없습니다.
부디 깨끗이 잊어버리세요. 그러실 수 있겠지요?

지숙,현주 : 네

상담자 : 자 그럼, 지금부터 바람둥이 제대로 길들이기를 시작해 봅시다.




S#96 현주 아파트 작은 방 (저녁)

현주, 작은 방에서 명상 음악을 틀어놓고 가부좌 상태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
영석에 대한 엄청난 분노와 자신의 인생의 허망함이 느껴져 고통스럽다.
하지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이 준비되어 있다는 상담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
하며, 모든 것을 처음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상대를 진심으로 용서를 한다는 것, 이해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그러나
나 자신이 상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돌이켜 생각을 해 보면 나도 그렇게
잘한 것 같지는 않다.

<나레이션> 선생님 말씀대로 모든 것을 덮어두자.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어두운
기억은 머리에서 지우고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만 남겨두자. 지금까지 상처로
남편을 진심으로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이 지금 나에게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
지만 나도 남편에게 잘못한 게 적지 않으니까 그 댓가를 치룬거라 생각하자.
남편은 미래 우리 가족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될 것이기에 거기에 걸 맞는 대우
를 해주자. 성심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그래도 그래도 모든 게 변하지 않는다면 그때에 포기할 지라도.



S#97 현주 아파트 부엌 (아침)

현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영석을 위해서 아침 준비를 하고 있다.
어제 술 많이 마신 영석을 위해 해장국을 준비하고 있다.
영석, 의자에 앉으며 평소와는 다르다는 듯이 현주를 쳐다보고 있지만 현주
전혀 개의치 않는다. 국이 충분히 끓자 테이블에 갖다놓는다.

영석 : 웬일이야?

현주 : 뭐가?

영석 :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해장국까지 끓여 놓고.

현주 : 무슨 소리. 내 남편 내가 챙겨야지 나, 아님 누가 챙겨?

영석 : 어라. 뜬금없이 무슨 일이야?
말해봐. 당신이 무슨 일이 있지 않고는 이럴 사람이 아닌데.
애인이라도 생겼어?

현주 : (웃으면서) 그래, 애인이 생겼다. 왜?

영석 : (황당하다는 듯이) 별 일도 다 있네.

현주 : 지금까지 살면서 나한테 많이 실망했지?
사실 나도 많이 실망했지만 앞으로는 -------.

영석 : 앞으로는 뭐?

현주 : 말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니까 그쯤 해두지 뭐.

영석, 평소와는 사뭇 다른 현주의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일시적일 거라고 생각하고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S#98 현주 아파트 거실 (아침).

영석이 출근을 하려고 나가자 현주 지은이를 품에 앉고 마중 나가
웃는 얼굴로 지은이에게 “아빠 잘 다녀오세요” 라고 인사하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현주 : 잘 다녀와요.

영석 : 오늘 도대체 왜 그래?
현주 : (웃으며) 아까 내가 행동으로 보여준다고 했잖아요?

영석, 오늘 아침부터 도깨비에게 홀린 기분이다. 싫지는 않지만 이런 상황이 아직은 너무나 낯설다. 그래서 그냥 허겁지겁 집을 나선다.



S#99 영석의 회사 사무실 (저녁)

영석은 바쁘게 퇴근을 준비하며 오늘 아침에 현주가 자신에게 한 행동들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본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때 자신의 휴대폰에 문자가 온다. 휴대폰에는 “늦게 들어오는 것은
상관없으니 술만 많이 마시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적혀 있다. 영석은 그 말을
보고 혼자말로 투덜거린다.

<나레이션> 야가 미쳤나. 왜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해?



S#100 현주 아파트 거실 (밤)

현주, 무언가를 쇼파에서 열심히 읽고 있다가 벨소리가 들리자 문을 열어
준다. 영석은 술을 마시긴 마셨지만 그렇게 많이 마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현주 : 잘 다녀왔어요?
많이 힘들지?

영석, 방긋 방긋 웃으며 말하는 현주를 보더니 싫지는 않은 듯이.

영석 : 힘들기야 힘들었지만 하루 이틀 그런 것도 아니구.
너는 왜 아직 안 잤어?

현주 : 그냥 책 좀 읽느라.

영석 : 뭐 니가 책을?

현주 : 그 동안 책을 너무 읽지 않아서 도움이 되는 책 좀 보려구.
목욕탕에 물 받아 놓을 테니 목욕하고 자.

영석, 현주가 뭔가 완전히 달라진 것을 보면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신반의 하는 듯하다. 그래도 설마 이런 것이 얼마 오래 가겠어 라는 표정이
다. 그럼에도 현주의 지금 모습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S#101 상담실 (며칠 후)

상담 선생님과 현주, 지숙이 진지하게 상담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지함보다는 맑게 웃으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상담자 : 두 분 며칠 동안 어떻게 보냈어요?

현주 : 전 처음에 선생님께서 현재 부부관계가 최악의 상태지만 미래에 최고
행복할 때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걸 맞는 행동을 하라고 하셨을 때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가 하고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여겼어요. 남편이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가득 차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제 남편이 전에 못해준 것을 잊고 잘해준
것만 생각하며 희망을 갖기로 생각하자 좀 마음이 편해졌어요.

지숙 : 저도 남편이 내가 아파서 고생했을 때 안타깝게 바라보며 걱정해주던
거, 저한테 “나한테는 니가 제일 이쁘다”고 한 말들을 되새기면서
내 안의 분노를 삭히려고 노력했어요.

상담자 : 잘들 하셨습니다. 일단 1차 관문은 통과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힘들다고 현재 마음을 포기하시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을
해야 하고 그때는 지금보다 2-3배 더 어렵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냐면 다음번에는 남편이 더 더욱 여러분의 본심을 믿지 기 때문이죠.
좀 힘이 들고 어렵더라도 남편이 진심을 알아줄 때까지만 참고 인내
하세요. 나한테 하는 것이 진심인가 가식인가 하는 것을 사람들은 정확
히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거니까요.

현주 : 그럴 거 같습니다. 남편도 처음에 제 행동들에 대해서 ‘야가 미쳤나’
하는 반응이었는데 지금은 조금씩 저의 진심이 느껴지나 봅니다.

지숙 : 저도 비슷하게 느꼈어요.

상담자 : 세상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천사가 되어 자기를 보호해주고 보살펴
주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정작 자기 스스로가 다른 사람의 천사가
되어줄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니가 나한테 먼저 잘 해라. 그럼 나도 너한테 잘 할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런 이기적인 사고는 부부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도 절대로 원만히 만들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
을 보세요. 힘들게 사는 대부분의 부부들이 그렇게 삽니다. 상대가 나
한테 못해주는데 내가 왜 상대방에게 잘 해야 하냐고 말들을 하지요.

현주 : 저도 여태껏 그렇게만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남편이 잘 해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너는 나한테 잘해야 된다”는 생각만 한 것 같습
니다. 요즘 들어 제가 저를 생각해 봐도 한마디로 싸가지가 없었던 것
같아요.

상담자 : 서로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를 위해 주면 좋을 텐데
현실적으로 그게 대단히 힘이 들겠지요? 둘 중의 하나가 먼저 상대에게
잘 하려고 노력을 하고 어떻게 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 올바른 길인지를
가능하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이것을 등치만 태산
같고 힘이 센 남자가 먼저 하기에는 힘이 들 수도 있습니다.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감성적으로 남성보다 먼저 성장한 우리 여성들
의 몫이라고 보면 좋을 거 같아요.

현주 : 그럴 것 같습니다.
남편과 아내 둘 다 그런 생각을 하면 더 없이 행복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집안의 안주인인 우리 여성들이 먼저 시도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 맞나요?

상담자 : 네. 아주 정확히 이해하셨습니다.

지숙 : 아, 그래서 집안의 여자가 현명하고 지혜가 있어야 가정이 화목해진다는
격언이 있는 거군요.

상담자 : 네. 그런데 또 너무 잘하려고만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내가 잘하는 것을 상대가 인정해서 나에게도 잘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하지만 내가 잘 하려고 하는 마음이나 잘해
주는 것을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이용하려고 할 때는 상대에게 직접 대
놓고 욕하지 말고 과감히 침묵을 지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내 마음이 가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하는 것을 상대가
느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모욕을 감내해야 하는
고통도 참아내고 극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상대가 나한테 하는
것이 진심인 것을 알면 기본적인 인격과 본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에게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 자신도 상대에게 잘
하려고 합니다. 만약 끝까지 나의 진심을 왜곡하고 자신의 편이를
위해서 상대가 나의 진심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그런 일부 몰지각하고
비인격적인 사람들과는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나을 것입니다.
안 그러겠습니까?

현주 :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상대가 나를 이용하려할 때 왜 굳이 침묵을 지켜야 하는 건가요?

상담자 : 아직 서로의 진심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상대에게 잘 해 주다가 상대방이 그것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화가
나고 그래서 나무라게 되죠. “너는 왜 인간이 그것 밖에는
되지 않느냐” “인간아 인간아 너는 왜 사냐” 아니면 "야, 니가 나한테
이렇게 하는데 내가 너한테 뭘 바라고 잘 하겠니”라고 막 말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잘 대해주지 않는 게 낫겠죠.
따라서 그런 경우는 내가 항상 당신을 잘 해주려고 하는데 그것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언제든지 그것은 멈춰진다는 것을 침묵으로
보여주면 상대도 자신이 스스로 뭘 잘못 했는지를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잘 못한 것을 스스로 반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지숙 : 그러니까 상대의 잘못을 자존심 상하게 하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
게 해서 고쳐가게 만들어라, 뭐 이런 말씀이신 가요?

상담자 : 네. 아주 정확히 이해하셨네요.
따라서 이러한 침묵은 무관심에 의한 침묵이 아니라 관심의 침묵이
되어야 합니다. 무관심의 침묵은 사이가 벌어져서 서로 냉담해지는
것이고 관심의 침묵은 부모가 자식이 잘 되라고 사랑의 매를 가하는
듯한 일종의 사랑의 침묵이 되는 것입니다.

현주 : 관심의 침묵이라? 정말로 철학적인 말인 거 같습니다.
어려운 말 같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는 되네요.

상담 선생님이 갈증을 느껴 물을 마신다.

상담자 : (더욱 더 심각한 어조로)
부부가 가장 크게 잘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말싸움입니다.
상대의 자존심에 상처를 줘서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상대가 받는
고통은 나와 상관이 없는 것이니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이 나 몰라라 한다고 생각 을 해 보세요. 그렇게 되면 서로가 서로에게 공격 가하고
분풀이하려고 할 것이며 그것은 종국에는 “장미에 전쟁”이라고 하는 영화에서
보다시피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게 됩니다.
그러나 아내가 좀 처음에는 마음이 아파도 자기의 진심을 남편이
충분히 알아줄 때까지 끊임없는 노력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고
행동을 하게 되면 결국 남자들은 자기 아내를 목숨 바쳐 지키는
파수꾼이 됩니다.

현주 : 정말로 남자들이 그럴 수 있을까요?

상담자 : 보통 일반 여성들은 남자들이 무정하고 무심하고 무책임하다고 알고
있지만 그와는 정반대입니다. 남자들은 자신의 아내가 자신이 존경할
만한 인격과 품행을 가졌다고 생각을 하면 “나는 정말로 복이 터진
놈이다. 이렇게 훌륭한 아내와 살고 있으니” 생각하고 그야 말로
자신을 머슴으로 또한 아내를 황후로 알고 떠받들려고 합니다.
오죽하면 아내가 이쁘면 처갓집 말뚝보고 절한다는 속담이 있겠습니까?
여기서 이쁘다는 말은 외모보다는 여성의 품행이나 인격을 말한다고 봐
야 하구요. 결국 아내가 남편에게 황후 대접을 받고 못 받고 가 우리
여성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지요.
남자들이 외모에 눈이 멀어 얼굴만 이쁘면 최고인줄로 생각을 하는데
그것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얼굴이 예쁜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고
그것으로 인해서 아내를 황후로 보지 않습니다.

현주 : 결국 여자는 마음이 예뻐야 여자지 라는 가사가 맞군요.

상담자 : 그렇습니다. 마음이 예쁘다는 것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지요.
또 한 가지, 신이 남성에게 힘을 주셨다면 여성에게는 감성과 언어능력
을 주셨습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힘을 가하면 폭력이 되어 안 되듯이
여성들도 자신이 부여받은 언어능력을 남성에게 사용하면 안 됩니다.
이는 곧 언어폭력이 되고 남편들은 말 많은 아내를 무시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것은
여성들이 자신의 뛰어난 언어능력을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편에게
사용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아내가
자신이 가진 언어능력을 남편을 위한 적당한 칭찬과 용기를 북돋는데
사용한다면 남편에게 아내는 지혜로운 사랑스런 여성이 되고 이때 남
편은 아내가 해 주는 모든 말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남편에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절대로 금물이고 신중한 말 한 마디가
중요하며, 가능하면 말을 잘 못하는 남편이 먼저 말을 걸도록 해야
부부관계가 원만하고 아름다워지지 아내가 줄기차게 떠들어 대면 남편
들은 잔소리나 바가지로 밖에 듣지 않습니다.

지숙 : 정말로 그런 것 같네요. 백번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여주라는 말과
핵심적인 말을 반드시 상대의 입장에서 하라 라는 말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남편이 말을 먼저 걸도록 배려해
주고 묻고 따지고 말꼬리 잡아서 남편을 힘들게 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말들은 과감히 줄여야 할 것 같은데요.

상담자 : 네. 맞습니다. 그렇게 해보세요. 당장은 아니겠지만 나중에는 아내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지도 모릅니다. 우리 여성들은 남성이
힘을 사용하면 야만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멸시하면서 여성들이 말로
남성을 공격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것은 엄청난 모순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자신이 약한 것은
당하지 않고 자신 강한 것은 공격해도 된다는 생각은 엄청난 이기심의
발로가 아닐까요? 이로써 여성들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입니다.

현주 : (감탄하며) 오늘도 정말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지숙 : 깊이 새겨듣겠습니다.

현주 : 이제 조금 희망이 보이는 듯 합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S#102 현주 아파트 거실 (저녁)

영석이 여느 때와는 다르게 집에 일찍 들어온다. 현주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가 영석을 보고 밝은 표정으로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영석이
현주를 보니 옷차림도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입고 있으나 사치스럽다기보다는
그냥 편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현주 : (반갑게 장난하듯이) 어서 오세요. 당신 오늘 일찍 들어왔네?

영석 : 오늘은 별 일도 없고 지은이 보고 싶어서 빨리 왔지.

현주 : 아직 식사 안했지? 그럼 빨리 와. 나도 지금 먹으려던 참인데.

영석 : 전에는 무지하게 나를 귀찮게 하더구만
요즘은 나한테 전화도 안하고 문자도 안보내고
새 남자가 생겨서 귀찮게 안 해도 된다는 거야?

현주, 영석의 말을 듣고 그냥 별 댓구 없이 웃어넘기다가

영석 : 어어 저 보레, 실실 웃고.

현주 : 그럼 내가 전처럼 맨 날 귀찮게 전화질해대고 문자하고 그러면 좋겠어?

영석 : 그거야 아니지만 너무 나를 놔주는 거 아니야?
(현주의 몸을 훑어보며) 근데 옷차림은 또 그게 뭐야?
완전히 바람난 여자 같잖아.

현주 : (남편의 관심이 싫지 않다는 듯이 흐뭇해하며)
나한테 시비 걸지 마시고 식사나 하세요.
내가 바람이 났으면 지금 이러고 있겠어요? 나가서 바람피우고 있지?

영석 : 그건 그렇지. 근데 요즘 너무 수상해.

현주 : 자기 마누라가 바람나는 것은 싫은가 보네.

영석 : 그럼 어떤 놈이 자기 마누라 바람나는 거 좋겠냐?

현주 : (남편의 볼을 잡으며 아기 대하듯이)
우리 남편이 나를 걱정하기는 하나 보네.

영석은 아내의 변화가 아직도 의심스럽다. 다른 남자가 생겼는지 궁금하고
만약 그렇다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망막할 뿐이다.



S#103 현주 아파트 거실 (식사 후)

식사 후, 영석은 TV를 보고 있다. 그러나 현주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때 같으면 어디서 뭐하고 왔는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귀찮은
질문들을 시시콜콜 물어볼 텐데 아예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영석이 오히려
아내가 행방을 찾기 위해서 부엌부터 안방, 화장실, 지은이 방을 돌아다니
지만 현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서재가 있는 작은 방 문을
열어보니 현주가 열심히 무언가를 읽고 있다. 영석, 그런 현주의 모습을 모른
체 하고 다시 방문을 닫는다.

<나레이션> 도대체 현주가 왜 저러지?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저러는 걸까?



S#104 현주 아파트 침실 (밤)

영석과 현주가 잠을 청하기 위해 누워 있다. 영석, 종전의 아내와 사뭇 다른 현주를 생각하니 새로운 성적충동과 감정이 새록새록 든다. 영석, 현주의 몸에
조심스럽게 손을 대자, 현주 영석이 기분 나쁘지 않게 조심스럽게 밀친다.

영석 : 왜? 내가 싫어?

현주 : 싫은 게 아니라 아직 마음이 준비가 안 되어 있거든.
조금만 기다려 줘.

영석 : 또 그 소리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현주 : 이번에는 아니야. 당분간 섹스 말고 옛날처럼 스킨쉽만 하면 안 될까?

영석 : 정말이야?

현주 : 그럼, 당신도 그렇지만 나도 사실 당신한테 잘못한 게 많은 것 같애. 그래서 앞으로 는 나도 열심히 노력해 볼게.
다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안 돼?

영석 : (이상하다는 듯이) 알았어. 알았어.

영석, 조심스럽게 현주의 몸에 손을 대고 서서히 옷을 벗기며 애무를
시작한다. 영석이 속옷 벗기려고 하자 현주 손으로 저지한다.
영석은 무리하게 속옷을 벗기려 하지 않고 그대로 애무를 진행한다.
다시 위쪽으로 올라와 진한 키스를 시작하자 현주 상기된 모습으로
눈을 감는다.



S#105. 미용실 (오후)

현주, 지숙이 유정이 아는 언니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유정이 헤어디자이너에게 부탁한다.

유정 : 언니. 잘 좀 부탁해.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이야.

디자이너 : (현주를 보며) 염려 마.
워낙 바탕이 괜찮아서 조금만 손대도 될 거 같아.

유정 : 이제 우리 세 명 자주 들를 테니까 신경 좀 써주시구, 그리고 메이크업
도 우리가 올 때마다 좀 가르쳐 줘.

디자이너 : 그것도 염려 마. 하루에 조금씩 익히면 되니까.

잠시 후
지숙과 현주가 세련된 모습으로 머리 손질을 마치자 유정이 박수를
쳐 준다. 처음 미용실에 들어오기 전과 후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지숙 :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짜짠, 나 어때?

현주 : 지숙아. 예쁘다. 진작 이렇게 우리가 신경을 좀 썼어야 했는데.

지숙 : (앙증맞게) 너도 이뻐.

유정 : 그러게. 학교 다닐 때는 맨 날 거울 보며 멋 내던 년들이 결혼하고
나서 그렇게 가꾸라고 노래를 불러도 꿈쩍도 안하더구만.

지숙 : 이게 다 니가 소개시켜 준 상담 선생님 덕분이야.
선생님께서 “아내는 아내이기 이전에 여자다. 그러니 가꾸는 것을
평생 게을리 하지 마라”고 말씀하셨거든.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말이 지당하신 말씀인 거 같애. 남자들이 시각적으로 발달했고
아내의 잔잔한 외적 변화에 민감하다고 하는데 남편도 남잔데
우리가 내 남자를 위해서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현주 : 맞아, 어떤 남자도 우리를 여자로 보지 않는다면 남편도 우리에게
성적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은 당연한 거지. 이제는 아이를 이유로
아니면 힘들다고 내면의 아름다움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계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내면을 계발하는 것은 건물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고 외모를 가꾸는 것은 건물을 세우는 것이므로
이 둘을 온전히 계발하려고 노력할 때 여인의 미가 비로소 완성된다.
선생님의 이 말씀, 너무 멋지지 않니?

지숙 : 이런 말씀도 하셨잖아. 아름다움을 위해서 많은 돈을 들이거나
사치하거나 낭비하려면 아예 안하는 게 더 낫다. 낭비와 사치는
부부관계에 치명적인 오류를 낳는 거라고.

유정 : 나도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배운다. 내가 나중에 결혼하면 너희들이
내 상담 선생님 해주면 되겠네.

지숙 : 당근이지. 우리가 니 덕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유정 : 그래, 지금은 남편과의 관계가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

지숙 : 일단은 남편에 대한 내 마음이 많이 좋아졌어. 처음에 바람피운 걸 알았
을 때 나 몰래 바람피운 놈 죽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는데 지금은
그 책임이 남편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앞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마음이 상당히 편해.

현주 : 지숙이 너는 남편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구나. (우울해 지며) 나는
그냥 너무나 내 인생이 한심한 것 같아서 내가 죽고 싶었는데----. 근데 내 딸
지은이 얼굴을 보니 그냥 서럽고 측은함이 몰려와서----.

유정 : 정말로 많이 힘들었을 거야.
우리 앞으로도 우정 변치 말고 서로 어려울 때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서로서로 도와주자. 이제라도 우리 학교 미녀 삼총사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주자 구. 어때?

현주,지숙 : (너무 좋아하며) 좋지?

현주 : (오른 주먹을 쥐고 다짐하며) 여자들에게는 우정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같은 여성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S#106 현주의 아파트 거실 (토요일 7시 20분)

현주, 거실에서 혼자 KBS 방송에서 하는 사랑의 리퀘스트를 보고 있다.
영석, 물을 마시러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가는 도중에 그 모습을 본다. 다른
때 같으면 오락방송을 보고 있을 현주가 그런 방송을 보고 있다는 것이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TV에서 불쌍한 사람들의
사연이 나오자 현주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현주, ARS 후원금을 보내기
위해서 전화기에 손을 댄다. 영석,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현주의 모습에
의아스럽기만 하다.




S#107 현주 아파트 안방 (일요일 점심식사 후)

현주, 식사 후 어디론가 나가는 사람처럼 열심히 치장하고 있다.
영석, 옆에 현주가 열심히 자신의 모습을 꾸미고 있자 대학시절 현주의
아름다운 모습이 저절로 생각이 난다. 하지만 자신에게 어디 간다고 말도
하지 않고 매주 일요일 오후에 나가는 것이 수상쩍다. 다른 남자가 있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영석 : (다른 남자를 만날 거라는 질투심을 느낀다는 말투로)
오늘은 또 어디에 가시길래 이렇게 예쁘게 꾸미시는 건가?

현주, 영석의 말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꾸미는 것을 마무리하고 있다.

현주 : (일어서며 장난끼 어린 목소리로) 왜 그러시와요? 서방님.
저는 밖에 좀 다녀올 테니 오늘은 서방님이 지은이랑 좀 놀아 주시와요.
아셨죠?

영석 : 지은이 보는 거는 내가 알아서 할 거고. 어디 가는 지만 말해주면 안 돼?

현주 : 나중에 저절로 알게 되니까 지금은 그냥 내 친구들 만난다 그렇게만
생각해. 알았지?

영석 : (별 말을 못하며) 알았어. 그럼 너무 늦지 마.

현주 : (크게 웃으며) 그건 평상시 내가 자기한테 하는 말이잖아.

영석 : (겸연쩍어하며) 그렇네? 이거 갑자기 상황이 역전된 건가?

영석, 당황스러워하며 표정이 꽤 진지해 진다.

영석 : 어쨌거나 아무튼 빨리 다녀 와.

현주 : (아랑곳하지 않고) 저녁에 늦을 지도 몰라. 친구들이랑 같이
식사하게 되서 늦어지면 자기가 알아서 해결 해. 알았지?

현주, 영석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에 의기양양하게 방을 나선다.




S#108 상담실 (오후)

오늘은 다른 여느 때보다 사뭇 진지하다. 뭔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양이다. 상담 선생님은 현주와 지숙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상담자 : 오늘은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것들에 대해서 논의를
해 볼 거예요. 아마도 여성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내용이 될 거예요.

현주 : 아주 중요한 내용이라. 지금까지도 좋은 말씀이 많았는데 정말로
기대가 돼요.

지숙, 옆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현주 : 녹음을 해두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상담자 : 그럼요.

현주, 휴대폰을 꺼내서 녹음 버튼을 누른다.


상담자 : 사람들이 흔히들 이성문제, 혹은 부부문제는 해답이 없다고들 합니다.
그렇죠?

현주 : 네.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있지요.

상담자 : 그런데 그것은 맞는 말이 아닙니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상대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가 맞을
겁니다.

지숙 : (의미심장하게 생각하며) 정말로 그게 맞겠네요.

상담자 : 그럼 이제부터 상대의 입장이 어떻게 다르고 무엇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지 같이 토론을 해보기로 할까요?
먼저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 라고 저렇다라는 식으로 정의를 내
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이 어떠한 경향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변해갈 수 있는 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부부문제가 생기거든요.
남자와 여자는 인간적인 면에서는 비슷한데 남성과 여성이라고 하는 성
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많습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 온 여자라는
책을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어찌 보면 양과 음 즉 음양의 관계라고
보시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지숙씨,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과 성이라
고 하는 행위를 갖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지숙 : 그거야, 상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해 주는가 하는 것과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믿음이겠지요?

상담자 : 네, 아주 정확히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여성들에게 성을 하고자 하는 욕
구는 상대 남성의 사랑과 믿음에 의해서 생겨나고 커집니다. 그렇다면
과연 남자들은 어떻게 해서 성욕을 느끼게 될까요?
이번엔 현주씨가 한번 말씀해 보실래요?

현주 :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남자들도 여성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성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요?

지숙 : 저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상담자 : 네, 그렇게 들 생각하실 겁니다. 사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그런 바람과 남성들의 성적 본질은 너
무나 큰 차이가 있습니다.

현주와 지숙, 선생님의 말씀에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상담자 : 여성에게 사랑하는 마음과 믿음이 중요하다면 남성들은 그것과 더불어
성적인 충동과 성적인 매력이라고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성적인 충동은 다시 성적인 호기심이라고 하는 것과 시각적인 감성으로
나눠집니다. 남성들이 새로운 여성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애인이나 아내가
있어도 무심코 다른 여성을 쳐다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현주 : 아, 그렇군요. 제 남편이 왜 저 놔두고 자꾸 딴 여자를 쳐다보는 가 했더니
그게 그 여자가 좋아서가 아니라 호기심과 시각적인 느낌 때문에 생기는
충동 때문이었군요?

지숙 : 저도 그런 일이 하도 많아서 남편이랑 어디 가면 속상해서 같이 다니고
싶지 않았었는데. 그게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니? 그럼 저는 이제 남
편이 다른 여성에게 눈을 돌리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요?

상담자 : 좋은 질문이십니다. 남편이 만약 자신도 모르게 다른 여성을 쳐다보고
아내를 의식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그때는 나무라서는 안 됩니
다. 남편에게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본능적인 것이니까요.
하지만 아내가 뻔히 보고 있는데도 의식적으로 계속 주시를 하고 있다
면 그때는 당신의 그런 모습에 내가 상처받는다는 언급을 줄 필요가
있겠죠.

현주 : 그렇군요. 그렇다면 성적인 매력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상담자 : 남성들은 각기 자신이 좋아하는 독특한 성적 특성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어떤 남자는 큰 가슴을 좋아하고, 또 어떤 남자는 늘
씬한 S라인의 몸매를 보고 흥분하고, 또 어떤 남자는 쭉 빠진 다리나 여성이 스타 킹 신은 모습을 보고 흥분합니다. 일명 패티쉬라고 그러지요? 또 어떤 남자는 엉 덩이를 보고, 또 어떤 남자는 귀엽고 아름다운
외모로 흥분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여성의 순수하고 사려깊은 행동들
도 성적인 매력의 요소가 됩니다. 어떤 남성의 경우 아내가 그리 예쁘
지도 않은데 아내를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
다. 그런 경우 그 남자에게는 성적 매력을 아내의 외모에서 느낀 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과 예쁜 마음에서 느낀 것이지요.
이해가 되십니까?

현주와 지숙이 고개를 끄덕인다.

상담자 : 이들 성적 매력은 각각 독자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복합적으로 느껴
질 때 더욱 큰 흥분과 쾌감을 발산하게 됩니다.

현주 : 와, 놀랍네요? 전혀 몰랐던 사실입니다. 그래서 남자들이 야동을 보고
좋아하고 흥분하는 군요.

상담자 : 네. 잘 이해하셨네요?

지숙 : 제 남편도 제가 밖으로만 나가면 저 몰래 컴퓨터로 야동을 다운받아서
저장시켜 놓고 두고두고 봐서 제가 짐승 같은 인간이라고 욕하고
“내가 너 같은 짐승이랑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난리치고 그랬는데--.

상담자 : 우리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들의
본질이나 본성으로 볼 때는 어떤 면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고 사실 남성들은 그런 본성에 스스로가 익숙해져 있습니다.
여성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구요. 그러니 상대를 모르면
당연히 갈등하고 싸우지 않겠어요?

현주 : 그럼 이 부분을 우리 여성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합니까?

상담자 : 대부분의 여성들은 성을 처음 접할 때는 정신적인 영역 다시 말해서
사랑과 믿음, 관심과 정성들이 중요한 성적 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육체적인 쾌락에 눈이 멀어 있는 야동의 존재를 경멸하게 되는
것이고 그런 것을 보고 있는 남성도 똑같이 취급합니다. 그러나 여성
들도 성관계를 하면 할수록, 또한 성적인 쾌감을 구체적
으로 알아갈수록 남성과 비슷하게 시각적으로 발달하게 되고 성적인
충동도 구체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여성 스스로도
야동같은 것을 보고 싶어하게 되고 근육질의 남성이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구요.

지숙 : 그렇다면 남성이 먼저 한 것일 뿐 결국 여성들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는 거네요.

상담자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단 예외적으로 여성이 남편의 무성의와 무관심으
로 성관계로 쾌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여성이 여러 가지 이유로 불감증이
라면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현주 : 그렇군요. 이런 부분을 알지 못하면 서로의 오해가 커질 만하네요.

상담자 : 네, 당연합니다. 또 다른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남성들이 성적인 충동이 강하기 때문에 먼저 성행위를 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여성들이 생각하기에 남성들이 성적인 쾌감이 굉장히 클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것도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쾌감이 커서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충동이 커서라고 보는 시각이 더 타당할 거 같습니다.

지숙 :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정말이요?

상담자 : 남성들에게는 정신적인 흥분으로 오는 쾌감과 사정으로 인한 쾌감이
있습니다. 남성들이 상당한 매력을 느끼는 여성과 손만 잡아도 성관계
와 버금가는 정신적인 쾌감을 느끼게 되고, 또 분출로 인한 육체에서
오는 쾌감은 그때 잠깐 동안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남자들이
느끼는 쾌감은 태어날 때부터 얻어지는 것으로 각자 사람에 따른 개인
차가 크지 않고 거의 대동소이 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주 : 상당한 매력을 느끼는 여성에게 큰 정신적 쾌감을 느낀다는 말씀은
남성이 여자에게서 성적인 충동이나 매력이 감소하면 성감이나
쾌감이 작아지게 된다는 말로 들립니다.

상담자 : 아주 예리하시네요.
그럴 수 있습니다. 결혼한 남성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의미방어전’이란 말, 혹시 들어본 적이 있나요?

지숙 : 처음 듣는 말인데요?

상담자 : 자신은 아내에게 성적인 충동이나 매력을 못 느껴서 하고 싶지는 않지
만 그렇다고 그것을 원하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안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의미로 의무방어전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현주 : 도무지 잘 이해는 가지 않지만. 우리 여성들에게는 분노가 느껴지는
부분이네요. 그렇다면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이해해야 되나요?

상담자 : 여성이 현명하고 지혜로워서 남성을 다룰 줄 안다면 남성의 성감이나
쾌감은 줄어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저번 시간과 오늘
공부하는 내용들이지요. 이들을 모두 숙지하고 결혼 생활에 응용하시면
반드시 남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아내가 될 것입니다.

지숙 : 다행이네요.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이.

상담자 : 그럼 아까 말씀드린 부분에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여성들은 평 생 월경을 하고 임신해야 하는 고통으로 인해서 신에게서
부여받은 성적 잠재능력과 쾌감이 엄청나다고 생각할 정도로 큽니다.
예를 들어 남성의 성감대가 성기나 성기 주변, 그리고 자신만의 성감대
에 국한이 되어 있는 것과는 반대로 여성의 성감대는 머리끝에서 발끝
까지 정교한 성감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 행위를 할 수 있는
잠재능력도 남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또한 여성에게는 트리플 전율감이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또 남성들이 부러워하거나 분노할 만 하지요.


현주 : 트리플 전율감이요?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요?

상담자 : 여성이 전율감을 느끼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나는데 첫 번째 는 상대를 깊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정신적 요소와 충분한 스킨쉽이나
애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E-spot을 통한 전율감이고 두 번째는
중요한 부분을 자극하여 얻을 수 있는 전율감이며
세번째는 성관계를 통한 G-spot을 자극하여 얻을 수 있는 전율감
입니다. 여성들은 이들 각각의 요소 하나만으로도 전율감을 얻을 수 있고,
두 가지가 한꺼번에 작용되어서 오르가즘이 나타날 수 있으며
세 가지 동시에 작용을 해서 오르가즘이 오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트리플 전율감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여성이 느끼는 쾌감은 실로 놀라운 것이구 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트리플 전율감이 여러 번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멀티와 함께 나타나면 여성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
울 만큼의 엄청난 흥분과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성의 쾌감은 남성이 처음
에는 우월한 것 같지만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는 식으로 현격한
차이가 나게 되는 것입니다.

현주 : 그렇다면 저는 왜 그런 쾌감을 잘 못 느끼는 것일까요?

상담자 : 그것은요. 남성이 선천적으로 노력 없이 얻어지는 쾌감과 달리 여성은
사랑하는 남성이나 남편을 통해서 반복적이고 정성스러운 학습 과정을
통해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의 쾌감은 크게 세단계로 나뉘어 지는데 첫 번째가 고통의 단계
고, 두 번째가 불감의 단계, 세 번째가 쾌감이 깊어지는 단계입니다.
이 말을 종합해 보면 여성들이 느끼는 쾌감은 남성들이 일반적으로 느
끼는 쾌감과는 달리 남편의 능력과 정성과 사랑에 따라서 천차만별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부인의 경우는 남편에 대한 불신과 증오가 가득 차
E-spot이 정지 되어 있으므로 쾌감의 단계로 진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 고통의 단계나 불감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현주 : (감탄하며) 아, 그렇군요.
선생님의 말씀대로라면 남자들의 쾌감은 선천적인 것으로 거의 다 비
슷하지만 그 쾌감이 별반 크지 않고 여성들의 쾌감은 잠재되어 있어서
음에는 고통스럽지만 사랑하는 남성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계발될 수
있고 그 쾌감이 끝을 모르고 커질 수 있다는 그런 말씀이신가요?

상담자 : 아주 정확히 이해하셨습니다.

현주 : 그렇다면 남자들은 여성들이 아직 성을 전혀 모를 때는 강자가 되겠지
만 만약 여성들에게 성이라고 하는 것이 온전히 계발이 된다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자가 되겠네요?

상담자 : 네. 맞습니다.
따라서 부부가 서로 상대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 없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현실은
이와는 너무 다릅니다. 이런 아주 기본적인 지식도 모르고 결혼하는
부부가 안타깝게도 너무나 많지 않습니까?

지숙 : 듣고 보니 정말로 그렇네요. 현주나 저나 전혀 그런 것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고 생각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현주 : 왜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걸까요?

상담자 :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위적인 성에는 자유스럽다고 할 만큼 개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에 대한 지식적인 부분은 폐쇄적이라고 할 만큼 닫혀
있습니다. 성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것을 불량한 사람이나 몹쓸 사람이라는
식으로 부끄럽게 생각을 하다보니 아예 모르는 것이
가장 순수하고 좋은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지요.

현주 : 맞습니다. 대학 다닐 때도 보면 성에 대해서 많이 아는 애들을 까진
사람 취급하는 게 현실이었으니까요.

상담자 :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성의 결정권과 밀고 당기기에 대해서 입니다.
아주 중요한 내용이지만 거의 모든 여성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확실히 이해해 두시기 바랍니다.

지숙 : 성행위를 하고 안 하고를 누가 결정하는 지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밀고 당기기가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상담자 : 지숙씨. 만약 아이가 사탕을 맛있다고 달고 사는데 어머니가 그것을 제
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지숙 : 아이의 이빨이 다 썩어 큰 문제가 생기겠지요.

상담자 : 그렇지요? 그럼 현주씨. 우리가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서 계속해서 먹으면
어떻게 되지요?

현주 : 그거야. 당연히 질려서 못 먹게 되겠지요.

상담자 : 남성의 성적인 본질이나 본성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처음에 경험하는
성은 너무나 달고 행복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여성이 거부하거나
싫다고 해도 성욕을 못 참고 달라붙습니다. 여성들은 이러한 남성의 본
성을 나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가보다 하고 그냥 넘겨 버립니다.
그럼 남성들은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때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을 것이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성적인 충동이나
호기심이 충족이 되면 상대 여성이나 아내에게 더 이상의 충동이나
매력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아내나 여성에게서 성적인 충동
이나 매력이 사라지면 성적인 쾌감도 점점 줄어들게 되고 아내와의
관계를 회피하게 되는 겁니다.

지숙 : 아, 그렇군요. 그래서 제 남편이 처음에 제가 그렇게 싫다고 해도 매일
같이 달려들어서 성관계를 요구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하기 싫어
하는 눈치를 보이던데 바로 그런 이유에서 그랬군요.

상담자 : 맞습니다. 따라서 어머니가 자식에게 맛있는 음식을 질리지 않고 두고두
고 오래도록 먹게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선에서 끊어줄 수 있는 금욕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남편에게 아내가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기 위해
서는 성의 결정권을 아직 자신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모르는 남
편에게 줘서는 안 되고 적당한 선에서 끊어줄 수 있는 아내가 해야 됩
니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사랑하는 내 남성이나 남편을 위해서는 내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다“고들 생각하는데 이것은 곧 남자들에게는
“나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말고 다른 곳에서 바람을 피워라”라는
결과를 도출하게 하는 생각인 것입니다.

지숙 : 그럼 우리 여성들이 남편에 대해서 어떤 생각으로 바꿔야 하나요?

상담자 : 좋은 질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해도
당신의 끊임없는 성감과 쾌감을 위해서는 적절한 범위 내에서 자제를 시키겠습니 다. 지금 당장은 못하게 해서 미안하지만”이라는 마인드를 가
져야 합니다.

지숙 : 아 그렇군요. 우리 여성들이 정반대로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듣고 보니 너무나 중요한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현주 : 저 같은 경우는 사실 제가 못하게 합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정신적
으로나 신체적으로 너무 힘이 들어서 남편으로 하여금 성관계를 못하게
했는데 그럼 그런 것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상담자 : 잘 아시다시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으로 과유불급이
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혈기왕성한 남성이 주제할 수
없는 에너지와 충동을 전혀 방출할 곳이 없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그렇다고 하면 그것을 어떻게 참아 내겠습니까? 도덕적으로 인격적으로
참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반면에 우리
여성들은 스트레스에 지치고 시달리다 보면 성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고
아직 성적 쾌감이 익숙하지 않다면 오랜 기간이라도 참을 수 있지요.
여성이 너무 쉽게 허락하면 남성은 성적인 충동을 점점 잃어 쾌감을 얻
기 어려워지고 그렇다고 너무 안 해 주면 충동이나 본능을 억제할 수
없게 되어 대체할 수 있는 여성을 찾게 되니 중용의 도가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현주 : 아, 그렇군요. 저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남자들은 성관계를 하고 싶어도
오랜 시간동안 하지 못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군요. 그렇다면 어
느 정도가 원만한 성생활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상담자 : 그것은 부부의 능력이나 성향이 달라서 뭐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습
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많지는 않지만 어떤 부부는 남편이 정력이 좋
고 아내도 성을 좋아해서 10년을 매일 해야 하는 부부가 있습니다.
이런 부부에게는 누가 성의 결정권을 갖느냐가 중요하지 않겠죠?
또 어떤 부부들은 서로 부부가 성을 싫어하기 때문에 1년에 몇 번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라면 부부가 서로 교감이 되는 시간을 택해서 일
주일에 한두 번 정도를 20년이든 30년이든 죽을 때까지 꾸준히 하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상담 선생님의 질문에 현주와 지숙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깊이 생각한다. 자신들이 얼마나 성에 무지했고 남편에게 소홀히
했는지를 깨달으면서 오히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일어난다.

현주 : 선생님 덕분으로 성의 결정권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를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밀고 당기기를 어떻게 이해를 하면 되겠습니까?
보통 우리들이 말하기에는 한번 잘 해주면 또 한 번은 못해줘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킨다는 의미로 사용을 하는데요.


상담자 :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밀고 당기기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적인 면에
서는 남편에게 최선을 다해서 잘 대해주고 성적인 면에서는 남성이 급
하게 다가올 때 최대한 자제를 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보면 될 거 같습
니다. 아까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왜 굳이 이 말씀을 드리는 가하면 잘 생각해 보세요. 대부분의
아내들이 이와는 정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인간적인 면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성적으로 자제를 시켜야 하는 부분에서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에 아내에게 하늘에서 별이라도 따다 줄듯
했던 남편들이 점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내에 대한 내면의 정과 고마
움은 식지 않지만 아내에 대한 성적 매력이 식어버려 애정조차 없는
사람처럼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숙 : 결국 남편이 아내에게서 애정을 잃어버리는 것은 남편 스스로의 잘못도
있겠지만 우리 여성들의 무지도 한 몫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상담자 :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니 정확히 이해하셨습니다.

현주 :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인간적인 면에서 최대한
잘하라고 했는데 그러면 그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상담자 : 제일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남편에게 말을 예쁘고 듣기
좋게 하는 것입니다. 요리를 잘 하는 것도 좋구요. 아이들에게 훌륭한
어머니가 되 주는 것도 좋구요, 남편의 부모님이나 친정의 부모님에게
잘 하는 것도 좋고, 시댁 식구들과 원만히 지내는 것도 좋고, 미천한 자
신을 존경해주거나 높이 평가해주는 것도 좋은 것입니다.
또한 남편의 입장이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 주거나 배려해주는 것이나 아내
스스로가 자아실현과 자기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 근검절약
하고 생활력이 강해서 집안을 잘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남편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남편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도 다 인간적으
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인 것입니다.

현주 : 만약 저나 지혜가 그런 이상적인 아내와 어머니가 된다면 남편이 우리
를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게 되겠네요?

상담자 : 그렇겠죠? 그런데 ‘이상적인’ 이라는 표현보다는 아니라 ‘현실 가능한’
이라는 표현을 쓰셔야 앞으로 본인이 갈 길이 되지 않을까요?

지숙 : 정말로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었습니다.

현주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말씀해 주셨는데 저희는 아무
것도 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저희가 무엇이라도 선생님
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요.

상담가 :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풍족하지는 않지만 생계를 위해 필요한 돈은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일을 하는 것이구요. 그것보다는 남편 분
들과 더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해주는 것이 곧 저에게 보답이나 선물을
해 주는 것입니다.

현주와 지숙은 상담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를 통해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씩 느낀다. 그런 진정한 사랑을 통해서 자신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도 알 것 같다.
마지막으로 상담 선생님이 현주와 지숙에서 자신이 직접 저술한 한 권의
책을 준다.

상담가 : 이 책은 아마도 두 분이 행복한 부부 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내용은
대부분 들어 있을 것입니다. 충분히 익혀두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S#109. 시댁 문 앞 (오후)

현주, 시부모님 선물을 사가지고 시댁에 문에 서 있다. 벨을 누르자
곧 문이 열린다. 시어머니께서 직접 나와 주시며

시어머니 : 지은이 에미가 이 시간에 웬일이고?

현주 : 지나가는 길에 들렸어요. 어머니.

시어머니 : 그래? 잘 왔다. 어서 들어가자.



S#110. 시댁 거실 (잠시 후)

현주, 시부모님과 오랜 만에 정겨운 대화를 하고 있다. 시부모님은 현주의
다정다감한 모습이 아직은 낯설다. 그러나 좋게 변한 며느리의 모습이 보기에
좋게 느껴진다.

현주 : 그동안 아버님, 어머님 잘 계셨지요?

시아버지 : 그래. 니들 덕에 잘 있었지. 근데 지은이는 어떻게 하고 나왔니?

현주 : 네, 같은 동에 4살 박이 남자 아이를 가진 아주머니랑 친해져서
볼 일이 있을 때 서로 한번 씩 봐주기로 했어요.

시어머니 : 그래도 남의 자식인데 내 자식처럼 봐주겠니?

현주 : 저도 남자애를 친 자식처럼 생각하고 대하니까 그 쪽에서도 아마
그렇게 해줄 거예요. 그리고 그 쪽 분도 사람이 아주 좋은 분이예요.
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어머니.

현주, 들고 온 선물을 시아버지와 시어머님께 차례로 건넨다.

현주 : 이것은 아버님 선물이구요.
(시어머님 주면서) 이것은 어머님 선물이에요.

시아버지 : 뭐 이런 걸 다 사가지고 왔니? 우리가 남도 아니구.

현주 : 제가 그동안 못해 드린 것 정말로 죄송해요.
철이 좀 덜 들었었나 봐요. 지금까지 못한 것 다 만회할 수 있도록
앞으로 열심히 노력할게요. 아버님.

시어머니 : 니가 우리한테 못한 게 뭐가 있다고 그러냐?

현주 : 어머님,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그 동안 어땠는지 잘 알거든요.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일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아버지 : 아니다. 지금이라도 니가 이렇게 진심으로 우리를 생각해 주니 우리는
참 마음이 흡족하다. 아가 고맙다.

현주 : (봉투 두개를 내밀며) 이거는 오빠가 부모님 용돈 드리고 싶다고 해서
가져온 거예요.

시어머니 : 용돈은 무슨 용돈? 그럴 필요 없다. 우리도 우리 쓸 돈 다 있다.

현주 : 그래도 자식이 용돈 주는 거랑은 기분이 다르잖아요.
그러니 성의 표시로 알고 그냥 받아 주세요. 어머님.

시아버지 : (너무나 좋아하면서) 그래. 니 마음을 봐서 받을 꾸마.

현주, 거실에 TV를 보니 너무 오래된 것 같아 안쓰럽게 쳐다본다.
검소하신 시부모님을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현주 : 아버님 TV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요. 저희가 요즘 나온 벽걸이형 TV로
바꿔 드릴께요. 전에는 몇 백만원 이었는데 요즘은 100만원 정도면
살 수 있거든요.

시어머니 : 아니다. 아니다. 무슨 TV? 그런 거 필요 없다. 그리고 필요하면 우리가
사면 되지, 왜 너희한테 도움을 받아?

현주 : 어머님, 오빠를 이렇게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 주셨는데 결초보은이라고
저희도 자식 된 도리를 다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하나 해드린 것도
없는데 TV 이거 하나만이라도 하게 해 주세요. 다른 것은 여력이 없어
서 해드리고 싶어도 못해 드려요.

시아버지 : (너무나 행복해 하며)
내 오늘 너 때문에 너무 좋다. 선물보다는 니 마음이 이뻐서.
TV야 돈으로 사면되지 만은 마음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잖니?

현주 : 아버님, 앞으로 자주 연락드리고 오빠랑 자주 찾아뵐게요.
다음에 올 때는 오빠랑 지은이랑 같이 오겠습니다.

시어머니 : 아가. 고맙다. 내도 솔직히 너한테 좋은 감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너를 다시 보기로 했다. 너무 고맙데이.

현주 : (시어머니 손을 잡으며) 죄송해요. 어머님, 앞으로 정말 잘 할게요.

시어머니 : 그래, 그래.



S#111. 영석의 퇴근 길 차 안 (저녁)

영석, 자가용으로 퇴근길에 전화벨이 울린다. 영석,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영석 : 여보세요?

아버지 : 영석이냐?

영석 : 네.

아버지 : 오늘 고맙다.

영석 : 고맙다니요?

아버지 : 오늘 니 처가 와서 선물도 주고 또 니가 용돈도 보내줬잖아.
자식 모른 척 하기는?

영석 : (놀라운 일이지만 당황하지 않고) 아, 예. 그거요?

아버지 : 거기다가 우리가 필요 없다고 해도 벽걸이 TV도 사서 보내준다고
하더구나.

영석 : 그래요?

아버지 : 우리는 선물이나 돈보다도 지은애미의 어른 대하는 마음가짐과 마음
씀씀이가 너무 보기 좋더구나. 전하고는 많이 달라졌던데 무슨 일
있었니?

영석 : (능청맞게 거짓말을 하며) 무슨 일이 있기는요?
그냥 상대 부모님께 서로 최선을 다하기로 한 거 뿐이예요.

아버지 : 아, 그래. 고맙다. 내가 아들하나는 정말로 잘 키운 거 같다.
너희도 그렇게 지금처럼 아껴주며 잘 살아라.
그러면 내 이만 끊는다.

영석 : 네, 아버지. 조만간 찾아뵐게요.

영석, “아들 하나는 정말로 잘 키운 것 같다”는 아버지의 말에 뿌듯함이 느
껴진다. 전화를 끊고 잠시 사색에 잠긴다.


<나레이션> 현주가 확실히 변하긴 변한 것 같은데. 갑자기 왜 이렇게 변했을까?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참 머리 아프네.
에이 모르겠다. 일단 장모님께 전화나 드리자.

영석, 잠시 후 신호등에 걸리자 휴대폰으로 번호를 누른다.

장모 : 여보세요?

영석 : 어머님. 접니다. 장서방이요. 별일 없으시지요?

장모 : 오오. 장서방? 그래.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영석 : 예예, 자주 전화도 못하고 너무 찾아뵙지도 못해서 죄송스러워서요.

장모 : 다 먹고 살기 바빠서 그렇지, 뭐. 이해하네.

영석 : 아닙니다. 저희가 너무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 죄송합니다.

장모 : 아닐쎄, 이렇게 전화 해준 것만도 고마운 일이야.

영석 : 정말로 죄송하구요. 현주랑 지은이랑 함께
조만간에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어머님.

장모 : 그래주면 더 고맙고.

영석 : 그럼, 곧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S#112. 호프 집

영석, 동식, 성훈, 영철과 맥주를 마시고 있다.
영석은 나날이 변해가는 아내에 대한 두려움을 친구들과 함께 풀어보려 한다.

영철 : 영석아, 니 요즘 와글로? 무슨 일 있나?

영석 : 무슨 일?
(고통스러운 듯) 무슨 일이 너무 많아서 Tm바 머리가 아프다.

동식 : 뭐 땀시 그렇게 대가리가 아프당가?

영석 : 요즘 내 아내가 변해도 너무 변해서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거든?

성훈 : 어떻게 변했길래 그래?

영석 : 요 며칠 사이에 모든 게 다 변했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변했다.
니네들 알다시피 전에는 열나게 전화해서 빨리 들어오라고 귀찮게 하던
여자가 전화 한통 안 해, 어쩌다가 문자오면 “건강 생각해서 무리하게
만 마시지 마요”이렇게 적혀 있어. 또 전에는 편히 쉬려고 집에
들어가면 집에서 바가지를 박박 긁던 여자가 오히려 나 쉬라고 놔두고
자기는 서재에서 무슨 공부를 하는지 몰라도 책을 열심히 보더라구.
그 뿐이야? 출근할 때는 하든 지 말던지 신경도 안 쓰던 여자가 지은이
까지 데리고 나와서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주지, 퇴근할 때는 많이 힘들
었지 하면서 위로해 주지, 밥 먹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랑 건강
식을 섞어서 엄청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잘 해.

영철 : 그거 영석이 니가 항상 뭣나게 바라던 거 아이가?

영석 : 그거야 그렇지.
근데 너무 한꺼번에 많이 바뀌니까 좀 부담스럽고 이상해서 그러지.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니야.

성훈 : 그럼 또 다른 뭐가 있는데?

영석 : 전에는 집에 있을 때 그냥 아무렇게나 입고 머리도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러더니 지금은 안에서도 깔끔히 차려 입고 항상 변화를 줘.
머리도 다양하게 하고 세련되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렇고.
밖에 나갈 때도 대학 다닐 때처럼 처녀들이 하는 옷차림으로 나가.
그 뿐만이 아냐.

영철 : 니 마누라 돈 많이 들었긋네?

영석 : 나도 그럴 줄 알았거든. 그래서 가계부를 살짝 봤는데 그냥 동대문 시장
같은데서 싸게 산 거드라구.

동식 : 영석이 니 말 들어보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혔다이?

영철 : 혹시 니 마누라 바람난 거 아이가?
니 바람 피우는 거 혹시 눈치 채고 맞바람 피우는 거 아니겠노?
여자가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은 다 남자 때문이라카던데.
갑자기 그런다믄 니때문은 아닐끼고, 분명히 남자가 생긴기라.
내는 그렇게 생각이 된다카이.

영훈 : 그럼 성격이나 영석이한테 대하는 것이 변한 것은?

영철 : 이 놈아 새끼보레. 그거야 자기도 바람 피우다보이 미안해서 그런 거
아니 것나.

동식 : (고개를 끄덕이며) 원투가 있네.
원투가 있어.

성훈 : (진지한 표정으로) 그것보다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충격으로 인해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고 그래서 보다 가정을 행복하고 원만하게
꾸며 보려는 시도 같다고 생각이 되는데.

동식 : (뭔가 심각히 고민을 하고 )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데이.


영석 : 지금 하는 것으로 봐서는 그 말이 제일 가능성이 커.
아까 오기 전에는 부모님한테 전화가 왔더라구. 현주가 선물이랑
용돈이랑 가져와서 내가 보낸 것처럼 했나봐. 나도 미안해서
장모님께 전화드리긴 했는데----.

영훈 : 현주가 어떻게 그렇게 까지 생각을 했을까?
그 정도라면 내 말이 틀림이 없을 거야.

영석 :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 참, 잘 모르겠다.
술이나 먹자.

영철 : 뭐 고민하노? 한번 뒤쫓아 가서 알아보면 될 거 아이가?

동식 : 거 참 좋은 생각이다. 그라믄 되것네.
그게 제일 확실하잖여?

영석 : 그래. 고려 좀 해 보자.





S#113 아파트 거실 (일요일 오후)

현주, 여느 때처럼 외출을 준비한다. 영철, 고상하게 차려 입은 아내의 모습이
아내의 처녀 시절을 연상케 한다. 오늘도 얼굴이 밝다.

영석 : 오늘도 늦냐?

현주 : 몰라, 나가 봐야 알지. 자기 쉴 때 한번 나가는 거야?
내가 없을 때 지은이랑 좀 더 친해져 봐. 알았지?

영석 : 알았어. 알았으니까 잘 다녀 와.

현주,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영석, 현주가 나가자 곧바로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들리고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

동식 : 응, 영석아. 니 와이프 나갔냐?

영석 : 응 방금 나갔어.

동식 : 그려? 영철이 놈이랑 나는 지은이 볼텡게 너는 성훈이랑
니 와이프 따라가 봐이? 성훈이는 지금 아파트 앞에 차로 대기하고
있응께.

영석 : 고맙다. 내가 한 턱 쏘게.

동식 : 친구 좋다는 게 뭐여? 다 어려울 때 돕는 기재.



S#114 아파트 큰길가 (오후)

현주, 택시를 타려고 서 있다. 현주가 택시를 잡고 출발하자 연이어 성훈의
차가 와서 영석을 태운 후 현주의 택시를 따라간다.




S#115 전철역 앞 (오후)

택시가 전철역에 서자 현주가 내린다. 현주, 전철의 타기 위해서 역 안으로
들어간다. 이때 영석도 같이 내려 현주의 뒤를 따라간다.



S#116 전철역 승강장 (오후)

현주,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영석은 멀리서 현주를 바라보고
있다. 전철이 와서 현주가 타자 영석도 현주가 보이는 바로 옆 칸에 올라
탄다.


S#117 전철 안 (오후)

영석, 현주를 바라보며 휴대폰으로 성훈에게 연락을 취한다.
신호음이 간다.

영석 : 성훈아. 지금 나 8호선 암사동 방향으로 가고 있거든.
내리면 어느 역인지 말해 줄 테니까 일단은 암사동 방향으로 달려라.


영석, 자신의 말만 하고 곧바로 끊고 다시 현주를 바라본다.



S#118 암사 지하철 역 (오후)

현주, 지하철역을 빠져 나와 어디론가 열심히 걷고 있다. 영석은 이를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간다.






S#119 암사 장애아 집 (오후)

현주가 장애아를 위한 집으로 향하여 걸어가고 있다. 문이 열려 있어 그냥
들어간다. 영석은 아직까지 아내에 대한 걱정과 막연한 의심에 사로 잡혀
포커스를 현주에만 맞추고 계속 따라 들어간다. 007영화에서 보는 듯한
긴장감이 흐르고 매우 조심스럽다.



S#120 아이들 방 밖 (오후)

영석, 현주를 끝까지 추적하여 현주가 들어간 방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방 밖에서는 물소리가 난다. 영석, 한 발짝 한 발짝 조심스럽게 방에
들어간다. 잠시 후 현주의 목소리가 들린다.

현주 : 오늘 깨끗이 씻고 나서 맛있는 거 먹자.



S#121 아이들 방안 (오후)

현주, 방에 있는 목욕탕에서 친구 유정, 지숙과 열심히 아이들을 씻기고 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을 씻기면서도 싫은 내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신나고 즐거운 것 같다.
영석, 현주의 모습을 보고 정말로 큰 충격에 빠진다. 멍할 뿐이다.
아내의 바람을 의심해서 이곳까지 따라 왔는데 왕 싸가지 현주가 남모르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 자신이 부끄럽기 한이 없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아내를 평상시에 구박하고 함부로 대한 자신이 실망스럽게
느껴지면서 눈물이 뚝뚝 흘려져 내린다.

<나레이션> 내가 정말로 바보 같았구나. 이렇게 훌륭한 아내와 살면서 맨날 투정이나 부리고 술이나 마시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아내의 바람이 의심스러워 이렇게
뒤 조사나 하러 쫓아왔으니 내가 얼마나 한심한 놈인가?

영석,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과거 아내와의 모든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 영석, 현주와 친구들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안쓰러웠는지 자신이 직접 목욕탕으로 들어간다.
이때 친구들이 먼저 본다.

지숙 : 영석씨 이곳에는 어쩐 일이예요?

지숙이 영석이라고 부르는 말에 현주, 고개를 돌린다.

현주 : 당신이 진짜 어쩐 일이야? 여기 어떻게 왔어?

영석 : 사랑하는 아내가 매주 어디 가나 싶어서 따라와 봤지.
저리 비켜 봐. 내가 씻길 게.

영석, 현주를 잠시 쉬게 하고 자신이 직접 아이들을 씻긴다.

현주 : 에, 당신 내가 혹시 바람이라도 난 줄 알고 미행했구나?

영석 : 무슨 소리. 내가 그렇게 속이 좁은 놈인 줄 알아?

유정 : 현주야. 영석 선배가 사람이 얼마나 좋은데 설마.

영석, 유정의 말에 우쭐대며

영석 : 역시 유정이는 사람을 정확히 볼 줄 안단 말야.



S#122 아이들 방 (잠시후)

목욕을 다 마친 아이들은 유정과 지숙이 사가지고 온 과자와 빵을 먹고 있다.
영석은 한 아이를 자신 무릎위에 올려놓고 현주, 친구들과 오순도순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석 : (아이에게 이름을 물어보며) 이름이 뭐야?

아이 : 김 지석이요.

영석 : 몇 쌀?

아이 : 다섯 쌀.

영석은 아이의 대답에 아직도 마음 한 곳에서는 찡한 무언가를 느낀다.

영석 : 이런데 오면 간다고 말하거나 같이 가자고 말하면 될 거 아냐.

현주 : 성경에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나 이런 거 합니다” 떠벌리고 다닐 수는 없잖아.
그리고 이런 일도 자신이 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해야 지 마음
가지 않는데 그냥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하면 오래가지 못할 거야.
그래서 난 자기가 내 모습을 보고 언젠가는 같이 사회를 위해서
봉사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려 준 거고.

영석 : 이거 말하는 것 좀 봐. 변해도 너무 변했어.
유정아, 우리 와이프 왜 이렇게 갑자기 많이 변했니? 이유 좀 알려줘라.

유정 : 사실은 요. 현주랑 저랑 지숙이랑 틈나는 대로 모여서 행복하고 아름다
운 부부 생활을 위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러는 도중에 부부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많
이 이해해야 조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알았고 또한
남녀가 그런 행복을 위해서 서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다만 만약 부부가 서로 올바른 부부 관계에 대해서 잘 모를 경우 안주
인인 여성이라고 현명하고 지혜로워져서 집안을 올바로 이끌어가야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구요.

영석 : 스터디 그룹이라....
(머리를 벅적벅적 긁으며) 그 동안 난 술 주정 그룹에 있었는데---.
요즘 아내가 너무 많이 변한다 싶더니 다 그런 이유들이 있었네?
사실 난 마음속으로는 좋았지만 언제 다시 아내가 옛날로 되돌아갈지
몰라 그냥 그러려니 했거든.
나도 앞으로 내 자신을 반성하며 보다 나은 가정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 볼 게. 내가 너네들 앞에서 맹세한다.

지숙 : 약속 안 지키면 안돼요?

영석 : 약속을 못 지키면 내가 니네들 후배다.
니네들이 시키는 것 뭐든 지 다 할게. 그럼 됐지?

영석의 말에 현주, 지숙, 유정이 깔깔 대로 웃는다.

현주 : 그래주면 좋겠지만 앞으로 당신이 우리 식구를 위해서 건강하게 살아 주
는 것만으로 좋아. 그 동안은 내가 어떻게든 남보다 잘 살아보겠다고
욕심을 부렸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거 같애. 사람이 돈이 많다
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권력이나 명예가 있어야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하는 마음이면
그것보다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없는 거 같애.

영석 : 무슨 공자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다야?

현주 : 공자님은 무슨. 그냥 기본적인 도리를 깨우친 정도지.
(눈물을 글썽이며 천천히)
어디서 보니 이런 말이 있더라구. 같이들 살아갈 때는 "섭섭한 것",
"못받은 것" 그런것 들이 커보이는데......
마지막 순간 다시 말해서 "이별"이나“죽음”앞에서는 "못해준 것"
만 남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말.
그러고 보면 우리들 모두는 참 어리석은 인간인 것 같애.

영석 : 와, 우리 집에 철학자 한명 탄생하셨네.
정말로 놀라운 변화다. 나도 술 퍼마시기 그룹을 해체하고 당분간
남자 스터디 그룹을 운영해야 겠다.

현주 : 당신도 이제 친구들과 밖으로만 돌지 말고 가끔 친구들하고 같이
집으로 와. 전에는 내가 신경질만 부렸지만 내가 너무 몰라서
그랬던 것으로 생각하고 잊어줘. 앞으로는 당신 얼굴에 먹칠이
되지 않게 신경을 쓸게. 인생 뭐 있어? 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잘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지. 다만 너무 자주는 안 되고
항상 미리 연락을 줄 것. 그래야 준비를 하잖아?

영석 : 진짜?

영석의 말에 현주, 고개를 끄덕인다.

영석 : 우리 마누라 최고다.



S#123 현주 아파트 공원 벤치 (저녁)

영석, 현주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 영석은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 살아온
것을 현주에게 고백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마음먹은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말을 하려고 한다.

영석 : 나, 사실은 말야, 고백할 게 있어.

현주 : 뭔데?

영석 : 사실은 말야. 나 당신 몰래 몇 번 바람피운 적이 있어.
나도 내 인생이 너무나 힘들다고만 생각해서 그런 어리석은 일을
했거든. 미안해.

현주 : 사실은? 나도 당신한테 고백할 게 있어.

영석 : 뭔데? 같이 맞바람 피운 거야?

현주 : (웃으며) 그건 아니고, 당신 믿지 못해서 사촌동생 미행해서 알아봤거든.

영석 : 그랬구나. 내가 먼저 잘못한 일인데 뭐. 그건 니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

현주 : 당신 바람피운 것도 당신 잘못이라고만 볼 수 없지.
사실 지숙이랑 계속 상담 선생님께 상담 받았어.
지숙이도 나도 모르는 것도 많았고 잘못한 게 많았더라구.
처음에는 죽이고 싶고 죽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는데 우리 스스로도
잘못한 게 많다고 생각이 되니까 당신이 이해가 됐어.

영석 : 현주야, 고마워. 나 이제 너랑 우리 지은이만 바라보면서 멋진 가장으로
다시 거듭날 게.

현주 : 나도 고마워. 근데 선생님 말씀에 우리 가정만 생각하면 다시 불행해질
거라고 그러시더라구. 왜냐면 인간은 자신의 삶과 동시에 사회의 일원
으로서 삶 모두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데 자신의 삶만 생각하게 되면
하늘이 그들의 행복을 그냥 좌시하지 않는다는 거야.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씀이 맞는 거 같애.

영석 : 그러니까 니말은 친구들이랑 니가 오늘 보여 준 모습처럼
우리 가정을 먼저 생각하면서 더불어 이웃에 대한 사랑, 형제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사회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가고 그것을 행동
으로 옮기자고 하는 거지? 니가 사랑의 리퀘스트를 왜 보는 가 했더니
다 그런 생각이 있어서 였구나.

현주 : 당신은 확실히 똑똑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야.

영석 : 아니야, 난 당신이 자랑스러워.
우리 앞으로 정말로 싸우지 말고 서로를 위하고 세상을 위하며
그렇게 행복하게 살자.

현주 : (웃으면서 손가락을 이용해서 총을 만들어 쏘며) di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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